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18편] 본사가 사라져도 끄떡 없다, 모건스탠리

수천 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는 본사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당연히 이 회사가 망할 것이라 예상했다. 모든 언론과 전세계 고객들이 이 회사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먼지를 툴툴 털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다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미 알고 있던 위기였고, 평소 대응 방법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911테러 속 모건스탠리에 대한 이야기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하탄 세계무역센터 110층의 쌍둥이 빌딩 2개 동이 테러로 무너져 내렸다. 그 빌딩에는 월 스트리트의 심장으로 불리는 모건스탠리 본사가 입주해 있었다. 약 50개층에 걸쳐 3500명의 직원들이 상주했고,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 재무부채권 및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전세계 언론은 이 회사에 주목했다. 이 회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 회사의 몰락은 곧 전세계 금융시장의 큰 재앙 될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9월 12일 오전 9시. 모건스탠리 전세계의 각 지점들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고 직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퍼셀(Purcell)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직원들 대다수가 생존해있으며, 모든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밝혔다. 마치 별일 없었다는 투였다.

어떻게 본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음새 없는 서비스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모건스탠리가 혹시 테러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했던 것은 아닐까? 수십 층에 걸쳐 분산되어 있던 수천 명의 직원들은 어떻게 대피시켰을까? 금융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데이터들도 잿더미 속에서 사라졌을 텐데 어떻게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는 이해 가지 않는 상황을 목격한 많은 언론들과 고객들은 테러 이후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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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이랬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를 경험하고 이와 유사한 상황에 대한 대응 플랜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본사 입주 건물과 관련하여 발생 가능한 위기유형으로 ‘테러’를 꼽아 놓았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평소 전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테러 대응관련 모의훈련을 받아야 했었다. 비상대피는 물론 비상연락체계와 연락 두절 시 집합 장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이런 비밀 때문에 여객기 충돌 직후 모건스탠리 직원들은 곧바로 평소 훈련 받았던 그대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충돌 몇 초 후 정해져 있던 비상대피지휘자는 직원들에게 즉각 대피를 명하고 이를 관리했을 뿐이었다. 건물 밖으로 대피 한 직원들은 이미 규정되어 있던 비상연락체계를 통해 생존 보고를 했다. 이를 통해 회사에서는 직원들 거의 대부분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될 수 있었다. 수천 명의 사망을 예상했었지만 실종자는 단 15명으로 확인되었다.

비즈니스 데이터의 경우에도 모건스탠리는 메인 시스템과 함께 ‘핫 사이트(Hot Site)’라는 이름의 백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위기에 대비 해 평소 모든 비즈니스 관련 각종 데이터를 백업 보관해 놓기 위해서였다. 주요 시스템 기능들도 지역별로 분산 처리 해 놓고 있었다. 초대형 위기에도 자사 인력과 데이터들은 그대로 생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다음날 바로 업무 개시가 가능했다.

평소 백업시스템 운용과 지역별 데이터 분산 관리에 큰 돈을 들이고 있었지만, 모건스탠리는 이에 대해 아까워하지 않았던 덕을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대형 위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십 년에서 수십 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그런 위기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이나 투자를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또 이런 변명을 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도 어려운데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이렇게 큰 돈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니 부담이 됩니다.” 반복적인 직원 훈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직원들이 싫어해요. 업무도 바빠서 눈코 뜰 새가 없는데 건물 밖으로 피해라 들어와라 하면서 괴롭힌다고요. 그래서 일단 대표님이랑 임원들은 훈련에서 좀 열외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들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달랐다.

이들과 달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해 왔던 바보(?) 모건스탠리는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고객들에게 광고 했다. ‘이렇게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안정된 회사에 투자하세요.’ 많은 사람들이 ‘위기가 곧 기회’라 이야기하는 데, 모건스탠리는 이 말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게 위기관리를 한 회사였다. 많은 회사들이 똑똑하게(?) 현재의 이익에 집중 해 있는 반면, 모건스탠리는 바보스러움으로 미래의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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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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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qQMBz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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