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신드롬과 관리자의 망각

흔히들 재미있는 일을 하라고 한다. 특히 직장에서 그렇다. 이 이야기는 관리자들이 많이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재미있는 일을 부하직원들이 하면, 몰입하기 때문이다. 몰입하면 당연히 결과가 좋아질 것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과 성과가 선형적인 관계나 지수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일하면 성과가 나쁘기란 쉽지 않다.

Senior business man giving a presentation

그래서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이 재미있는 일을 하기 바란다. 그것도 열정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게, 부하직원들이 일을 재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핵심은 부하직원들이 일을 재미있게 하냐 안 하냐가 아니다. 핵심이 뭐냐 하면, 회사 일의 대부분은 재미가 아니라 욕먹지 않기 위해서 한다는 점이다.

즐거움과 성과는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가 많다. 이 말에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에서도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이 돌아가는 메카니즘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데드라인을 엄수하고 재미 없는 일도 꾹 참고 하는 이유는 동료들이나 상사에게 욕먹지 않기 위함이다. 다크 포스가 넘치고 우울함이 음습한 주장이지만 현실은 타인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굴러간다.

회사에서 사고를 쳤을 때, 회사에 가기 싫은 이유는 일을 망쳐서가 아니다. 대개 일을 망침으로써 동료나 상사와 관계가 망가지고, 거기서 받는 비난이 두려워서다. 일만 생각하면 재미없고 답답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욕먹지 않기 위함이다. 길게 우울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관리자들이 이 어마무시한 사실을 무시하고, 밑도 끝도 없이 일을 재미있게 하라고,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되리란 착각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해서 성과를 가져 오는 부하직원이 예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직원에게는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까지는 아니라도 행복한 시트콤은 아니다. 욕먹기 싫어서 일하는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라는 지상최대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관리자란 존재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사명과 비전을 잊고 그냥 재미있게 일하라는 건, 글쎄 모르겠다.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면!

 

글: 신승환
원문: http://goo.gl/PP8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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