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1편] 내가 책임지겠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위기 시 기업은 우선 VIP를 책임에서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논란으로부터 일정선을 그어 거리를 두며 VIP의 책임은 없다 강조한다. 여론의 제단에 대신 실무책임자들을 제물로 바치며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한다. 그러나 회장이 직접 나서 ‘내가 책임지겠다’ 한 회사가 있다.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으면서까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다.

2004년 2월 27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회장은 그룹사인 소프트뱅크BB가 운영하는 브로드밴드 서비스 야후!BB가 보유하던 451만7039명분의 고객 정보가 유출 됐다며 기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5개월전 서비스 개시 이래 파격적 요금할인과 가두판매 등 영업전략으로 당시 NTT를 제치고 일본 내 인터넷 초고속통신망(ADSL) 접속서비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야후BB였다. 손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야기했다.

사죄의 뜻으로 정보 유출이 확인된 고객들에 대해 500엔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했다. 총 40억엔(약400억원)을 보상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사내에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고객데이터 관리자들의 지문인식시스템 도입 등을 포함 총 649개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놀라게 한 건 그 다음이었다. 손 회장은 당시 일본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고객 정보 유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의 봉급을 6 개월간 50% 감봉 조치하겠다 한 것이다. 소프트뱅크BB의 미야우치 켄 부사장 등 6명에 대해서도 3개월 30% 감봉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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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고객들께 폐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하고 싶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관리체제를 더욱 강화해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철저를 기할 것임을 고객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죄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당연시 하는 일본이지만, 대 그룹 총수가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아 사죄한다 하니 기자들과 고객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해당 위기를 적절하게 방지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클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공히 해당 회사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게 된다.

기업 내 의사결정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과연 누가 책임을 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사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끝까지 묵묵히 시간을 끌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룹 오너나 유력한 대표이사에게 해당 위기의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을 상당히 불경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위기관리 실패는 곧 ‘VIP가 책임을 지게 만드는 상황’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기 속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실무 책임자들에게만 위기의 책임을 묻는다. 내부적으로는 VIP에게 책임이 전가되거나 자칫 이해관계자들이 VIP에게 책임을 묻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이 상황에서 실무책임자 몇 명에 대한 처벌 조치들로 해당 기업이 책임을 완전하게 졌다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들을 내놓는다. 해당 기업은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이야기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불완전하고 불만족 한다’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지루하게 계속 갈등을 이어가며 길어진다. 결국 VIP는 방어할 수 있었겠지만,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평가와 기억은 부정적으로 오랜 기간 남게 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달랐다. 자신의 잘못이냐 아니냐를 떠나 스스로 책임을 통감했다. 기자들 앞에서 내가 책임자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잘라 냈다.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제 결심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는 “회장인 나를 비롯해 해당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도 봉급을 잘라내 가며 극단적인 책임을 졌다. 그러니 경영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책임 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각별히 노력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직원들이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사과를 하는가’ 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결정의 문제다. 사과만 하고 책임을 최소화 화는 전략이 항상 이상적인 성공전략만은 아니다. 책임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적절한 주체에게 강력히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성공적인 위기관리 전략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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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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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Jjk6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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