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통한 금융혁명, 핀테크 포럼에 다녀오다

전세계 핀테크 시장 규모가 400조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상태지요. 워낙 자주 들리는 단어라 귀에는 익숙하지만, 정작 그 뜻을 생각해보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2월 24일 오후 2시, 광화문에 위치한 드림엔터에서 ‘IT를 통한 금융혁명, 핀테크’라는 이름의 콘퍼런스가 진행되었습니다.

SONY DSC

2015년은 대한민국 핀테크의 새로운 원년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금융규제로 인해 핀테크 관련 기업이 기운을 차리지 못했었는데, 정부의 핀테크 육성 방침에 따라 규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사실 한국에도 지난 98년부터 페이게이트, 인터페이 등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 있었습니다만, 국내의 보수적인 금융 규제 탓에 서비스 상용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날 행사는 변해가는 국내의 핀테크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이 진행한 30분간의 핀테크 기조 설명을 진행한 뒤에 대부분의 시간을 토론으로 할애할 정도로 넓은 테마를 아우를 필요가 있던 것이죠. 토론의 진행은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이 맡았습니다.

SONY DSC

모바일과 빅데이터의 발전은 금융업까지 확대되었고, 소셜 미디어는 소셜 커머스로, 그리고 핀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기업금융 등의 대규모 자금 대출, 고액 자산관리 등의 기존 금융 시장이 소액대출, 소액 자산관리, 실시간 거래 등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죠. 이를 핀테크의 롱테일 경제의 확산이라 설명합니다.

핀테크의 최대 시장은 단연 중국입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8%에 불과했던 환경과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최적의 조건으로 거론됩니다. 국가에서 주도하는 온라인 소비 정책으로 모바일 소비가 급속하게 확대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있지요. 미국은 실리콘벨리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핀테크 기술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뜨거운 모양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핀테크 육성 노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2천 개 이상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영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다소 과열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이죠.

SONY DSC

반면, 한국은 새로운 것을 자유롭게 진행하기에 규제가 너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었습니다. 실제로 행사 진행의 절반 이상은 핀테크 기술에 대한 정의나 전망보다 국가 정책과 규제 완화에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키포인트라는 이야기겠죠. 물론, 카카오페이와 같은 모바일 지급 결제 시스템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규제 문제가 거론되는 이유는 핀테크가 결제 시스템 외에도, 송금과 환전은 물론, 융자, 보험, 증권, 투자, 나아가 기부에 이르는 다양한 금융 분야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큰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핀테크는 여전히 뜨겁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부의 끈을 놓아서도 곤란합니다. 국내에 핀테크라는 단어가 많은 곳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반년 정도지만, 정부부처의 움직임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27일,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서비스 국장이 ‘IT/융합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규제 패러다임 전환, 오프라인 위주의 금융제도 개편, 핀테크 산업 성장지원, 3가지 과제를 필두로 하고 있습니다.

SONY DSC

국가 규제에 대한 여러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리를 함께한 손병두 금융서비스 국장은 ‘23일, 정부가 발표한 24가지 국정과제에도 핀테크가 상정’있다며, ‘정책뿐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만, 많은 부분에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진입요건은 물론 자본여건도 절반 이상으로 낮춰 소규모 전자금융업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니 기대해볼 만하겠습니다.

오늘 행사 자리에 참석한 모든 패널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페이팔 등의 해외 결제 시스템이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많은 스타트업의 빛나는 도전 정신 외에도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으니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전자결제 시스템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습니다. 전자결제 분야의 걸출한 멤버가 모여 만든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크게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인수라는 괜찮은 성적을 보여줬지요. 같은 사업을 한국에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의 스타트업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루프페이와 같은 기업을 언제나 외국에서 만나야 하는 것이 섭섭하다’고도 덧붙입니다.

한국의 핀테크. 아직은 뜨겁기만 하지요. 과연 어떻게 변해갈까요?

김상오 shougo@venturesquare.net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