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사장이 되다. 모바일솔루션기업 벤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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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보면 범상치 않은 삶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드라마틱한 인생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답니다. 특히, 자신의 진로나 창업 같은 이야기는 말이죠.

2011년의 일입니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법대생이 독서실 휴게실에서 뉴스를 보다 갑자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답니다.
한 달 뒤면 사법 1차 시험인데, 이틀 뒤 공부하던 책을 모조리 헌 책방에다 팔아버렸죠. 그리고 나서야 부모님한테 통보를 합니다. “나, 신림동 나와요.”

처음엔 장난하는 줄 알던 부모님, 특히 아버님은 버럭 화를 내십니다.

“내가 네 용돈이나 주는 사람이더냐, 부모에게 상의 한 마디 없이 무슨 짓이냐.”

그리고 다신 연락하지 말라 하셨고, 그렇게 1년간 정말로 왕래가 끊겼습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바로, 이 스물아홉 청년의 3년 전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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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생각으로 저지르고 본 거에요?”
“그게 저도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벌려놓고 본 일이거든요.”
“환장하겠네요.”

올해 나이 스물아홉이 된 조정호 씨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고,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서 창업을 하겠다고 나온 건데, 어떤 뉴스였길래?”
“서울과 분당 사이를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공급부족으로 증설이 요원하다는 소식이요. 그걸 보고 ‘내가 전세버스 사업을 하면 잘 되겠다’했어요. 실제로 그 이틀간 업계에 문의를 해 봤더니, 수지타산이 맞겠더라고요.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고.”
“그래서 그걸로 시작?”
“근데 책 다 팔고 보니까, 이게 안 되겠더라고요. 선발 업체가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소송 중이었고, 그래서 힘들겠다 싶어서 마음 접었죠.”
“듣는 것만으로도 환장하겠다.”

그러니까, 일은 저질러 놓고 보니 그 사업은 못하게 됐답니다. 그럼 그걸로 끝인걸까요.

“그런데 이미 제 진로를 다시 돌릴 생각은 없었어요. 내 진짜 인생이 무엇인가 드디어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조정호 씨의 아버님은 경찰 공무원이셨습니다. ‘아들에게 판검사 하라’ 하셨고, 그게 내 꿈이라고 믿고선 정말 법대생이 됐답니다.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보면 장래희망을 전부 판검사로 써 냈다고요. 그런데 3년간 고시 공부를 하면서 이게 정녕 내가 원하는 인생인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사회인이 되고 싶었어요. 구성원이 되어 뭔가 역할을 하며, 하루 빨리 이 곳에서 나오고 싶었는데 그 때 순간 도화선에 불이 붙었던 거죠. 어머니나 누나는 절 응원해주셨지만, 아버지는 완강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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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일을?”
“IT쪽이었어요. 로컬 적립 서비스. 이 쪽 계통은 정말 문외한인데 저도 생각 못한 결과죠.”
“아버님이 사업 한다는데 전혀 안 도와주셨나요?”
“창업할 멤버를 다섯 모았는데 1인당 200만원씩 투자하기로 했죠. 사업의 사자도 모르던 제가 창업하겠다고 하니 주시더라고요. ‘어디 네가 이것 갖고 얼마나 하나 두고 보자’ 하셨을 거예요. 그리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지원금 5천만원을 빌리게 되어 이걸로 시작했죠. 조금 있으면 다 갚네요. 그래도 신용 제로인 학생이 꿈에 시동이라도 걸 수 있도록 이런 제도가 있어 다행이었죠. 그리고 창직인턴제도의 도움도 받았어요. 직원 급여의 반을 국가가 내주는 제도라 파이팅 좋은 대학생 직원들을 구할 수 있었죠.”
“그럼 이후 아버지랑은 언제 다시 화해했어요?”
“1년 뒤요. 라디오를 통해서 극적으로 화해했어요.”

창업한지 1년, EBS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에게서 출연 부탁이 왔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다 창업하게 된 스토리를 들었는데, 대학생들에 신년메시지를 한 시간 가량 생방송으로 들려달라’는 거였습니다.

“밤 11시에 하는 프로였는데, 아버지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냈죠. 꼭 들어달라고요. 그런데 정말 들으신 거죠. 방송 도중 청취자의 문자응원이 실시간으로 날아오는데, 거기에 아버지 전화번호가 떴어요. 그리고 ‘아들, 힘내라.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생방송 중 눈물 날 뻔 했죠.”

부산 남자라 차마 울진 못했지만, 그길로 화해하게 됐답니다. 인생이 드라마입니다.
자, 그럼 이제 창업으로 성공을 거두면 해피엔딩이 되겠군요.

“아니요, 지금은 처음에 하던 일 접고 다른 일 해요.”
“환장하겠다는 말 세 번째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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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2년간의 노하우를 살려, 올해 초 재창업을 했고 모바일솔루션전문기업 ‘벤디스’를 세웁니다. 벤디스 대표 조정호. 고시 공부를 접고 스타트업한 그의 3년 후 모습, 정말로 회사 사장님이 됐군요.

“어떤 사업이에요?”
“모바일 식권 사업을 해요. 시장 조사를 해보니까, 대기업조차 의외로 구내식당을 못 갖춘 곳이 많아서요. 주변 식당과 계약 맺고 종이식권을 쓰는데, 이게 이래저래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식권을 대신하면 어떨까 하고 사업 가닥을 잡았죠. 종이 식권을 보완한 컨텐츠이자 모바일 식권인데 앞으로 수요가 큰 시장입니다. 벌써 4곳과 계약 맺었고, 이 곳 저 곳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시작이라 당장 수익은 무리지만 내년초 쯤이면 성과가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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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milk?”
“meal c. 밀씨라고 읽더라고요.”

meal coupon이라는 뜻의 이 서비스는 직원복지를 위한 ‘모바일 복지솔루션’으로 식권 뿐 아니라 할인쿠폰 등 여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역시 식권 기능인데 이걸 통하면 식권을 원래 주인이 썼는지 빌려줬는지 여부도 확실히 알 수 있고 사용 후 처리에 대한 불편도 없으며, 적립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처음에 눈독 들였던 버스 사업은 생각 없어요?”
“얼마전에 다른 대학교 학생이 같은 사업을 시작해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그걸 보고 제 페북에다 ‘아 저거 내가 먼저 하려던건데’하고 쓴웃음 섞어 써놨어요. 생각이 다 비슷비슷한가봐요.”

그의 사업은 이제 시작입니다. 7명의 식구를 둔 회사의 사장님, 3년 전 그 때 휴게실에 들어설 때만 해도 전혀 생각 못한 모습이었죠. 앞으로 진출하고픈 업계를 물으니, 요식업 전반에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현장 최일선에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고, 또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과 잘 맞을 것 같다면서요. 백종원 새마을식당 대표, KFC의 할아버지 같은 이들처럼 성공하고 싶다는군요. 성공하게 된다면 훗날 강연을 하거나 책을 써서 내 보고도 싶답니다.

“법복을 못 입은 것에 대한 미련은 없고요?”
“전혀 없어요! 일하면 할수록 힘도 들지만 잘 했다고 느껴요. 저처럼 창업하고픈 대학생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수영하려면 물에 뛰어들어야죠. 전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는데, 시작하니 조력자도 생기고 길도 보였어요.”

마지막으로, 창업 때 담을 쌓았던 아버지와의 오늘을 다시 물었습니다.

“아버지와 관계는 정말 완전히 회복된 거죠?”
“생각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 때 반대한 것도 사업이 쉬운줄 알고선 멋모르고 헛된 꿈꾼다 싶어 걱정하셔서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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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과 같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보면 돕고 싶어지더라고 말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것이 벌써 3년 전, 이젠 어느덧 다른 이들이 눈에 들어올 만큼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다른 이와 다른 결정, 달라도 너무 극적이던 전개, 그러나 결국엔 다시 회복되고 그렇게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가는 드라마틱한 청춘은 생각보다 세상에 많습니다.

그가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이름이 ‘청춘, 네비게이션을 꺼라’였답니다. 정해진 진로만 찾을 게 아니라, 스스로 새 길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 자신의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고민 중인 청춘이라면 말입니다.

글 : 중소기업청
출처 : http://goo.gl/qKmJ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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