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 벤처 모태펀드에 첫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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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실리콘밸리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글로벌 ‘펀드 오브 벤처펀드’에 처음으로 투자한다. 이 펀드는 앞으로 국내 벤처캐피털 회사에도 투자를 하게 돼 국내 벤처기업을 해외로 소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투자금융(IB) 업계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펀드 오브 벤처펀드의 선두권인 ‘톱티어캐피털파트너스(Top-tier Capital Partners)’가 하반기 중 국민연금 자금을 받아 국내 벤처캐피털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톱티어 측 최고경영진이 6월 한국을 방문해 국민연금과 벤처캐피털 업체들과 상호 투자유치를 위한 회의를 할 예정”이라며 “선진 벤처캐피털 투자 문화가 국내에 소개되는 한편 국내 유망 벤처가 해외 펀드에 소개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벤처의 요람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톱티어캐피털은 1999년 회사 창립 이후 총 25억달러(약 2조7700억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벤처투자전문 운용회사다. 펀드 오브 펀드(재간접투자) 방식으로, 창업 초기기업(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돈을 대주는 벤처캐피털회사에 주로 투자한다. 페이스북이 우리 돈 2조5000억원에 인수한 가상기기 헤드셋 업체 ‘오큘러스 VR’에 투자해 국내에도 유명해진 ‘포메이션8(Formation8)‘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이 톱티어캐피털에 투자하면 국내 연기금 역사상 외국 펀드 오브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동안 글로벌 펀드 오브 벤처펀드들은 운용기금 규모가 500조원에 육박한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운용자산 규모 6조원인 스위스의 재간접투자회사 ‘애드벡(Adveq)’도 국민연금 투자 유치를 위해 뛰어온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에 대한 해외자금 투자까지 이끌어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국민연금의 투자금을 받는 글로벌 재간접투자회사들이 해외는 물론 한국 벤처캐피털에도 일정 부분 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해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됐던 한국 벤처캐피털과 해외 투자기관 사이에 투자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지금까지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에 대한 글로벌 금융사의 투자는 많지 않았다. 국내 벤처캐피털회사 중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투자계획과 운용성과 보고 체계를 갖춘 경우가 워낙 드물기 때문이다. 해외자금 유치를 위한 영문보고서 작성, 법률 자문 등에 필요한 비용 부담도 커 자금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다.

싱가포르 재간접투자회사인 ‘이글아시아캐피털(Eagle Asia Capital)’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인터베스트와 프랑스 보험회사인 ‘악사(Axa)’로부터 투자받은 프리미어가 해외기관 투자를 받은 몇 안 되는 벤처캐피털이다.
톱티어캐피털과 애드벡 등이 한국 벤처캐피털회사에 투자할 경우 향후 글로벌 자금이 국내 벤처업계로 흘러들어 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들이 투자한 벤처캐피털은 글로벌 수준의 검증을 받았다는 인식이 해외 기관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고, 해외자금을 받아 투자한 이력이 축적되면서 계속 해외자금 유치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충희 인터베스트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과 해외 투자기관들과 교류가 활발해지면 글로벌 투자동향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지고 투자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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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시영/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원문: http://goo.gl/MSYDD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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