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이스라엘 비즈니스 산책

어떻게 한 나라에서 세계적인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을까?

이스라엘에서 직접 보고 들은, 스타트업의 생생한 성공 분투기!

웨이즈는 이스라엘이 낳은 세계적인 클라우드소스 맵 앱이다. 웨이즈의 설립자 에후드 샤브타이(Ehud Shabtai)는 자신이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이 불편하자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이 반영되는 앱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비게이션의 지도 데이터를 위해, 그는 제일 먼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지도 관련 회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보란 듯이 거절당했다. 자신들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게 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돈도 백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이 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개발하도록 막대한 돈을 투자할 투자자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의 낭떠러지에서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생각은 바로 ‘구글 지도처럼 수백억, 수천억을 들여 데이터를 축적할 수 없다면, 유저들이 지도를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였다. 이렇게 웨이즈가 직접 도로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이동한 골목골목이 지도로 변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했다.

그리하여 웨이즈는 이스라엘의 국민 어플이 되었고, 구글에게 13억 달러에 인수되어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쓰게 되었다. 초기 창업투자 전문 VC인 마그마의 야할 질카(Yahal Zilka) 회장은 책에서 사무실도 변변히 없어서 마그마의 사무실 한쪽을 빌려줬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귀뜸해준다.

이스라엘비즈산책_입체라인(웹용)

이 책은 비즈니스의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제도, 교육 등에서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장 동력을 찾는다. 어떻게 웨이즈가 돈이 없어도 지도 데이터를 만들 수 있었는지, 이러닝 기업 이티처가 영어, 중국어가 아닌 소수 언어 히브리어를 선택해 대박을 칠 수 있었는지 등 이미 세계를 누비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창립부터 좌절과 성공까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보고 듣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 듬뿍 담겨있다. 창조정신을 대변하는 ‘후츠파’라는 단어가 실제 이스라엘에서는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이티처의 야리브(Yariv) CEO, 아비람 제닉(Aviram Jenik) CEO, 아미르 펠레그(Amir Pelg) CEO 등 단물 쓴물 모두 경험하며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직접 들은 생생한 이야기도 담았다.

손을 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자와 창업자를 육성하는 군대, 유대인 교육에서도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 박대진 저자는 중학교 때 이스라엘으로 유학을 가서 어느새 히브리어를 현지인보다 더 잘 하게 된 이스라엘 비즈니스 전문가로, 현재 (주)코이스라와 (주)코이스라 시드 파트너를 설립하여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로 뻗어나는 일을 돕고 있다. 이스라엘 구석구석에서 찾은 인사이트가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 길을 밝힐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창업하는 나라?

대학보다 군대가 스펙이 되는 나라?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꿈이 아닌 일상으로 만들다!

스타트업이 모이는 곳 대부분은 실리콘밸리, 뉴욕, 보스턴, 런던처럼 도시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경제 수도인 텔아비브뿐만 아니라 나라 전역이 스타트업의 무대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범국가적 개념의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인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중, 고등학생이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 대박을 내거나 명문대학교 교수가 스타트업을 세우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뉴스에 나오는 인기 기상 캐스터가 웨어러블 솔루션 개발 기업에 투자하여 그 회사의 이사가 되고,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스라엘 경제부 장관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스라엘 사회 전체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의 경상도만한 땅에 인구 800만 명이 살고 있고, 국토의 60퍼센트 이상이 사막이며, 다른 중동 국가처럼 석유가 나거나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실제 경작을 할 수 있는 땅은 35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도 많다.

천연자원이 없어 수출에 의존하고, IT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학구열이 세계 상위권을 달린다. 하지만 국내에만 머무르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과 달리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세계시장에 거침없이 진출한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미국 나스닥에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이 상장되었고, 다국적 기업에 인수합병되어 창립자에게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다. 그렇게 해서 창출한 자금 회수가 연간 8조 원이 넘는다. 또한 이스라엘은 인구 비율 당 스타트업과 엔지니어 숫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매년 500개의 신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이들에게만 약 2조 원 규모의 투자가 쏟아진다. 도대체 무엇이 혁신의 첨단을 달리는 스타트업을 줄줄이 탄생시키는 것일까?

단순히 대규모 투자가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업 아이템이 좋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이 척박한 환경에서 스타트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도와 시스템이 ‘사람’을 키우는 덕분이다. 이스라엘의 청년은 군대에 가서 머리가 굳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나온다.

침대에 누워서 공부한 아이는 커서 논쟁에 익숙한 CEO가 된다. 5개 국어를 할 수 있는 대학생은 자신이 만든 스타트업이 다국적 기업이 되는 것에 대비해 내부 문서도 영어로 작성한다. 이 모든 것을 실패해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시스템과 제도가 받쳐준다.

 

김재학 kimjh@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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