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33]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불합리한 부동산 시장 혁신하는 ‘부동산다이어트’

“주식을 사요. 다른 사람보다 제가 비싸게 살 리는 없어요. 잘못 투자해서 손해 볼 수는 있어도요.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요. 심지어 제가 원하는 매물을 가진 중개업자가 자신과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소개해주지 않을 때도 있어요.”

외국계 기업 컨설턴트 출신 김창욱 CEO는 2013년 봄, 신혼집을 마련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전셋집을 가계약한 후 다음 날 찾아가 보니 공인중개사는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과 계약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미안해했다. 공인중개사는 가계약금 20만 원을 그대로 돌려주었고, 김 CEO는 불쾌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가게를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법률상 가계약도 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그 공인중개사는 김 CEO에게 2천만 원을 돌려주었어야 했다. 지식의 격차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시장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자 불합리한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그는 구시대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혁신 포인트를 찾았다. 인터뷰를 위해 잠실동 사무실을 찾았다.

'부동산다이어트'의 멤버들. 왼쪽부터 오성진 CTO(25), 임성빈 공동CEO(32), 김창욱 공동CEO(30).

Q. 부동산 시장을 선택한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 온라인화되지 못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

창업하려는 마음은 계속 있었다. 신혼집을 구하는 와중에 그런 에피소드를 겪었고, B2C 중에 유일하게 온라인화되지 못하고 있는 폐쇄적 분야가 부동산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산업이 온라인으로 가는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을뿐더러, 시장 규모도 크다고 판단했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 다음 사람도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또한, 지금처럼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서비스를 이용하여 매물을 찾는다 해도 실제 서비스는 오프라인 중개업소에서 받아야 하므로 비싼 중개 수수료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렇게 연결성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고민하다가 ‘부동산다이어트‘라는 부동산중개업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대개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집을 사야 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부동산에 관심이 없다. 반면 나이가 많은 공인중개사분들은 대개 IT에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중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허위 매물로 소비자를 유혹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비싼 중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공인중개사가 자신이 직접 둘러본 적도 없는 집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공인중개사는 집을 사러 온 사람에게는 ‘갑’이지만, 집주인에게는 ‘을’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설사 집에 물이 새는 문제가 있다 해도 알 수 없다. 집을 사러 오는 사람들만 계속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법적으로 공인중개사는 법정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없지만, 실제로는 카드 결제나 세금 공제를 하기 위해서는 부가세를 별도로 떠미는 것도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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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저렴하고 안전한 O2O 부동산 중개 서비스, ‘부동산다이어트’

부동산다이어트는 저렴하고 안전한 O2O 부동산 중개 서비스이다. 작년 2월부터 발로 뛰기 시작해서 올해 1월에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우리 서비스의 주요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써, 기존 소비자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확실하게 짚고 있다.

첫째, 사용자의 돈과 시간을 아껴준다. 집을 구할 때 직접 방문하여 둘러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분들은 100곳 이상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둘러보는 시간 외에 오가는 교통 시간까지 포함하면 보통 몇백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다이어트는 우리가 직접 방문하여 해당 부동산의 사진을 찍어서 공개하고 0.3%라는 저렴한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이도 부동산 소유자가 매매를 부탁한 지 2주가 지나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개 수수료가 무료이다. 외국은 집의 형태가 주로 주택인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파트이기 때문에 우리 인력으로 소화할 수 있는 범위가 50만 가구가 넘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투명한 정보 공개로 안전한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다. 온라인상에 있는 부동산 정보는 대개 사진도 가짜, 조건도 가짜여서 방문 상담을 해보면 ‘매물이 있다.’는 것만 진짜, 비쌀 거라는 것만 진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사전에 해당 부동산의 등기권리증 열람을 통해 안전성이 담보된 매물의 거래 중개 수수료를 100% 카드 결제로 거래하는 원칙을 세웠다. 홈페이지 가입 시에도 본인 인증을 거치도록 하였다.

Q. 어떻게 사용자를 모으고 있나.

■ 올해 2월 첫 거래 발생.. 길거리 명함 배포와 온라인 블로그 운영 중

매일 한 시간씩 길거리에서 명함을 배포하고 발로 뛰며 매물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주말도 없이 일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부동산 가게라 하면 1~2층에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 월세를 아끼면서 수익모델을 증명하기 위해 상가 11층에 사무실을 차렸다. 그랬더니 고객 입장에서는 우리를 경계하며 방어 기제가 작동되는 부작용이 있더라.

첫 거래가 올해 2월에 있었다. 우리에게는 첫 매출이 발생한 순간이라서 감격스러웠다. 70대 어르신이었는데, 부동산을 안전하게 거래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블로그를 보고 찾아왔다고 하셨다. 사무실에 1층에 있지 않아 못 미더웠지만, 중개 수수료가 저렴하여 한 번 만나보고자 방문했다고 말씀하셨다. 이후 그분은 우리 서비스를 통해 2번이나 거래하면서, “(안전한 거래를 확립하는) 그 기조는 유지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라. 부동산 사고가 나면 사고액을 책임져주는 ‘부동산 보험공제’가 있는데, 우리는 전국 최고액인 6억 원 보험 공제액 보험 상품에 가입해놓은 상태이다.

현재 사용자 수는 하루 1,000명 정도이며 대부분 우리 블로그를 통해 유입되는 분들이다. 지금까지 4건(약 30억 원어치)의 부동산 매매를 취급하였고, 가입자 수는 약 150명이다. 원래는 아파트만 취급하려고 했는데, 잠실 지역에 오피스텔을 보유한 사용자가 많아 오피스텔도 거래하고 있다.

Q.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선두 스타트업으로서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 부동산중개업 분야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벤처기업 인증 안 돼

부동산중개업이다 보니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진흥법에서 제외되어 버린다. 투기를 일으킬 수 있고,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시장이라는 이유로 벤처기업 인증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투자를 받는 데에 다른 스타트업과 달리 유리 장벽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이 중소기업의 모태펀드를 연계하여 투자를 진행하는데, 우리에게는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업에 속하는 스타트업들도 벤처기업 인증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 핀테크가 주목받으면서 지금은 벤처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부동산중개업도 대기업만 사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진출하여 혁신을 일으키는 분야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모바일 웹 버전 출시 및 글로벌 진출

우리는 고객의 믿음을 통한 시장 혁신을 꿈꾼다. 이를 위해 우리가 특별히 지키고 있는 원칙은 “고객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보다 우선한다.”와 “모든 거래는 안전해야 한다.”이다. 고객의 마음속에 안심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 우리 스스로가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다음 달까지 모바일 웹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고 현재 강남 지역 중심에서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5,000곳의 부동산 중개업자가 있다. 전국 편의점 수가 25,000곳인 거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이중 우리와 같은 법인은 500곳밖에 없으니 나머지는 자영업자이다. 서비스의 질이 높을 리가 없다. 매년 5천 건에 달하는 부동산 사기가 발생해도 부동산 보험공제 최소 가입액인 1억 원만 배상하고 가게는 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다. 우리는 국내에서 양질의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한 후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중국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 국내 서비스업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도 높은 중개 수수료로 인해 고객의 니즈가 존재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의식주 중에 ‘주’는 확실히 바로잡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의식주이다. 의, 식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주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집 하나에 몇억 원의 금액이 오가는 데도 거래는 10분이면 끝나버린다. 그 10분 동안에 몰랐던 문제가 불거져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장 혁신을 통해 사람들이 집을 거래할 때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원문: http://goo.gl/v7rp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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