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자신만의 사물인터넷 기기 만들 수 있어” 김규동 킬도스랩 대표

“제3차 산업혁명, 디지털 제조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의 새로운 혁신을 논하는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낯선 단어가 있다. 바로 ‘메이커(Maker)’다.” (책 <메이커 운동 선언>의 한 구절)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사람, ‘메이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제품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인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을 전 세계적 대중문화로 전파하고 있다. 이제 개인도 대기업의 제품 못지않게 뛰어난 물건을 만들 수 있고, 자연스럽게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필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DIY 키트를 통해 누구든지 손쉽게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 수 있게 한 김규동 대표를 그의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규동 킬도스랩(Killdos Lab) 대표(32)가 '쿠도이노 IOT 기본 세트' 제품을 들고 있다.

Q. 며칠 전 ‘공공 사물인터넷 해커톤 대회’에도 참가해 대상을 받았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다.

■ 난방비 폭탄 문제와 난방 에너지 낭비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 개발

제6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WSF) 특별 세션으로 진행된 ‘공공 사물인터넷(IoT) 해커톤 대회‘에 ‘밸브 갓(Valve God)‘이라는 팀으로 참가했었다. 나는 팀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개발자 역할을 맡았고, 아이디어를 낸 김규호 박사와는 올해 3월에 처음 만나 햄버거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 참가하기로 했다. 우리 팀은 난방 밸브를 조절할 수 있게 하여 지역난방 아파트 거주자의 난방비 폭탄 문제와 난방에너지 낭비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대상을 받았다.

난방하게 되면 어떤 방은 뜨겁지만, 어떤 방은 차갑다. 차가운 방을 데우려면 계속 난방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뜨거운 방은 더 뜨거워지고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때는 뜨거운 방의 난방 밸브를 적당히 잠가주어 압력 밸런스를 맞춰줌으로써 온수가 다른 방 밸브로도 충분히 흘러갈 수 있게 해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를 위해 온도 센서를 통해 메인 밸브로 돌아오는 물의 온도를 측정하여 어느 밸브에 저항이 많이 걸리는지 계산한 후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조절해야 할 밸브를 알려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Q. 사물인터넷 스타트업 창업 계기

■ 소프트웨어 경력으로 ‘골드러시’ 시장에 뛰어들다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던 2009년, 당시 게임보안회사에 다니던 나는 일주일 동안 iOS 언어를 익혀 TV 편성표를 보는 앱을 만들었는데 이 앱이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후 KT 신사업개발본부에서 근무하다가 뜻이 맞는 직원들과 2013년 7월에 영화 중계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만드는 ‘왈라소프트(Wallasoft)’ 회사로 첫 번째 창업을 했다. 그렇게 계속 내가 좋아하는 보안과 네트워크 분야 일을 해왔다. 창업하고 나서 어렵고 힘든 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믿고 존중해준 아내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시장에 아이폰이 출시된 후 수많은 기회가 창출된 것처럼, 사물인터넷 흐름도 일종의 골드러시(Gold rush)라고 판단하였다.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일종의 하드웨어를 포함한 서비스가 된다. 하드웨어 분야 사람들은 서비스를 모르는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지만, 소프트웨어 분야 경력을 가진 내게는 분명 시장 진입에 있어 강점이 있었다. 2014년 12월, ‘킬도스랩(Killdos Lab)‘이라는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으로 두 번째 창업을 했다.

kudoino

Q. 킬도스랩의 제품을 소개해달라.

■ 뛰어난 확장성을 가진 IC 칩, ‘쿠도이노’

현재 교육 목적의 전기·전자 개발 플랫폼인 아두이노 보드로는 실물모형(Mock-Up)을 만들 수는 있어도 실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부품당 3~4만 원의 단가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기능이 많이 들어가 있고 크기 또한 크다. 나는 이걸 역으로 분석하여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IC 칩을 찾아냈다. 아두이노 보드가 단일 칩 하나로 줄어든 셈이다. 이렇게 되면 IC 칩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보드에 꽂아서 전선으로 이어서 손쉽게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나는 이 IC 칩을 ‘쿠도이노(Kudoino)’라고 이름 붙였다. 참고로 쿠도이노란 ‘아두이노’에 내 이름 ‘규동’의 앞글자를 따서 붙인 합성어이다.

킬도스랩은 작년부터 쿠도이노를 비롯하여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부품 세트를 제조하고 판매하고 있다. 쿠도이노 IoT 기본 세트 상품의 경우 IC 칩, 브레드보드,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블루투스 모듈, 온도/초음파 센서, 케이블, 저항 세트, LED 세트 등 총 19가지 종류의 부품을 한 상자에 담아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시제품과 완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으므로 이 세트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있다.

상상했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쿠도이노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나무의 수분량을 측정하는 나무진찰기, 스마트폰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한 전등 소등기, 초음파 센서를 이용한 키재기 제품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선지팡이, 전기량 실시간 측정기를 만들 수 있다.

쿠도이노 IOT 기본 세트 구성품

Q. 사업 현황

■ 판매와 더불어 강의 및 컨설팅 진행

작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쿠도이노 IoT 기본 세트는 600여 상자가 판매되었다. 국내 대표적 전자/기계 부품 쇼핑몰인 ‘디바이스마트‘로부터 우리 제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킬도스랩 사이트 외에 다른 곳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초등학교 영재학원에 교육용 부품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철원 군부대에 표적감지기 부품으로도 납품한 적이 있다.

현재 제품 판매와 더불어 블로그카페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강좌를 업데이트하고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매일 4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접속하여 정보를 공유 받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부품을 활용하여 대학 졸업 작품 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후기를 남기는 사용자도 있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질문을 남기는 사용자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오프라인 강의를 개설하여 사용자들과 제품을 함께 만들어보고 더욱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복잡한 논리를 알아야 할 필요 없이 이미 준비된 부품들을 보드에 꽂아 전선으로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를 다른 말로 ‘쿠킹 클라스(Cooking Class)’라고도 한다. 준비된 재료를 섞어 ‘오븐에 구워주면’ 자신만의 제품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메이커 운동을 전파하는 회사가 되겠다

최근 전자 하드웨어 개발의 대중화로 누구나 쉽게 사물인터넷 기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킬도스랩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걸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신선한 즐거움을 여러분들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전자 기기 조립을 꿈꿔왔다면 지금 한 번 쿠도이노로 만들어보시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메이커 운동을 전파하고 있는 ‘스파크펀(sparkfun)‘, ‘씨드(Seeed)‘ 같은 회사를 만들어나가겠다.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6Wcc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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