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급여에 대한 단상

돈(스타트업급여)

‘급여’에 대한 생각은 개인의 가치 기준과 소비성향에 따라 굉장히 상이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답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급여는 꽤나 중요한 이슈라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논의해보고자 한다.

현재 스타트업에 재직 중이고 관련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주변에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꽤나 많아졌다.

(편향된 경험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SNS, 정부 지원 등에서 촉발된 새로운 벤처붐이라고 생각하지만, fact를 찾기 귀찮으니 생략!)

벤처의 자유로움, 직접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경험, 유쾌한 조직 문화 등을 부러워하면서도 친구들을 여전히 머뭇거리게 하는 공통적인 2가지 이유가 있는데, 바로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과 ‘돈’이다. 혹시 이쪽으로 빠졌다가 실패했을 경우 아무 곳에도 재취업 못하고 재기 불능이 되는 건 아닐까? 실리콘밸리는 실패도 좋게 봐준다는데 한국이 실리콘밸리는 아니지 않나? 하는 불안감. 하지만 전세계적인 벤처붐이 조성되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있다고 본다. 무엇인가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보고 고민한 인재를 상당히 인정해 주는(혹은 더 선호하는) 사례를 점점 많이 접한다. 심지어 굉장히 보수적일거라 생각했던 대기업에서조차 스타트업 경력을 전부 인정해 주고 채용한 케이스도 보았다. 물론 어떤 일을 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그 알맹이가 중요하겠지만 이 정도의 변화도 꽤나 큰 변화라 생각한다.

문제는 돈이다. 아무리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벤처 투자가 많아져도, 현재 다니고 있거나 입사 예정인 회사보다 급여를 많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다. 그럼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 것이냐인데, 대부분 여기서 의지가 꺾인다. 예컨대 현재 연봉이 4천이나 5천인데, 마음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이 연봉 3천이라면 당장 헉! 할 수 밖에.

결국 관점을 좀 바꿔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먼 훗날, 당신이 죽기 직전의 순간이라고 상상해보자. 누군가 묻는다. 시간을 돌려 젊은 날로 돌아갈 수 있는 한번의 기회가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밌는 일을 하며 지내는 대가로 1년에 천만원, 2천만원을 투자하겠는가? 

결정이 좀 더 쉬워질 거라 믿는다. 운이 좋다면 투자한 돈이 100배, 1000배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돈보다도 그 시간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위의 어젠다와는 좀 다른 얘기로, 파운딩 멤버들의 급여에 대해서도 스타트업에 직접 뛰어들어보니 생각이 더 타이트해졌다. 

심사역으로 있을 때, 높은 연봉(4천 이상)을 가져가는 스타트업 팀을 종종 보았지만 해당 인력이 기존 직장에서 받던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에 비해 지금은, 파운딩 멤버는 가능한 모든 리소스를 조직의 성장에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운딩 멤버가 4명이라면, 월급여를 100만원씩만 적게 받아도 한달에 400만원을 마케팅 등에 쓸 수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J 커브의 기울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고 이 기울기의 차이가 결국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최대한 가파른 기울기를 만들어 훗날의 과실을 도모하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지 않을까. (물론 스타트업은 마라톤이고, 지속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라면만 먹고 버티라는 얘기는 아니다. 또한 성장이 초점이 아닌 예외적인 스타트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글 : 조진환
원문 : http://jinhwan.k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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