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 우아한 형제들이 말하는 ‘우리 회사’

최근 사법 판결이 내려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한국 사회 깊게 뿌리 박힌 ‘특권층의 잘못된 권위 의식’이 수면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평범한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갑질 욕망’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생겨났다. 이는 기업의 사례에도 마찬가지다. 안정된 직장이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고용 불안의 시대’에 회사는 구성원을 한낱 ‘도구’로 여기며 이용하고 내팽개친다.

그런데 전 직원이 입을 모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외치는 회사가 있다. 2014년 12월 잡플래닛과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50개 기업’에서 대상을 받은 ‘우아한형제들‘의 이야기다. 구성원을 ‘직원’이라 부르지 않고 ‘내부 고객’이라고 부르며, 피를 나눈 가족처럼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우아한 형제들을 벤처스퀘어가 만나보았다.

SONY DSC피플팀 안연주 팀장

“직원을 위한 제도가 한낱 제도로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에는 다른 회사에 없는 조직이 하나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피플팀‘이 그것이다. ‘인사팀’도 아니고, ‘피플팀’이라니,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우아한 형제들에는 직원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인사팀이 없어요. 대신 엄마 같은 마음으로 세심하게 직원을 챙기고 신경 쓰는 피플팀이 있습니다.” 많은 회사가 직원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성과를 내도록 ‘압박’하면서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기업 문화를 추구할 때, 거꾸로 우아한 형제들은 서로 협력하고 돕는 ‘상생의 문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생겨난 조직이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피플팀’이다.

피플팀 안연주 팀장은 우아한 형제들 직원들 사이에서 ‘엄마’라고 불린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이를 함께 고민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실제로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직원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아끼고 보살핀다. 누군가 지치고 힘들어 보이면 먼저 다가가서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한다. 같이 밥을 먹으며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자연스럽게 직원이 갖고 있던 고민은 ‘봄날의 얼음’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SONY DSC설날 선물은 추첨을 통해 전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분배된다. 우아한 형제들 특유의 평등한 문화가 돋보인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소외되지 않고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모두가 나누고 즐길 일이 있으면 전 구성원에게 이를 알리고 실행한다. 기자가 우아한 형제들을 방문한 날도 마찬가지였다.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하여 ‘높은’ 직급에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들어온 설날 선물을 독점하지 않고, 전 직원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피플팀은 이를 한데 모아 전 구성원을 상대로 ‘경품 추첨’을 실시했다. 당첨 내역은 사내 채팅 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사무실 여기저기서 기쁨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인턴사원부터 대표 이사까지, 이 순간만큼은 모두 계급장을 내려놓고 평등했다.

4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피플팀 중 한 명은 ‘사내 쉐프’다. 그것도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다. ‘쉐프가 왜 피플팀에 속해 있느냐’는 질문에 안연주 팀장은 ‘음식으로 직원들을 보살피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피플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문현답이다. 이렇게 직원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경영 철학은 다른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부 제도를 통해 잘 드러난다. 본인과 배우자, 부모님, 자녀의 생일에 강제 조기 퇴근을 하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가족들과 함께 넉넉한 주말을 보낸 뒤 느긋한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4.5일 제도’는 임직원의 행복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이것이 자연스레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구성원들의 합의가 바탕에 있어서 가능했다. 직원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관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김봉진 대표의 평소 신념이 묻어난 결과였다.

SONY DSC디자인팀 막내 김지혜 사원. 매일 성장하는 기쁨에 회사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피플팀 안연주 팀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실제 직원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과연 직원들은 우아한 형제들에서 ‘우아한’ 직장 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안 팀장의 안내를 받아 무작정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무실 내부 구조는 여느 일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내부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흡사 대학교 동아리방을 연상케 했다. 누군가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고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음악을 들으며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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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팀 금재현 실장.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입사한 지 3개월 되었다는 디자인팀 막내 김지혜 사원은 우아한 형제들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부탁에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디자이너로서 매일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녀의 옆자리는 디자인팀 금재현 실장의 자리가 있다. 막내와 실장이 지척에서 머리를 맞대며 함께 근무한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금재현 실장은 이를 두고 “직원을 채용할 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좋지 않다면 채용하지 않는다”며 “입사 이후에도 함께 믿고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 우아한 형제들의 경영 철학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SONY DSC왼쪽부터 손현태 주임, 전소영, 김예본 사원. 자유로운 문화 안에 최고의 역량을 내는 문화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사무실 뒤편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직원 세 명에게 다가갔다. 기획, 개발, 디자인으로 서로 다른 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소꿉친구처럼 다정한 그들에게 우아한 형제들의 사내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개발팀 손현태 주임은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다른 회사와 많이 다르다”며 “설날 선물 추첨식과 같이 일이 힘들어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재미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팀 전소영 사원은 “우아한 형제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곳”이라며 “열린 소통이 더욱 창의적인 생각을 낳고, 이는 업무 의욕 증대와 성과 창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올해 21살로 우아한 형제들 내 최연소인 FA실 김예본 사원은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 문화가 분명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최고의 역량과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기여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SONY DSC한 쪽 벽에는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 문화가 ‘4지 선다형 모의고사’로 표현되어 있다

직원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배달의 민족을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재미있는 광고 속 기발한 카피와 독특한 설정은 결코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뜨거운 열정과 노력의 산물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욕심 가득한 마음이 아니라 ‘함께 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겸손한 자세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세상이 그들을 존중하고 높이 대접해주었다.

소상공인 컨설팅 프로그램 ‘꽃보다 매출’은 ‘함께 행복하자’는 우아한 형제들의 철학을 나타낸다 

배달앱 수수료 논쟁의 한 가운데서 가맹업주들을 위한 ‘사장님 사이트’를 개편하고, 실제 매출이 오른 음식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컨설팅 프로그램 ‘꽃보다 매출‘을 시작한 것도 그러한 마음가짐에서 출발했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지자’는 김봉진 대표의 초심은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SONY DSC우아한 형제들의 꿈은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다녔으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우아한 형제들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연주 팀장은 “다음 세대가 다니고 싶은 기업 문화를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 내리는 것”이라며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사람을 존경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직원들이 희생하고, 회사의 성장이 곧 직원의 행복이라고 믿고 살아왔던 우리 사회에 경제 위기의 시련이 이어지면서 ‘무엇이 좋은 회사인가?’라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그리고 있는 꿈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지, 얼마나 확장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 성공의 원동력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하나로 모이는 데 있다. 우아한 형제들이 만들어 가는 ‘작지만 위대한 도전’을 응원한다.

오명석 meoungseok.oh@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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