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2]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만나다

우리에게 ‘창업국가’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서 보고 들은 이스라엘 생태계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전체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글을 통해 이스라엘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을 소개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최근 들어 우리에게 ‘창업국가’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도시는 예루살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치의 중심이자 유대교,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성지가 모여 있어 전 세계 성지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전경
예루살렘의 상징인 황금사원이 보이는 곳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성지가 모여 있는 올드 시티이다

우리에게 성지순례로만 알려져 있는 예루살렘에도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열기는 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이스라엘 최고 대학 중의 하나인 히브리 대학과의 긴밀한 협업을 기본으로 합니다. 히브리 대학은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멘토링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팀원들 양성소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TIP(Trans-disciplinary Innovation Program)을 통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 뿐만 아니라 학교와 기업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SONY DSC

 

그럼.. 이제 예루살렘에 있는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대해 살펴볼까요?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비영리 액셀러레이터, 시프텍(Siftech)

예루살렘에서 처음으로 찾은 스타트업 지원기관은 비영리 액셀러레이터인 시프텍(Siftech)입니다. 시프텍은 예루살렘에 위치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인 JVP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JVP가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예루살렘 SifTech 1
시프텍에서 액셀러레이션 분야 매니징 디렉터를 맡고 있는 구이 체르니(Guy Cherni)

시프텍은 액셀러레이터로서 한 달에 120달러 정도에 협업 공간도 제공하고, 16주 과정의 정규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2주 과정의 부트캠프 및 스타트업이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쇼케이스 등도 정기적으로 연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IoT 등 기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스타트업 네트워킹 이벤트도 자주 여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250개가 넘는 네트워킹 이벤트를 개최했다고 하는데, 작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 예루살렘에 불고 있는 스타트업 열풍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시프텍은 히브리 대학과 활발하게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히브리 대학에서는 이론적인 부분과 더불어 멘토링을 무료로 제공하고, 대학이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IP)를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프텍이 제공하는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은 지분을 취득하지도 않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금도 없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거친 스타트업이 데모데이를 여는데, 예루살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전역에 있는 벤처캐피탈을 초청해서 스타트업에게 투자유치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프텍이 지분을 취득하지 않으니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을 통한 경제적 이득은 없는데, 투자유치를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이 자신의 경험을 스타트업 생태계(커뮤니티)와 나누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Siftech 2
시프텍은 예루셀럼 벤처캐피탈인 JVP 내에 위치하고 있다. 시프텍 내부에 한글로 쓴 방명록이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차이’가 궁금해졌는데, 시프텍에서 액셀러레이션 분야 매니징 디렉터를 맡고 있는 구이 체르니(Guy Cherni)는 “텔아비브가 비공개 클럽(Closed Club)이라면 예루살렘은 커뮤니티(Community)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 만큼 스타트업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리고 텔아비브가 인터넷과 모바일앱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면, 예루살렘 스타트업은 사이버 보안이나 IoT 등 좀 더 기술적인 분야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예루살렘에는 시프텍 외에 3개의 액셀러레이터가 더 있는데, 최근에는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그리스, 조지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르완다 등의 스타트업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정부 공인 인큐베이터, VLX 

다음으로 찾은 곳은 히브리 대학 공대 캠퍼스 내에 자리잡고 있는 VLX(Van Leer Xenia) 벤처입니다. 이 곳은 이스라엘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Van Leer Ventures와 Xenia 벤처캐피탈이 공동으로 만든 인큐베이터로, 빅데이터/IoT 분야와 같은 하이테크 분야와 메디컬 디바이스 분야, 그리고 이를 융합한 디지털 헬스 등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곳입니다.

VXL 대표인 오리 초센(Ori Chosen)은 자신들은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인큐베이터임을 무척 강조했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요? 국내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TIPS가 바로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입니다.

예루살렘  VLX  1

설명을 듣다보니 VLX가 하는 일이 국내 TIPS 운영기관과 비슷합니다. 이스라엘 경제부 산하에 OCS(Office of the Chief Scientist)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곳이 연구개발(R&D)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국내 TIPS 프로그램처럼 18여 개의 인큐베이터를 지정해서,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 정부 R&D 자금을 매칭하는 구조입니다. 예상컨대 국내 TIPS 프로그램이 OCS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이네요.

이스라엘에서는 운영기관이 7만5천달러를 투자하면 정부(OCS)가 R&D 자금으로 최대 4십5만달러를 매칭하는 구조인데, 인큐베이터가 스타트업 지분 중 25~45%를 획득하는게 특이합니다. 인큐베이터(운영기관)이 투입한 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획득하는게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할까요?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지분을 인큐베이터(운영기관)에 주는데 싫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예루살렘 VLX  투자 구조

OCS를 통해 인큐베이터로 선정되면 최대 8년 동안 활동하며, 투자 실적에 따라 투자 및 매칭 가능한 스타트업 수가 결정된다는 점과 투자한 스타트업을 위한 보육공간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국내 TIPS와 비슷하네요. VLX의 경우 매년 5~6개 스타트업을 발굴할 예정인데, 작년의 경우 35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 검토를 했다고 합니다.

 

하이파에서 만난 인큐베이터, 하이센터(hiCenter)

이번 출장 길에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에 이어 이스라엘 제 3의 도시인 하이파에 들렀는데, 이 곳에서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하이센터(hiCenter)에 들렀습니다. 하이센터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12주 과정의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기술적인 과정과 마케팅 과정을 나누어 진행한다고 합니다. 하이파에는 공대로 유명한 테크니온이 자리잡고 있는데, 하이센터는 테크니온과의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에게 멘토링을 제공합니다.

SONY DSC
하이센터 마케팅 매니저인 츠비카 샤하프(Tzvika Shahaf)

하이센터도 위에서 살펴본 VLX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정부가 지정한 인큐베이터입니다. 하이파 투자자 클럽과 연계해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도 하는데,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OCS를 통해 연구개발(R&D) 자금도 지원합니다.

하이센터의 마케팅 매니저인 츠비카 샤하프(Tzvika Shahaf)는 “하이파가 텔아비브나 예루살렘에 비해 작은 도시이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하이센터는 지금까지 21개팀을 보육했는데 스타트업의 팀원, 특히 CEO의 능력을 유심히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과 아시아를 잇는다, 이스라엘-아시아 센터(Israel-Asia Center)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스타트업 지원기관은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이스라엘-아시아 센터입니다.  이스라엘은 유럽으로 분류(?)되어 미국 또는 유럽과의 교류가 활발한 편인데, 이 단체는 이스라엘과 아시아 지역의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하며 2009년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 아시아 센터
이스라엘-아시아 센터를 설립한 레베카 제퍼트(Rebecca Zeffert)(좌)와 한국인으로 펠로우십을 수료한 하지연씨(우)

이스라엘-아시아 센터는 이스라엘에 유학을 오거나 직장이 있는 아시아 사람들을 대상으로 8개월간의 펠로우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노령화와 헬스케어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또한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창업국가센터(Startup Nation Center)’와 협업을 통해 펠로우십 과정 중에 스타트업 관계자를 직접 초청해서 이스라엘의 창업 생태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습니다.

하이파에 있는 태크니온 공대에 유학을 왔던 하지연 씨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창업가들도 만나고, 직접 앱을 만들어 공모전에 입상한 경력을 가진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스라엘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아시아 센터는 이스라엘의 기업가 정신을 아시아 국가에 전파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강한 분야인 사이버 보안이나 그린텍(Green Tech) 분야에 대해 중국과 협업하는 모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창업자인 레베카 제퍼트(Rebecca Zeffert)는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기업가 정신을 포함해서 더 많은 교류가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정치와 종교 중심지인 예루살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에 대해 살펴봤는데,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은 각 지역에 위치한 대학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도 창업(스타트업)과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가 엄청나게 많은데, 대학이 보유한 우수한 인력과 지적재산권(IP)이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기관과의 실질적인 협업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스라엘에서 만난 스타트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버섯돌이 mushman@venturesquare.net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