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경력이나 출신대학 편견없는 인재채용문화 퍼트린다…‘시커랩’

“경력이 없는 사회 초년생도 비전을 갖고 글로벌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구인구직이 기존 경력자 중심의 ‘과거형’이 아닌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경계를 허물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으면 해요.”

직업정보를 제공하는 시커랩 공동대표 챈 시몬(Chan Simon)과 안드레이 벨치얀(Andrej Belcijan)은 영국, 슬로베니아 출신으로 둘은 한국에 와서 만났다고 했다. 회사 비전이 곧 자신들의 한국 정착기의 출발과 깊은 연관이 있어서인지 첫 만남부터 남달랐다고.

시커랩 공동대표 챈 시몬(Chan Simon, 왼쪽)과 안드레이 벨치얀(Andrej Belcijan, 오른쪽)

국내 구인구직 사이트..글로벌한 열린 채용을 위해 개선 필요 

필자는 그들의 창업 시작이 궁금했다. 왜 한국이었을까? 인터뷰 첫 질문을 예상했는지 시몬과 안드레이는 마주보며 웃음을 주고 받았다. 마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나서 ‘네가 먼저 답을 말해봐’ 하는 익살스러움마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시몬이 먼저 운을 뗐다. “영국 런던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러다 어느 교수를 만나 ‘언어’라는 학문에 참 매료됐죠. 그래서 ‘아 나는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어요. 결국 한국행을 결심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언어학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학업외에도 새로운 것을 발견한 계기가 됐답니다.” 꽤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제가 사람들에게 많이 받은 질문 하나가 뭐였는지 아세요? 학업 마치면 언제 한국 돌아가는지 였어요. 그 말은 아마도 한국에 온 다수의 외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만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겠죠.” 사이먼은 한국에서 공부도 하고 커리어까지 연결되길 바랬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마땅한 출구는 없었다고 했다. 제법 잘 알려진 국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언어의 제약, 복잡한 구인구직 등록시스템, 외국인 회사에 대한 정보부재 등 메워야 할 것과 걷어내야 할 것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을 위한 취업 환경에 대한 시몬의 고민은 곧 진지한 창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로 이어진다. 결국 창업넷에 게재된 ‘2014년도 글로벌 청년창업활성화 사업을 위한 외국인 기술창업 프로그램 예비 창업자 모집 공고’라는 문을 통해 기회를 열었다.

출신 대학 선입견 없이 실력과 열정에 대한 공정한 능력평가 원해

안드레이가 눈을 징끗했다. 할 말이 있다는 사인인 듯 했다.

“저는 슬로베니아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어요. 그리고 한국어를 병행해서 배우고 싶었는데 슬로베니아에는 그런 교육기관이 없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지만…아무튼 좀 무모한 결정인지는 몰라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알고 싶어서 비행기를 탔죠. 그렇지만 한국에서 언어가 아닌 보이지 않는 벽을 실감했어요. 조금은 의외인 곳에서…”

안드레이는 한국에서 일을 구하려고 국내 비자요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지침’에 따라 인증대학 유학생 비자 우대에 따라 인증 전문 대학의 이공계 졸업 유학생은 구직 비자(D-10 visa) 자격으로 체류하면서 구직활동 할 수 있고 이후 전공 관련 직종에 취직하면 특정 활동 체류 자격(E-7)으로 변경을 허가받아 계속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참고 사증발급 및 체류관리지침)

안드레이는 취업비자 취득을 위해 ‘인증’이라는 것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은 세계 200개 대학 리스트에 들거나 포춘지가 선정한 기업에서 일한 경력소지라는 제약이 있었다고 했다.

“저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Univerza v Ljubljani)에서 좋은 학업성적을 이뤘어요. 하지만 그 대학이 세계 200개 대학 리스트에 들어있지는 않아요.”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국 최초로 외국인 스타트업 비자를 가진 사람이 됐다고 했다. (점수제 평가 통과)

안드레이는 자신이 겪은 문제를 통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더 큰 사회의 문제를 봤다고 했다. 유독 한국에서는 학과 전공이 아닌 출신 대학 때문에 고민을 하는 경우를 목격한다고 했다. 출신 대학에 따라 불리한 시선같은 사회적 압박감을 많이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했다.

진정한 글로벌은 세계와 교호적인 관계를 열어가는 것

“시커랩 사업자등록은 2014년 12월 10일에 했어요. 잡시커 사이트를 열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어요. 한국에서 구직을 하는 사람은 물론, 해외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기도 했죠. 한국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데 외국인 기업으로서 한국내 구인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편이라고요. 해외 인사 담당자 중에는 한국인에 대한 평이 꽤 좋은 편이에요. 뛰어난 실력에 성실함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이먼은 시커랩이 외국인 구직자를 위한 전용채널은 아니라고 했다. 외국기업 혹은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한국인에게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필자는 잡시커는 결국 링크드인 서비스와 결국 비슷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시몬은 단연코 아니라고 했다.

“링크드인 서비스는 업계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탓에 사회 초년생에게는 그 세계가 그다지 편안함을 주는 곳은 아니죠. 저는 여기에 차별점을 두었어요. 사회 경험이 없는 새싹같은 친구들도 경력이 없다고 기죽는 일은 없도록 말이죠. 오히려 그들이 어떻게 개별적인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쌓고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기업 채용담당자는 편리한 열람을 통해 구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을 하고 있어요. 국내 기존 취업사이트나 헤드헌팅 회사에서 등한시한 문제를 잡시커를 통해 증명하고 싶습니다. ”

안드레이와 시몬은 둘 다 외국인이라서 한국인이 겪지 못할 불편도 있지만, 반대로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과 세계를 보는 차별화된 관점도 분명 있다고 했다. 우선 해외 구직정보를 빠르게 수합하고 필터링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서 보는 외국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보는 자국의 입장차 같은 것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구인과 구직사이 미스매치(mismatch)는 언어로 인한 장벽외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세계속 무대에서 지속적인 커리어 성장을 하려면 구직에 대한 사고 방식이 깨어 있어야 한다. 타인과 경쟁구도가 아닌 상호 다름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진정한 글로벌은 자국기업의 일방적인 해외진출 장려가 아닌 세계와 교호적인 관계를 열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비용 최대한 줄여도 아직은 어렵다…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중 하나가 자금운용이라고 생각해요. 사업취지가 좋다하더라고 운영력이 떨어지면 갈등이 배가 되니까요. 시커랩이 서울글로벌센터로 사무실 공간을 얻은 것도 결국 비용절감 때문이에요. 입주 후 6개월 동안 이룬 실적을 토대로 평가를 통해 연장신청이 이뤄집니다.”

현재 안드레이와 사이먼은 서울대 인근에 살고 있다. 원래 따로 살던 그들은 월세를 아껴 비즈니스 운용자금으로 쓰려고 최근 집을 합쳤다고 한다.

“우리 둘 다 공동창업자이자 대표이지만 내부적인 역할 구분은 있어요. 안드레이는 기술개발쪽에 더욱 중점을 두고 저(시몬)는 비즈니스 경영부분, 그리고 우리 인턴인 정하람군은 SNS 채널관리를 비롯한 고객마케팅 부분을 담당해주고 있어요. 솔직히 현재 우리 회사 서비스의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은 마련됐지만, 명백한 수익성을 주는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은 부족하거든요.” 사이먼은 지금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긍정적인 상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웹광고보다는 클린 사이트 유지..연관된 비즈니스 확장에 대한 욕심 커

그렇다면 어떻게 수익을 만들어갈 생각인가?

시몬은 “웹광고를 통한 수익은 그다지 카운트하고 있지 않아요. 대신 클린 사이트를 유지하고 커리어 관련 전문 세미나, 해외 잡마켓 트렌드 리포트, 인터뷰 스킬 코칭 등 연관된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것들을 반드시 우리가 할 필요는 없고 업계 전문가나 기업과 유기적인 협업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필자는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명언을 마음 속으로 되내었다. ‘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 (The journey is the reward.)’

시커랩 창업이 곧 자신들의 삶의 발견이었다고 말하는 챈 시몬과 안드레이 벨치얀.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곳곳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둘의 건강한 행보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 기사는 창업진흥원과 함께하는 글로벌 창업 활성화를 위한 기획입니다.

Moana Song moana.song@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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