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더 열전#5]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회사 만든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회사가 꼭 답은 아니다.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기업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함께 뛰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에 위치한 패스트트랙아시아 사무실에 들어서자 천장까지 쌓인 배달 상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제품들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직원들. 일반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적막함 대신 역동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 가장 안쪽. 스타트업 4개를 이끄는 대표의 자리라고 하기엔 조금은 단출한 박지웅(33) 대표의 자리가 있다. 다른 파트너사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마련된 자리를 보니 그가 말한 ‘함께 뛴다’는 말이 한 번에 이해됐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무실 대신 근처 커피숍에서 박지웅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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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사 스트라입스의 셔츠를 입은 박지웅 대표

박지웅 대표는 2012년 스타트업을 키우는 컴퍼니빌더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해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컴퍼니빌더는 스타트업과 함께 회사를 만들어나가는 공동창업자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박 대표는 과거 벤처캐피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벤처캐피탈의 투자방식 대신 스타트업을 도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설립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꿈꾸는 최종 모델은 스타트업 지주회사다.

“우리가 창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는 만기 없는 자금 제공이다. 벤처캐피탈의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회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7년이란 기간이 최대인데 그 안에 성과를 보기가 어렵다. 우린 투자자가 아니고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현재 헬로네이처, 패스트캠퍼스,플라이앤컴퍼니,스트라입스 총 4개의 파트너사와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컴퍼니빌더라는 개념도 생소하지만 그런 회사의 대표는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더 궁금했다. 박 대표에게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하루의 50%는 기존 회사와 함께하고 50%는 신규 비즈니스를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했다. 현재 박대표는 특히 확정된 신규 비즈니스를 실행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는 “사업의 주체자로서 사업 초기에 창업자들이 하는 일을 A to Z 까지 다 똑같이 한다. 만약 우리가 청소 비즈니스에 투자하면 나도 직원들과 같이 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기존 회사와의 시간은 주로 사업의 성장성을 논의하는데 쓴다. 박 대표는 “회사별로 직면한 이슈는 다르지만 4개 회사 모두 안정권에 들어와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각 회사의 매출을 10원에서 15원으로 만드는데 노력하기보다는 10원에 공하나 더 붙이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각 회사의 대표들과 거의 매일 만나서 얘기를 나눈다”고 덧붙였다. 최근 헬로네이처와 플라이앤컴퍼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는 박대표는 “헬로네이처의 모든 수치를 두 배로 올리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급변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에 맞춰 플라이앤컴퍼니가 외부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행력 중시…패스트트랙아시아와 첫 성공 하길 원하는 스타트업 찾아

박지웅 대표는 한해에도 수많은 예비창업자를 만난다.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1년에 두 번 CEO 프로그램을 여는 이유도 좋은 인재를 많이 만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1년에 고작 한팀에서 최대 세팀이 패스트트랙아시아에 합류할 정도로 파트너를 까다롭고 신중하게 선발한다. 바로 실행력이 있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했기 때문에 아이디어는 크게 중요치 않고,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실행력이 정말 100% 필요하다.” 그는 “함께 하려는 사람은 오래 두고 지켜보기 때문에 다행히 실행력 관점에서 우리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실행력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묻자 그는 “다 열심히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해보면 힘든 일밖에 없다. 그 힘든 일을 꾸준히 잘하는 원동력은 자기 개인의 스토리에서 나온다”며 “개인사 안에 결핍과 열등감 같은 본질적인 요소들이 있는지를 본다”고 답했다.

또 그는 “단 한 번도 성공을 해본 적이 없다면 우리와 첫 성공을 같이하기를 원한다”며 “그것이 실제 사업의 성공이든 사회에서의 작은 성공이든 상관은 없다”고 덧붙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접목된 O2O 분야에 집중 투자

박 대표의 투자공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4개 파트너사가 속한 산업은 (industry) 모두 다르지만 잘 살펴보면 기본원리는 똑같다. 모두 O2O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이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어 있는 영역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온라인 플랫품에 사람 손이 들어가는 오프라인 서비스가 있는 사업에만 투자한다. 게임을 만들거나 트래픽 기반의 광고비즈니스 모델처럼 흥행 리스크가 있는 비즈니스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는 “트레픽 기반사업은 국내에서는 All 아니면 Nothing 이라고 생각한다”며 “콘텐츠를 새로 생성하는 사업의 성공 여부는 다음 주 영화 흥행 순위를 맞추는 일 만큼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3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업프로세스가 매뉴얼화 돼 있고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파트너사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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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입스에서 맞춤형 셔츠를 맞추고 있는 고객. 찾아가는 서비스로 디자이너가 고객에게 1:1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에게 서비스 인정 받았을 때 가장 뿌듯해

박지웅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주관 있게 추진한 사업들이 성공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계획한 대로 가는 회사는 없다. 10을 기대하면 3 정도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 라며 “공동창업자인 5rocks 노정석 대표는 매일매일 작은 전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다. 그래도 모든 전투를 모아 승패를 따지면 어쨌든 한두 개의 승리가 있고 그런 변곡점이 생겼을 때 아주 기쁘다” 고 말했다.

박대표는 그 예로 성인을 위한 프리미엄 교육 기관인 패스트캠퍼스를 들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데이터분석코스’를 런칭하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다. 새롭게 시도되는 프로그램이였고 수강료도 1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강행했고 런칭 1주일 만에 사람들이 몰려 신청을 마감했다” 며 “많은 사람이 안 된다고 반대한 일을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아 성공시켰을 때, 그 희열은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다” 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스타트업 3팀 추가 합류 예정

오프라인상에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모든 사업은 패스트트랙아시아의 관심사이다. 박 대표는 “중고차, 웨딩, 부동산, 대출, 자산관리 등 오프라인에 브로커들이 있는 사업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며 “ 관련 분야의 시장성을 지속해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추가로 3개 팀이 패스트트랙아시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로서의 입지도 단단히 할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지주회사 롤모델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와 독일의 로켓인터넷. “벤처캐피털은 한국에 100개가 넘게 있지만, 국내에 제대로 된 지주회사는 없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성공한 회사를 사지만 로켓인터넷은 바닥부터 성공할 회사를 만든다. 그런 면에서 로켓인터넷이 우리와 비슷하다”며 “앞으로 제대로 된 지주회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개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밝혔다.

주승호 choos3@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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