이노베이터의 전략 – 진화와 성장

우주는 공간과 시간의 차원들로 설명된다. 시간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주가 생성하여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고 변하지 않는다면, 과거도 미래도 없다. 즉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는 커다란 행성에서 작은 원소 입자까지,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화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이 얽혀 있기에, 아인슈타인은 이를 spacetime이라고 불렀다. 우리말로는 시공이라고 한다. (왜 아인슈타인의 어순에 따른 공시가 아니고 시공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시장도 우주와 흡사하다. 시장은 공간적인 크기로 존재하지만, 또한 시간에 따라 변화해 간다.

그래서 기업이 지속적 발전을 하려면 두가지를 해야 한다. 하나는 수평적 성장, 또 하나는 진화이다. 성장은 시장의 현재 공간에서 우리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고, 진화는 우리의 사업모델을 시간적으로 변화시켜가는 것이다.

기존의 경영전략 관점은 수평적 성장에만 치중했다. 우리 회사의 점유율을 늘려서 규모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주로 미국에서 60-80년대에 경영학자와 컨설팅 회사들이 개발한 전략 방법론들은 공급자 중심으로 좁게 정의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였고, 시간적 변화에 대한 관점이 거의 없었다.

90년대부터는 이노베이션 방법론들이 하나둘 나타났지만, 신사업이나 신제품 개발에만 활용되고 회사 전체의 전략을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틀은 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시장의 시공을 모두 바라보는 이노베이터의 전략, 또는 사업 진화성장 전략 틀을 제안하고자 한다.

Innovator's strategy frameworkInnovator’s strategy framework

사업 진화 전략은 크게 진화와 성장의 두 영역으로 구성된다.

성장은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성장의 개념이다. 기존의 사업모델, 제품, 서비스를 새로운 고객, 지역 등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타깃 고객에게 더 만족스럽고, 경제성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적인 개선도 여기에 해당한다. 쉽게 얘기하면 기존 사업을 더 키우는 것이다.

진화는 세가지의 세부 영역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 진화하는 데에는 크게 세가지 방향이 있다.

첫째로 새로운 모델의 창조이다. 기존 사업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동일한 니즈를 해결해주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안경, 콘택트 렌즈, 라식은 모두 다른 사업모델이지만 모두 눈이 나쁜 사람이 앞을 더 잘 보고 싶은 니즈를 해결해 준다. 우리의 현재 사업모델과 다른 방식으로 고객의 같은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모델로는 해결을 못해주는 고객을 추가로 만족시키거나, 우리의 기존 사업모델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선점할 수 있다.

소니는 브라운관 TV에서 평면 TV로 수요가 대체될 때, 새로운 모델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보다는 과거 모델의 수비에 공을 들였다. 반면 삼성과 엘지는 새로운 모델로 적극적으로 이행하였고, TV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되었다.

둘째로 가치망에서의 자리 변화이다. 가치망에서 점하고 있는 위치와 범위를 변화시켜서 우리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없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제너럴 모터스가 20세기 초반의 강자였던 포드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보완자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것이 한 요인이었다. 환경에 따라 가치망에서 범위를 넓힐 수도 있고, 좁힐 수도 있고, 위치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시장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셋째로, 핵심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의 창출이나 가치망에서의 자리 변화는 우리의 기존 시장 및 생태계를 보면서 혁신의 기회를 찾는 것인데 반해, 핵심 역량 활용 다각화는 우리의 역량을 활용하여 전혀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캐논을 들 수 있다. 캐논은 처음에 아날로그 카메라 회사였지만, 거기에 머물렀다면 아마도 회사가 온전치 못하였을 것이다. 캐논은 디지털 카메라에 진출하였고 (새로운 모델의 창조), 후에는 이미지를 포착하는 기술이 쓰이는 복사기 등 다른 사업으로 다각화하였다.

새로운 모델의 도입은 Problem in search of solution(해결책을 찾고 있는 문제)에 가깝다. 고객의 니즈를 보면서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것이다. 반면 핵심역량 기반 다각화는 Solution in search of problem(문제를 찾고 있는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내게 좋은 재주가 있는데, 이걸 어디에 써먹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모든 영역에서 기회와 할 일을 찾는 것이 혁신적인 전략가가 할 일이다. 물론 모든 영역에 할 일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의 상황에 따라 어느 한 곳에 핵심적인 기회나 과제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시장과 우리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보기 위하여, 모든 영역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전략가는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기 바라고, 회사의 업무로도 최소 1년에 한번은 이 틀을 이용하여 전략을 수립하기 바란다.

글 : 장효곤
출처:  http://goo.gl/SwxzLJ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