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스스로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지금 바로 창업해라” 직토가 말하는 ‘내 삶의 행복’

“창업하고 난 뒤 하루하루가 에피소드에요. 그래도 정말 행복해요. 지금 당장 망해도 나중에 아들한테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2014년 12월, 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인 ‘직토(Zikto)’가 미국 개인 투자자 수백 명으로부터 16만4천 달러(약 1억8천 만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웹사이트에 아이디어를 올려 일반인들의 직접 투자를 중개해주는 킥스타터에 올라온 30만 개가 넘는 프로젝트 중에서 10달러 이상 투자를 유치한 곳은 4천 개에 불과하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다. 심지어 안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과감히 도전했고, 보란 듯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잘못된 걸음걸이를 인지하고 이를 교정해주는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아키밴드‘로 세계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알린 직토의 김경태, 서한석, 김성현 공동창업자. 후회 없이 앞만 보며 달려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들을 벤처스퀘어가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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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토의 공동창업자 3인. 왼쪽부터 김성현 CTO, 김경태 CEO, 서한석 CFO
“한국 크라우드 펀딩 환경이 절대 나쁘지 않아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도 전 세계 다섯 번째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어요.”
최근 후원형이나 기부형에서 지분투자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의 세계적인 흐름을 국내 법률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많은 창업가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가 아닌 미국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에 성공하여 국내 창업 생태계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직토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환경에 대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아키밴드’에 대한 반응이 더 좋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킥스타터에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직토는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벤처 캐피탈리스트나 엔젤 투자가를 통해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킥스타터를 염두에 두고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 그 기간 동안 각자 받은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어렵사리 회사를 꾸려나갔다. 그렇게 1년여 동안 지독하게 제품에 매달린 끝에 아키밴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킥스타터에는 이미 수십만 달러를 투자받고 뛰어든 ‘재야의 고수’가 무수히 많아요. 이미 실력은 프로인데, 다들 ‘연습생’인 척하죠. 그들과 겨뤄서 이기는 방법은 정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운다고 했던가. ‘세상에 아키밴드를 알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메일 한 통 없이 무작정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테크 미디어인 테크크런치를 찾아갔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났다. 문전박대를 당하며 애꿎은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마침내 킥스타터 팀과 미팅을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기 보다는 ‘운을 쫓아서 미친 듯이 노력’했다. 김경태 대표는 몸으로 부딪힌 경험을 회상하며 해외 크라우드 펀딩을 노리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업체들에 언제든지 직토의 ‘생생한 노하우’를 전달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직토의 아키밴드 ‘킥스타터’ 출품 영상

하지만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제품 자체가 소비자 기대에 못 미친다면 결국 수많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에서 ‘그렇고 그런’ 제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5)에서만 60여 개가 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상황에, 그들과 차별화되는 아키밴드만의 고유한 특징은 뭘까.

기존의 웨어러블 밴드들이 걸음 수, 칼로리 등 ‘활동량’을 측정하는데 집중했다면, 아키밴드는 사운드워킹(Sound Walking)이라는 걸음걸이 교정 기능을 탑재하여 ‘올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보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등 잘못된 방법으로 걷는다면 이를 손목의 밴드가 자동으로 인지하여 가벼운 진동을 전달,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르므로 절대적인 기준과 상대적인 기준이 존재한다. 걸음걸이를 점수화해서 모든 사람이 100점짜리 걸음걸이를 달성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마다의 상대적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아키밴드는 걸음걸이의 ‘절대적 기준’에 집중했다. 센서에 들어오는 정보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서 개개인에 맞춤형된 정보로 가공한다. 이용자마다 서로 다른 독특한 움직임과 모션을 분석하는 인식기능은 타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직토만의 고유한 기술력이다. 또한, 이용자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뛰어난 빅데이터 기술도 직토가 지닌 강점이다.
아키밴드는 걸음걸이 교정 기술을 탑재, 알림을 통해 이용자가 올바르게 걸을 수 있도록 해준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무리 멋진 아키밴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말짱황’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처럼 시장이 활짝 만개하지 않았다. 핏빗(Fitbit), 미스핏(Misfit) 같은 제품이 조금씩 소비자의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충분히 시장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기존 웨어러블 밴드 업체들에 비해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고객의 피드백이나 자본력에서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그걸 상쇄할 수 있는 더 좋은 기능과 방법을 갖고 있어요. 겨뤄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직토는 이를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디자인이나 패션 업체와의 협력이다. 직토는 아키밴드가 ‘운동 전자기기’로 취급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화점 1층 매대’에 입점할 만큼 누구나 갖고 싶은 ‘감성적인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다. 실제로 국내 유명 디자인, 가죽 업체를 찾아가 설득, 킥스타터에서 볼 수 있었던 매력적인 스트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직도 많은 웨어러블 밴드 업체가 고무 스트랩에 사각형 디스플레이 기기를 감싼 단순한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고객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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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인지, 패션 액세서리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직토의 아키밴드는 세련됐다
두 번째는 남다른 세일즈 전략이다. 킥스타터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처럼 국내에서는 카카오픽을 통해 3월부터 선주문을 받는다. 카카오픽 사상 최초의 선주문 사례다. 이와 함께 2015년 1학기에 미국 유명 대학의 창업가 교육 수업 내 실무 과정으로 ‘아키 밴드의 판매 전략 수립과 실행’이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제품의 특성과 사용 이점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받은 뒤 직접 판매에 나설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미국을 시작으로 차츰 국내 대학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잘 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와 그토록 어렵다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인정받은 직토가 바라보는 비즈니스 시장은 어디일까. 직토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운동하는 습관을 길러서 건강하고 자신감 있게 삶을 살고, 각종 성인 질병을 예방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앞으로 B2B로 사업 영역을 넓혀 보험사나 병원과 제휴하여 보험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아키밴드의 이용자가 일정 수준의 운동량을 달성하면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얻어지는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을 기존의 사후적 의료 데이터와 연계하여 분석할 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 아키밴드는 이용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핵심 디바이스로 위치할 수 있다.
올해 4월, 본격적인 정식 제품 출시를 앞둔 직토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벤처 캐피탈리스트와 엔젤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직토가 그리고 있는 비즈니스 영역이 매우 유망하다는 것이다. 김경태 대표는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제대로 결합’할 때 비로소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직토 역시 성공하는 사례가 되어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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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토는 16일, 디캠프의 ‘D.Lunch’에서 최근 다녀온 중국 심천(深玔)의 하드웨어 스타트업 현황을 대중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성현 CTO는 “고도로 발전한 심천의 하이테크에 매우 놀랐다. 하지만 분명 한국이 앞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고 밝혔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선뜻 인생을 창업에 ‘배팅’하기에는 고민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도 나중에 자녀들에게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어서 과감히 모험에 나선 직토의 공동 창업자들이 소망하는 꿈은 어떤 것일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찾아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더불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성장하여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것도 보고 싶네요. 그러한 과정에 직토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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