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커머스 플랫폼 시장에 대한 단상

지난 6월 18일 소프트뱅크가 쿠팡(정확히 이야기하면 미국 소재 법인 포워드벤처스(Foward Ventures LLC) 의 지분 20%를 확보. 포워드벤처스는 유상증자 형태로 다시 쿠팡 한국법인 자회사에 자금 공급)에 1조 1,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사실 상,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가 소위 스타트업에 단행된 케이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쿠팡1

 

이렇게 큰 규모의 자금이 투자되는 현상에 대해 이은세 씨는 그의 컬럼 (http://besuccess.com/2015/07/velocity-of-money/)에서 ‘화폐유통속도(Velocity of Money)’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컬럼에서 지적한 화폐유통속도란 다음과 같은 개념이다.

화폐유통속도란 ‘거래’ 가치가 ‘돈’의 형태로 창출된 후 그 돈을 획득한 주체에서 다음 주체로 넘어가는 속도를 의미한다. 즉 얼마나 빠르게 돈이 회전하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업의 시각에서는,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난 후, 이 중 대부분을 임금이나 투자, 그리고 배당 등의 형태로 다음 주체로의 ‘Velocity of Money’가 형성된다.

혁신이론과 비즈니스 모델 연구의 대가 중 한 사람인 크리스텐슨(Christensen)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석좌교수는 그의 명 아티클 중 하나인 ‘Reinventing Your Business Model(2008년 HBR 기고된 아티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4가지 인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Profit Formula(이윤공식)’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윤공식에 등장하는 조연들은 크게 Revenue Model – Cost Structure – Margin Model – Resource Velocity의 4가지인데, 자원의 속도(Resource Velocity)를 어떻게 조절하는 지에 따라 Margin Model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의류회사의 한 의류브랜드가 대박이 터져서 물류창고를 대규모 자체적으로 짓고 재고를 쌓아놓고 직접 배송을 진행한다고 할 때, 과거 위탁 물류/배송을 했던 시절보다 평균 재고는 급속도로 높아져서 보유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특수한 외생변인(메르스나 세월호 등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통제불가능한 변인들)으로 인해 고객의 구매전환률이 급속도로 하락할 경우, 사실상 A 업체의 Margin Model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다. Resource Velocity를 어떤 식으로 조율하느냐에 따라 Margin Model이 결정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유비용이 높아져도(물류 기지를 직접 짓고, 재고를 보유하는 비용의 증가), 거래비용(거래가 일어날 때 마다 의류를 제작하여 건별 위탁 배송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등)을 낮춤으로써 마진을 높이는 데 A 업체는 현금자원을 활용코자 할 것이다.

즉, 커머스 사업자에게 점점 더 물류-배송에 대한 직접적 관여는 보유비용은 높아지지만, 고객의 충성도와 구매전환률을 드라매틱하게 높여 플랫폼 상에서의 거래비용을 낮추면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Resource Velocity’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스마트폰)을 통한 거래규모가 높아지면 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커머스 사업자의 이렇게 대규모로 이뤄지는 ‘자원속도’에 관심을 가지고 외부 투자자(재무적 또는 전략적 투자자) 또한 투자자원(화폐)의 속도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지의 여부이다.  이에 대해  이은세는 거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현금을 소비하는 쪽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들의 가치규모가 거대해 져버렸고, 특히 애플로 대표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등장하게 됨에 따라, 현재의 화폐유통속도는 과거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즉 너무 많은 돈이 기업 내에 축적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돈은 축적되어 있을 때는 어떠한 가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돈은 어떤 식으로든 소비되어야 하며, 이때 기업이라면 소비는 주로 고용창출, 혹은 신사업 등을 위한 투자의 형태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것을 뜻하는 신규고용 창출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거대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투자를 통해 현금을 소비하려 할 것이 거의 확실해진다.

출처 : 경향신문(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06042152195&code=930100&med_id=khan)
출처 : 경향신문(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506042152195&code=930100&med_id=khan)

최근 이커머스 시장(특히 Direct E-Commerce)은 이런 화폐유통속도에 의해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획득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편으로, On-Demand Commerce 사업자가 이커머스 사업자와는 다른 플레이로 새로운 고용창출의 가능성과 기존 오프라인의 불편한 경험(Frustration)을 빠르게 없애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을 공유코자 한다.

  • 단상(1)  : 전통적 이커머스 사업자의 전략방향

전통적인 이커머스는 아마존/알리바바/쿠팡의 사례에서 보듯이 물류/배송의 직접소유를 통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확보로 가고 있다. 대다수 이커머스 사업자/소셜커머스 사업자에게 초기 경쟁력은 상품선별과 소싱역량이었고, 물류와 배송은 위탁계약이 당연한 관행. 모바일 커머스의 사용경험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객들은 즉각구매-빠른배송의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 쿠팡은 더 이상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물류와 배송을 직접 소유하게 되면 보유비용은 올라가고 거래비용은 줄어든다. 대규모로 3rd Party로 부터 사입하여 물류창고에 쌓아야하니 보유비용은 늘어나지만, 일정규모 이상 대규모 거래로 인해 건당 위탁배송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거래비용을 장기적으로 낮출수 있다. 전제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거래건수가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거래건수가 신통치 않으면 이 보유비용과 거래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망하게 된다. 즉, 다이렉트 이커머스 사업자는 이 보유비용과 거래비용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존이 무인로봇 드론을 선보이는 이유도 결국 이 보유비용과 거래비용의 효율성 때문이다.  쿠팡이 쿠팡맨을 활용하여 직접 택배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이렉트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O2O란 오프라인 물류/배송영역에서 보유비용과 거래비용의 균형점을 찾아내면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획득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들 사업자에게 우버류의 온디멘드 커머스(다른 형태의 O2O커머스)는 크게 관심영역이 아니다.  대규모 거래를 통해 효율적 비용하락을 유도하기 힘들고, 특정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추가비용을 내고라도 사용하는 영역이기 때문. 온디멘드 커머스(일명 모바일 대신(대행) 커머스) 사업자의 대부분은 물류/배송의 소유없이 위탁 매커니즘을 플랫폼화 하고, 고객의 사용경험을 데이터화 해 분석하는 역량이 탁월하다. 만약 이들이 대규모 거래건수를 통해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확보되면 아마존의 자포스 인수처럼 거대 이커머스 사업자의 인수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단상(2) : 온디멘드 커머스(모바일 대신 커머스)는 영원할 까?

요즘 국내시장에서 부상하기 시작한 1인가구를 타겟으로 삼는 온디멘드 커머스. 홈마스터, 짐카, 쉐어하우스, 세탁특공대 등 Food Delivey에 이어 1인가구 시장이 온디멘드의 핵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모든 것이 우버화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생활편의 영역에서의 이런 ‘uber but for X’스타트업의 등장에 주목한 바 있다.

온디멘드 커머스는 사실상 Demand Side User(사용고객)가 그들의 스마트폰으로 푸시버튼(push button) 몇 번으로 오프라인에서 좀 더 유쾌하고 신선한 경험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는 공통점이 있다. 우버도 알고 보면 기존 콜택시의 불편함(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아무리 콜해도 오지 않는) 프로세스를 모바일로 해결가능한 다른 프로세스/작동방식을 제안함으로서 빠르게 고객을 확보했다.

온디멘드 서비스 사업자가 제안하는 이런 새로운 프로세스/작동방식은 기존에 작동하던 프로세스를 빠르게 붕괴하거나 해체시켜 버리고, 빠른 속도로 Demand Side User 영역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난다. 이 직접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Supply Side User(우버의 경우, 우버 드라이버)의 참여가 일어나며(새로운 고용형태의 도입), 온디멘드 사업자는 양쪽을 연결하는 매치메이커 형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이렇게 특정 온디멘드 사업자가 특정 영역에서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을 구축하면 플랫폼 사업자로서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제도설계에 착수한다. 이 제도에는 교차보조도구가 포함된다.

온디멘드 사업자는 대부분 디멘드사이드 고객에게 ‘당신만의 특별하고 스페셜하면서 맞춤형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의 컨셉으로 기존 전통적인 프로세스와 완전히 다른 서비스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물론 이 다른 프로세스에 이들 고객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 비용은 기존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비용보다 거의 같거나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멘드 사이드 고객이 호응하는 이유는 서비스의 퀄리티가 기존 프로세스를 압도하거나,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퀼리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 새로운 퀼리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디멘드 사이드 고객으로 부터 수취한 비용(최적비용) 중 상당부분을 이 프로세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측면의 고객(서플라이드 사이드 고객, 우버의 경우 우버 드라이버)을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교차보조)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일부를 수수료로 할당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

온디멘드 커머스도 일종의 O2O커머스다. 다이렉트 이커머스 사업자도 O2O커머스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 후자는 마켓플레이스 형 양면시장 플랫폼 모델이고, 전자는 매치메이커 형 양면시장 플랫폼 모델이다.
후자는 모바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점 더 물류/배송의 직접소유가 중요하고 규모와 범위의 경제획득, 보유비용과 거래비용의 균형과 최적화가 중요하다.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건수 확보, 물류/배송영역의 신기술도입을 통해 이 비용을 최적화시킨다. 물류/배송을 직접 소유하는 이유가 명확하다.

전자는 반대다. 모바일 영향력이 커지면서 점점 더 직접소유 보다는 한계비용(고정자산을 가지는 것이 더 큰 리스크)을 낮추면서 디멘드사이드와 서플라이 사이드고객 간의 거래비용을 최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온디멘드 커머스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쿠팡 정도의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확보할 수 없다. 하지만 특정영역에서 메치메이커로서 양면시장을 확보하면 그 역량을 빠르게 인접영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 우버의 Uber Eats가 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uber-eats

[Uber, Food Delivery 분야에서도 Game Changer를 꿈꾸는 가?]

온디멘드 커머스 사업자에게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양면의 고객이 플랫폼에서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섬세한 관리다.

디멘드 사이드 고객이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주기 위해서는 서플라이드 사이드로 참여한 사용자에게 다양한 인센티브, 체계화된 매뉴얼과 지침, 평가제도 등이 시스테메틱(Systematic)하게 돌아가야 한다. 옷, 포장지 등의 표준화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의 디테일이 매우 뛰어나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양면고객의 거래 흔적들이 모두 백엔드클라우드 단에서 차곡차곡 쌓여 그것을 분석하여 더 나은 퀼리티 서비스로 진화하기 위한 준비이다. 투자자들이 온디멘드에 투자하느냐 마느냐의 이슈는 바로 여기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온디멘드 커머스는 ‘아이디어’만으로 접근하면 모두 망한다. 온디멘드 커머스는 경험있고 노련한 기술 인력이 있는 창업팀이 오히려 유리하다. 초기에는 스스로 세탁도 배달하고, 짐도 나르고, 청소도 하겠지만, scale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Supply Side User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하며, 양면 고객의 거래 관계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끊임없이 양면고객이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제도설계를 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성공은 사실 이 제도설계를 데이터에 기반해서 하는 것이다. 그래야 양면의 고객이 계속해서 매몰비용을 쓰면서 플랫폼에 고착화되는 것이다(이론에서는 플랫폼의 Single Homing화라고도 한다).

Single Homing platform으로서 특정 온디멘드 커머스 사업자가 특정 시장을 장악한다는 이야기는 기술적으로 제도설계가 양면 고객에 최적화되었다는 이야기다.

투자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바로 이런 시나리오지, 아이디어가 아니다.

 

글 : 김진영  (Vertical Platform)
출처 : http://goo.gl/cxUk90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