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실리콘벨리로의 진출

언제 어떻게 실리콘밸리로 진출 할 것인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실리콘밸리를 반드시 가야 하는 목적지로 생각하는 것 같다. 마치 월드컵 출전이 축구선수들의 꿈인 것처럼 실리콘밸리는 창업자라면 한 번은 누비고 싶은 꿈의 그라운드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누가, 언제 실리콘밸리로 진출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HBO’s ‘Silicon Valley’
이미지 출처: HBO’s ‘Silicon Valley’

왜 실리콘밸리인가?”

실리콘밸리는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쉬운 비유일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를 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에서 ‘젊은 선수에게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이야기 한 것을 보고, 이영표 해설 위원은 ‘윌드컵은 연습하는 경기가 아니라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보여주는 그라운드이다’ 라고 평한 것이 있었는데, 나는 이 표현이 스타트업들에게 있어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지를 쉽게 설명한 아주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각 나라의 선수들이 수 많은 국내의 경쟁을 뚫고 오랜 동안의 훈련을 통해 연마한 실력을 가지고 월드컵 경기장에 두 발을 디디는 것처럼, 실리콘밸리에는 각 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창업자들이 모여서 한판의 승부를 겨루는 전투장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금의환향 할 수 있지만 경쟁에서 탈락하고 자금도 말라버리는 스타트업은 여지없이 짐을 싸고 와야 한다. (물론 실패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받아주는 분위기이지만 이 경우에는 창업자가 특출하여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으로 다음 번에는 성공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예외적인 경우)

“누가 올 것인가?”

그러면 어떤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로 와야 할까?

  • 주요 타켓 마켓과 유저가 미국인 경우
  • 이미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후에 글로벌로 진출할려고 하는 경우
  • 실리콘밸리의 투자가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 유치가 가능한 경우
  • 미국에 있는 big player들과 파트너쉽을 맺거나 인수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 실리콘밸리에 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
  • 최악의 경우 2-3년 정도 투자나 파트너 없이도 실리콘밸리에서 버틸 수 있는 자금/비자/기술력/체력/열정이 있는 경우

등 일 것이다.

반면 실리콘밸리 진출 자체를 재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첫째, 확실하게 보여줄 제품이나 서비스가 준비되지 않은 경우이다. 매일 새로운 세상을 바꾼다고 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전투장에 prototype조차 준비되지 않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여 줄 사람은 없다.

둘째, 장기로 체류할 비자를 갖추지 못한 경우로, 6개월간 무비자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여 장기 체류하고 한국에 돌아간 뒤 오지도 못하고 소식이 두절된 스타트업도 자주 보았다.

셋째, 체류 기간 동안 지탱할 최저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용이다 (참고: 조성문님의 글 -실리콘밸리에서 숨쉬고 사는데 드는 비용). 한국에서 드는 비용의 2-3배가 든다는 것을 염두하고 이에 대한 자금 계획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여기 있는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중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 진출이 정해졌다면 누가 실리콘밸리로 오면 좋을까?

자금이나 리소스가 충분하다면 팀이 다 오면 좋겠지만 천정 부지로 올라가는 실리콘밸리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으므로 꼭 필요한 1-2인만 먼저 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그 경우에는 founders 중 한 명, 가능하다면 CEO가 오늘 것이 좋다. CEO들은 투자자와의 미팅, 파트너사와의 미팅, 직원채용, 미디어 인터뷰, 현지 시장 조사 등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주요한 일들을 직접 관여하여 처리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원격으로 컨트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상대들도 CEO와 직접 대면하여 얘기하기를 선호한다. 특히 영어로 대화하기가 부족하거나 미국 시장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다면, 처음 부터 현지에서 부딫치면서 직접 나서서 몸으로 체험하여야 한다. 혼자 헤쳐가기가 너무 힘들고 제품 개발에 매진하여야 한다면 현지에 co-founder를 영입하여 같이 팀으로 필드에서 뛰기를 권한다.

특히 투자가들은 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Founders 들의 비젼과 열정을 직접 듣고 싶어한다. 투자가 피치를 할때도 마찬가지이다. 영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영어를 잘하는 직원을 고용하여 스테이지에 세우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투자가들이 질문을 하였을때 고용된 직원이 능통하게 전달하여도 Founders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아니면 김빠진 맥주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올 것인가?”

실리콘밸리 진출을 결정하였다면 오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 수록 좋겠다. 하지만 오기 전에 여러 확인 사항들이 많을 것이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오는 것 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은 한 뒤에 와야 한다. 언어와 현지 시장에 대한 분석, 법률적, 문화적 요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지인, 제품 테스팅과 같은 것은 리모트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툴들이 있고 온라인으로 가능하므로 기본적인 것들은 한국에서 모두 준비하고 난 뒤 오는 것이 시간 비용도 절감되고 효율적일 수 있다.

각 스타트업의 상황에 따라서 진출 시기는 달라 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래의 몇 가지 경우에는 실리콘밸리로 오는 것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 제품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traction이 만들어 져서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해야 할 경우.
    실리콘밸리에는 주요 스타트업 관련 미디어와 파워 블로거들이 모여 있다. 대규모 런칭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지에서 미디어, 영향력있는 인사들을 런칭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관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런칭시에 시장에 임펙트를 줄 수 있는 buzz marketing이 가능하다.
  • 미국 시장이 주 타켓이고 한국에서 테스팅이 리모트로 가능하지 않는 경우
    이 경우는 미국 시장이 테스트베드라 할 수 있으므로 실리콘밸리에 캠프를 차리고 직접 뛰어다니면서 유저들의 행동과 반응들을 살피고 이에 따라 현지에서 바로 바로 시장에 맞는 제품/서비스로 피봇하는 것이 좋다.
  • 현지 엔젤이나 VC 투자 유치가 필요한 경우
    엔젤이나 VC 투자가들은 같은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을 선호하며 일부 엔젤이나 VC 투자가들은 Local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policy를 가지고 있다고 사전에 못을 박기도 한다. 이들에게 피치를 하는 경우에 반드시 미국에 presence를 가지고 있거나 수 개월 이내에 미국에 합법적인 회사 설립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야 한다.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검증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미국 현지 법인이 없는 경우에도 VC 투자 유치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는 미국에 presence가 있는 것이 필수 조건 중에 하나이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최단기간 내에 한국에서 준비를 한 뒤, 바로 와서 그 다음 날 캠프를 차리고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때 오는 것이다. 현지에서 위밍업이 길어질 수록 속도전에서 밀리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실리콘밸리도 예외는 아니다!

글: Younghee Noh
원문: http://goo.gl/WxI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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