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34편] 거대 신문을 단박에 없애 성공했다, 루퍼트 머독 회장

아무도 그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누구는 다른 신문들도 다 그러는데 홀로 극약처방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사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사과광고 하단에 싸인 하면서 치욕을 삼켰다. 중대한 실수에 맞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경쟁사들 그리고 독자들과 국민들을 한꺼번에 놀래 켜 성공했다.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다.

2011년 7월 4일. 영국의 가디언의 보도를 따라 텔레그래프, BBC 등에서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 보도는 9년전 당시 신문사의 요청을 받고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했었던 한 사설 탐정의 경찰 진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뉴스코프 계열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News of the World, NoW)’가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그 동안 유명배우, 스포츠맨, 정치인은 물론 영국왕실까지 휴대폰해킹을 통해 쇼킹한 뉴스를 파헤쳐 온 혐의도 받게 되었다. 이 신문사 전 편집인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언론의 해킹 및 도청 취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캐머런 총리는 이틀 후 이 이슈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지시했다.

뉴스코프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것이고 회사가 갈 곳이 없다”는 성명서로 심경을 토로했다. 긴급히 영국에 도착한 루퍼트 머독 회장은 사내 대책회의를 열었다.

머독 회장은 즉각 문제를 일으킨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 신문은 168년의 역사를 자랑했었고 구독부수는 최소부수만으로 한국 최대 신문의 부수의 2배에 달하는 260만부를 넘지만 머독 회장은 폐간을 명령한 것이다.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직원들도 동시에 모두 해임되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10일 “감사 드리며 작별을 고한다(THANK YOU & GOODBYE)”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1면에 내건 마지막 호를 발행하고 168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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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인이 담긴 사과 광고를 영국의 7개 일간지에 게재했다. ‘미안합니다(We are sorry)’로 제목 붙여진 이 사과광고에서 머독 회장은 “그간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겠습니다(Putting right what’s gone wrong.)”라고 약속하며 싸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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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머독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이 소유한 다우존스 CEO 레스 힌튼을 전격 해임했다. 힌튼은 ‘뉴스오브더월드’의 영국 내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을 역임했으며, 머독이 뉴스인터내셔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다우존스 CEO를 맡았었다. 그는 파문 초기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와 함께 머독 회장이 딸처럼 아끼던 뉴스인터내셔널의 CEO 레베카 브룩스도 이날 해임시켰다. 브룩스는 2000년부터 4년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당시 이러한 언론의 불법, 탈법 행태가 그리 생소한 논란은 아니었다. 이미 2011년 이전에도 본격적 경찰조사가 두 번이나 있었다. 당시 30여 언론기관들이 사설 정보원이라는 루트를 통해 정보를 사서 기사에 사용했음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이나 사법당국도 이를 부도덕하다고 느끼거나 사법 처리로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도 머독 회장은 갑작스럽게 경쟁 언론인 가디언스에 의해 제기 된 ‘미스터리 한’논란에 더 이상은 말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어난 우파와 중도좌파간의 알력에 해당 이슈가 끼어 들어가는 것을 극약처방으로 방어 하려 했다. 자신이 의회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위기관리 조치들을 챙겨 행하므로 해당 이슈와 자신의 연결 고리를 잘라 버렸다.

우리나라의 언론 기업들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정정보도 등으로 단순 사과하는 언론은 많지만, 자신들의 실수와 책임을 인정 하고 그 수위에 따른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하는 언론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168년의 역사에 260만부를 발행하는 잘나가는 신문이라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충격적 교훈이 우리에겐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이후 하원 청문회에 나가 증언 했던 순간을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중대한 실수에 사과하기 위한 광고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을 하는 순간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관행 화 된 실수에 안주 했었던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기자와 제작진들도 마지막 폐간호를 마감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경쟁사 언론들도 그렇고 ‘뉴스오브더월드’의 700만이 넘는 구독자들과 영국 국민들 모두 머독 회장의 치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번 이러한 압도적인 조치만이 중대한 위기를 관리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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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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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datv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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