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반 해커스페이스가 중요한 이유

해커스페이스는 물리적 공간이 있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으며, 이들이 시간과 돈, 도구 등을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곳이다.

즉, 모여서 같이 배우고, 탐구하고, 가르치고, 실행하고, 창조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장비를 가져다 놓을 수 있지만, 드릴이나 톱, 그라인더, CNC 등의 전통적인 장비들과 최근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등을 기본으로 갖추는 경우가 많으며, 아두이노 등의 보드, 다양한 센서와 모터, 미니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등을 쉽게 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노트북의 보급이 일반화되었으므로, 적절한 전원과 WiFi 등의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해커스페이스는 독일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 나가서 2007년에는 20개 정도에 불과했었던 해커스페이스가 이제는 수천 개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커스페이슨는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모두들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것은 교육과 발명이다.

미국에서는 대체로 비영리기관으로 등록해서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 곳들이 많다.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교육활동을 전개하며, 일반인들이 부담없이 와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 교육하는 것들도 간단한 납땜이나 톱질 워크샵부터 DIY 전자제품 만들기, 해커들의 영원한 테마인 보안이나 암호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많은 해커스페이스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자신들의 발전을 같이 도모하며,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문제도 같이 해결하곤 한다. 또한, 지역의 학교들이나 도서관 등과의 협력도 최근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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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카페의 형태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팹카페(Fab Cafe)가 생기면서 가볍게 커피 한잔하고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터 등을 갖춘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고, 유럽에서는 수리카페(repari cafe)의 형태로 발전해서 동네에 못쓰게 되거나 고장난 기기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고치면서 지역사회 주민들의 사랑방의 역할을 하게 되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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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3 – 네덜란드에 등장한 수리카페

정말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해커들도 있다. 국제 해커스페이스 스페이스 프로그램(International Hackerspace Space Program)에 참여하고 있는 해커들은 2023년까지 해커를 달에 보낸다는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

사실 이들의 목표가 달성되는지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 목표를 위해 배우고, 탐구하며, 자신들의 창조성을 나누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일부 해커스페이스는 미국 DARPA에서 펀드를 지원해서 우주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니까, 이런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반드시 말도 안된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런 여러 가지 형태의 해커스페이스는 사람들이 과거에는 가지지 못했던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해당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공급시킬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멋진 일을 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처음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조금씩 가능해지게 될 때의 쾌감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해커스페이스는 사람들이 이런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며, 각자의 기술이 좋아지고, 사람들이 모이면 정말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교육과 나눔의 정신을 통해 사람들의 협업 에너지가 창조적인 표현을 만나서 발산이 되면 각 개인들의 역량은 놀랍게 발전을 하게 되고, 이들의 협력이 만들어낸 성공의 경험은 지역사회의 역량 전체를 키워낼 수 있다.

해커스페이스는 또한 기업가정신 활동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이곳에서 정말 뛰어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며, 넓은 융합적 시각을 갖추었으면서도 깊은 전문성과 지식을 가진 소위 T자형 인재들이 모여들고 호흡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럽게 과거에는 없었던 혁신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이니, 성공적인 지역기반 해커스페이스가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것은 여러 모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부 해커스페이스는 스타트업들의 협업공간을 겸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영리기업이나 엑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의 형태를 가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최근 사물인터넷이 붐을 이루면서 미국와 중국을 중심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곳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진행되는 테크스타-R/GA 프로그램이나 실리콘 밸리와 중국 심천을 연결하면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HAXLR8R 등이 그런 곳들이다.

이처럼 해커스페이스는 지역사회에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형태와 기능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가능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정부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인 무한상상실 등은 단순히 몇몇 기계들을 가져다 놓고, 학생들 교육이나 창조경제 홍보의 장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고 있는 듯하여 아쉽다.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지역기반의 해커스페이스들이 자생적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렇게 등장한 해커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힘으로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글: 하이컨셉 & 하이터치
원문: http://health20.kr/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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