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에 대한 소셜한 이야기

한국의 소셜 미디어, 오늘과 내일
소셜 미디어에 대한 소셜한 이야기

2010년 대한민국은 소셜 미디어의 본격 도입과 전성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소셜 미디어를 이끌어 가는 전문가 다섯 분에게 한국 소셜 미디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정리 정나리 nariel1277@gmail.com
사진 김남용(지민파파) http://jiminpapa.com

토론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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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 에스코토스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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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매일경제 편집국 모바일부 연구원

소셜 미디어, 정의조차도 개인이 만드는 대로

기자_ 모이신 분 모두 소셜 미디어 업계 명강사로 이름을 떨치는 분이기도 하신데요, 소셜 미디어를 모르는 이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뭐라고 정의하시나요?

강함수 대표(이하 강함수)_ 저는 미디어의 소셜이라고 거꾸로 얘기합니다. 여기서 미디어란 뉴스를 생산하는 모든 것을 말하는데요,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중심으로 했던 엘리트 중심의 뉴스나 정보의 생산, 구조화된 시스템을 따르는 유통의 플랫폼이 깨졌습니다. 미디어와 미디어 간에 생산-유통-분배 구조가 개인화됐죠. 매스 미디어만이 아닌, 개인 미디어를 가능하게 만든 플랫폼이 바로 소셜 미디어라고 규정합니다.

이동형 대표(이하 이동형)_ 강함수 대표가 말씀하신 서비스가 바로 과거 커뮤니티라고 불렸던 것과 유사합니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카페, 클럽, 게시판 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죠. 그러나 제 생각에 당시의 커뮤니티와 지금의 SNS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위계질서가 있어요. 정보를 올리는 운영진, 시삽이 따로 있고 대다수는 그냥 정보를 이용만 했죠. 그 비율은 1:9 정도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SNS는 그 비중이 5:5정도로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났죠. 물론 모든 사람이 콘텐츠 생성에 참여할 때 완전한 소셜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정제되고 퍼블릭한 것만이 아닌 가볍고 사적인 이야기도 중요한 콘텐츠가 됐어요. 그 두 가지가 과거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의 차이라고 봅니다.

이성규 연구원(이하 이성규)_ 저는 오마이뉴스 출신입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시민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소셜 미디어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산은 물론 유통-배포의 모든 단계를 시민이 할 수 있도록 민주화시킨 미디어 말입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뭐가 뉴스고 뭐가 정보인지를 재정의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원래 미디어는 엘리트들의 일상의 모습이 뉴스의 중심이었지만 소셜 미디어는 소소한 개인의 일상을 뉴스거리로 만들었죠.

명승은 대표(이하 명승은)_ 소셜 미디어를 층위의 변화, 즉, 패러다임 시프트로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아무나 쓸 수 있는 입력창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쉽게 정의합니다. 소셜 미디어는 도구일 뿐 도구 자체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란 도구가 생겼고, 사람들이 그 도구를 갖고 무엇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자기 몫이 되는 상황. 이것이 바로 소셜 미디어 세계가 아닐까요?

매스 미디어에서는 도구가 사람을 지배했지만,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에 의해 도구가 이용당합니다. 즉, 미디어1.0에서 2.0으로의 변화가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층위의 생성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를 본받고, 변화시키고, 참여성을 갖추려고 할게 아니라, 원래부터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던 것이 발전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관계성이 강화된 것, 즉 소셜화된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이슈가 갑자기 퍼블릭한 영역에 던져지면서,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떻게 보면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개인 스스로가 그냥 표현에 대한 욕망으로 얘기하는 것. 이게 바로 소셜 미디어 아닐까요?

강함수_ 소셜 미디어를 단순히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단순히 매체의 변화로만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소셜 미디어 개념은 옛날부터 있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자연스러운 발달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체는 사람이 만들지만, 그 매체가 문화를 형성하면 매체가 사람을 만드는 단계가 되죠. 재밌는 건, 새로운 매체를 사람이 쓰고 나면 그 기술이 문화를 만드는데, 여기에는 그 새로운 미디어에 맞는 콘텐츠 양식이 필요합니다. 지금 소셜 미디어역시 새로운 채널을 얻은 것이죠. 그럼 그 채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요,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해서는 안됩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표현하는 것에 예전의 방식과 약간은 충돌이 일어나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봅니다. 재밌는 건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사회 상부 구조에서 그 속도를 못 쫓아가면서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그게 변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회가 변하고 인류가 발달하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 문화가 규정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소셜 미디어가 유행이냐, 변화냐, 이것을 해야하냐, 말아야하냐 하는 논의는 의미가 없습니다. 매체 테크놀로지의 창조는 사람의 문화를 형성합니다. 즉 테크놀로지의 창조에 따라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표현양식이 바뀌죠. 유행이냐 변화냐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습니다.

미디어가 아닌 환경의 문제

이동형_ 누구나 일반 대중이 모두 사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한국에서 싸이월드가 2,500만 명이 됐을 때, 라이프 프로덕트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해외 7개국에 진출했지만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았죠. 빠르고 느리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어떤 도구든 상품이든 소비자 즉, 참여자가 결정합니다. 과연 지금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인터넷 초창기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싸이월드를 만들 때도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는 있었죠. 그러나 살아남지 못했어요. 초창기 야후가 만들어졌을 때, 구글도 나왔지만 살아남지 못했고요. 씨앗과 밭의 관계에 빗대면 싸이월드의 DNA와 해외의 밭 자체가 맞지 않았던 겁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도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화, 성숙도, 언론의 자유도, 참여의지가 있는 지식인의 숫자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는 것이죠. 위키피디아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규_ 결국은 인간이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려고 할 때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발전한다고 합니다. 즉 문화가 테크놀로지를 만든 것이죠. 어떤 도구가 어떤 나라에서 성공했고 못했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열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취미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결국은 사회적인 조건과 토대에 의해 다르게 형성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기자_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늦게 들어온 편인데, 그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싸이월드 등의 국내 서비스의 성공이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동형_ 트위터나 페이스북, 싸이월드는 용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싸이월드는 사이좋은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사실 싸이월드 이전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상당히 자극적이었어요. 즉석만남을 조장하는 채팅이 성행했죠. 그러나 점차 보편적 친구관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싸이월드가 부상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싸이월드보다는 한층 느슨하고 쉽게 관계를 구축할 수 있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성공의 원인은 인터넷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전에는 인터넷은 무서운 공간이라는 인식이 많아, 허락된 곳에서만 정보나 콘텐츠를 확인하는 게 옳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당연히 싸이월드가 강세일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인터넷은 안전하다는 인정과 신뢰가 커지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부상했어요. 즉, 공간의 특성이 변한 것이죠.

명승은_ 언론에서는 대세라고 떠들지만 실제 트위터 사용자는 120만 명, 페이스북은 성장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200만 명이 안됩니다. 그러나 이들이 대세라고 하는 것은 성장률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얼리어답터들을 꼰대 네트워크라고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써 볼 것 다 써보고 더 이상 써 볼 게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서비스를 채택하는 것이죠. 얼리어답터는 30~40대가 많습니다. 사실 20대는 트위터를 별로 하지 않아요.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싸이월드를 쓰던 사람이 과연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올까요. 오히려 오히려 국내의 유사한 다른 서비스, 요즘이나 미투데이 등으로 갈 가능성이 크죠.

트위터는 사실 엉성하고 불편한 서비스라고 봅니다. 로우(raw) 데이터만 있고 알아서 API 끌어가라는 불친절한 서비스다. 당연히 10대나 20대 초반은 적극적으로 쓰지 않죠. 요컨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일부 과장이나 확대해석이 있다고 봅니다.

강함수_ 요즘의 화두는 ‘PUBLIC’입니다. 싸이월드는 10대가, 트위터는 30대가 하는 서비스라고 구분하죠. 그러나 이것이 바로 ‘미디어 분열’ 시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단 하나의 미디어만 활용하는 사람은 없어요. 인터넷 뉴스도 보고, 신문도 보고, 트위터도 하고 미니홈피 관리도 하죠. 즉 미디어를 활용하는 정도의 차이라고 봐야지 매체의 차이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입니다. 뉴스사이트, 블로그, 동영상 등 미디어 하나로 유저의 특성을 말하는 것은 어려워요. 페이스북이 백 명, 백 만 명 하는 것은 의미가 없죠. 그것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패러다임 시프트? 미디어의 변천?

기자_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에 비해 상당히 확대해석 됐다는 말에 일정 부문 공감합니다. 그럼 대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동형_ 인터넷에는 수단과 그에 따른 공간이 있어요. 공간으로 설계된 모든 서비스는 게임의 룰이 있죠. 싸이월드의 위너는 예뻐야 합니다. 아저씨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돼요.(다 같이 웃음) 그러나 트위터는 게임의 룰이 다르죠. 사진이 아닌 뉴스, 인사이트 있는 말 등 콘텐츠로 승부를 봅니다. 한번도 싸이월드에서 재미를 못 느껴본 30~40대에게 트위터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제공하기 때문에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팔로어 숫자가 싸이월드의 투데이 숫자보다 가치있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죠.

명승은_ 트위터가 과장되고 확대해석 된 데에는 권위의 힘에 기댄 것도 있다고 봐요. 사람이 미디어를 활용하게 되면 권위의 법칙 같은 것이 적용됩니다. 나와 대화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미디어의 품격이 달라지죠. 즉, 그 과정에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그 씨앗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미디어의 격을 높이고 수준을 높여놨죠. 트위터에는 유명인사들이 미디어의 격을 높이는 역할을 했어요. 과장됐다고는 하더라도, 실제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트위터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인플루언서가 모이면 이야기가 계속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대단한 플랫폼처럼 보이고 그렇게 포장되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성규_ 전 생각이 좀 다른데요, 포장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30~40대는 자신의 내공을 드러내 이를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열정이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평가받고 싶어서 자기를 표현한다고 하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주류인 30~40대에게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있었죠. 물론 카페라는 공간이 있었지만, 카페는 ‘시사’ 빼고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해요. 그런데 트위터라는 공간이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잘 맞아 떨어졌죠.

이중대 대표(이하 이중대)_ 식스팩으로 인정받는 것보다는 이게 더 편하잖아요.(다같이 웃음)

이동형_ 페이스북의 경우도 아이비리그, 즉 엘리트의 한 가운데서 시작했다는 것이 주요 성장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어요. 그 브랜드 가치는 쉽게 잊혀지지 않거든요.

강함수_ 맞아요. 미디어의 확산에 유명인의 사용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죠. 도구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니까요. 오바마, 김연아가 없었다면 트위터가 이렇게까지 발달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기존의 유명인들의 경우 임계치가 꽉 차있는 상황이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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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_ 트위터의 문제점도 많지 않나요? 사용자가 늘면서 그다지 유익하지 않은 정보들이 타임라인을 메우고 있어 예전의 트위터가 그리울 때가 있는데요.

이동형_ 유익하지 않은 정보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은 오히려 매스 미디어의 특성이고 매스 미디어의 문제점이죠. 매스 미디어의 이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바로 소셜 미디어입니다.

명승은_ 맞아요. 트위터의 강점은 정보관리권이 나에게 주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트위터를 ‘음란의 바다’라고 표현했는데, 전 공감이 안되더라고요. 자신이 음란계정을 팔로잉하지 않으면 되거든요. 내가 통제할 수 있기에 마음먹기에 따라 조절 가능한 미디어가 바로 트위터죠. 또 트위터는 자정 기능도 더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블로그 붐이 일었을 때 블로그에는 매스 미디어와는 달리 악성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았어요. ‘자신의 방에는 똥을 싸지 않는다’는 인식, 내 소유의 공간이나 내가 영유하는 공간은 깨끗하게 하고자 하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소셜 미디어는 그보다 더 소셜적으로 진화됐으니 그런 현상은 더욱 줄어들겠죠. 소셜 미디어 자체가 실명제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본인인증의 기능을 합니다.

이동형_ 소셜 미디어에서 욕을 하는 것은 ‘차 안에서 욕을 하는 것’과 똑같아요. 막상 욕을 먹는 상대 운전자에게는 안 들리고,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듣는 상황이죠.(다같이 웃음)

기자_ 그럼 혹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저작권 등에 대한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어떤 생각이신가요?

강함수_ 트위터나 블로그는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트위터에서 욕을 하면 쫓겨나게 되잖아요. 서로 규범을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거죠. 즉 소셜 미디어는 사회자본적인 속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규제와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그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동형_ 법적 규제는 필요없어요. 물론 매스 미디어는 편집과정이 있는데, 소셜 미디어는 편집조차 소셜하게 하죠. 편집조차 소셜하게 된다. 그래서 소셜 미디어는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쉽게 번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법적 규제가 아닌 소셜 편집이 어떻게 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명승은_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같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경우가 많죠. 더 심각한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잘못 확산되는 내용보다 매스 미디어에서 권위까지 부여받아 확산된 정보가 거짓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죠. 미디어 역사상 모든 조작은 매스 미디어에서 일어났죠. 저는 오히려 매스 미디어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오히려 지금 소셜 미디어를 보는 시각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성규_ 미디어는 신뢰를 더 완벽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도 그런 맥락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보는데요, 올드 미디어의 신뢰가 추락하는 위기 속에서 소셜 미디어가 보완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매스 미디어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해 내기 위해 엘리트(에디터)를 이용했지만, 소셜 미디어에는 그보다 더 강력한 소셜 필터링이 있으니까요. 매스 미디어에서 비하면 소셜 미디어가 오보를 보낼 확률이 더 적고, 신뢰도도 높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소셜 필터링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죠. 때문에 좀 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도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의 소셜 필터링과 일반 매스 미디어의 필터링이 협업해서 좀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기업 위기관리

기자_ 물론 의도한 왜곡은 아니지만 실수로 내보낸 허위사실이 기업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이중대_ 그것이 바로 현재 기업의 문제기도 합니다. 특히 이렇게 트위터 스피어에 확산된 허위사실이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넘어가,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인지하게 되면 그 정보는 기정사실이 돼 버리고 위기는 겉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죠. 현재 기업의 경우 소셜 미디어 채널이 없고, 소셜 미디어 대화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위기에 노출됐을 때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위기 관리가 안되는 거죠. 반대로 말하면 거기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명승은_ ‘던킨도너츠(2007)’사건 기억하시죠? 퇴직한 직원이 거짓으로 올린 청결하지 못한 사진이 전파됐고, 그 이후에 여러 가지 던킨 측에서 사진자료들로 해명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는 일으키기 어려웠죠. 물론 개인적으로는 회사의 솔직한 해명과 당당함, 실제 현장을 공개하겠다는 자신감이 신뢰를 주긴 했어요.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 수습은 의미가 없어죠. 즉각적인 대화 참여만이 해답이죠.

이동형_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 권리가 없듯이 이제는 참여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각각의 개개인이 알아야 할 정보는 따로 있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모든 사람이 모든 정보를 다 알려고 하면 사회가 혼란스러워 진다는 인식이 있었죠. 그러나 오늘날 모든 정보는 모든 이에게 열려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기업에 나쁜 영향을 주더라도 공개하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하죠. 소셜 미디어가 그 쉬운 해결을 도울 수 있거든요. 

강함수_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위기관리 차원에서 보면 리얼타임이라는 개념이 Now와 Live라는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요. Now는 즉시 반응을 보이라는 것이고, Live는 살아있는 대화를 하라는 것이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과정이에요. 즉시 라이브로 대화를 하라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봅니다.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오프라인 상에서 위기관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은 많지 않아요. 홍보부와 고객 커뮤니케이션은 엄격히 다른 분야죠. 때문에 기존 방식대로 홍보식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고수하는 것은 잘못됐어요. 기업은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성규_ 문제는 기업이 소셜 미디어의 확산 효과를 간과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당해보면 소셜 미디어 전담팀을 꾸린다느니 하면서 대비책을 세우지만, 당하기 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중대_ 사실 올드 미디어는 대응이 쉬워요. 타깃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현재는 위기의 확산과 원인을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퍼지는 속도는 순식간이에요. 위기가 터졌을 때, 수많은 채널 별로 각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너무 늦은 대응이 됩니다. 결국 기업은 자신의 채널을 확보해두고, 소셜 미디어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어야 합니다. 

강함수_ 기업들은 대화 채널을 생성했을 때 밝혀질 수 있는 기업들의 불편한 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가장 고민합니다. 이것이 기업의 의사소통을 막는 요인이고요. 모든 기업이 언제나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는 없고, 기업의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기업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생성해 주는 것은 너무나 이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마저도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고객과의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명승은_ 저는 기업의 사례를 얘기할 때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예를 듭니다. LG전자 세탁기의 위험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나왔을 때, LG전자는 부족한 점을 방어하고 해명하기에 급급한 게 아니라, 안전캡을 설치하겠다면서 메시지 자체를 바꿔버렸죠. 사실 당시 LG전자의 세탁기가 문제라는 메시지가 나온 것도 아니었어요. 모 기업의 제품이라고만 나왔을 뿐, 그러나 이런 조직적인 선제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이미 그 전부터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리 참여하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갤럭시 A의 스펙다운 사건이 났을 때, 온갖 변명만 했습니다. 처음엔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들이 몰라서 그런다는 말로 일관했다가 결국 3일 후에 사과를 했죠. 그러나 아무도 삼성이 사과한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동안의 변명으로 인해 유저들의 기분은 이미 상해버렸거든요. 그런 상황에서는 그 상황에만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메시지를 더 긍정적인 다른 메시지로 바꿔버리는 시도도 필요합니다. 잘못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로 전환하는 것이 위기관리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형_ 도요타의 급발진 사건을 보면 알겠지만 어느 회사건 동일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이를 인정하고 정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죠.

이성규_ 맞습니다. 해답은 너무나 간단해요. 예전 ‘오마이뉴스’에 있을 때, 학자들에게 원고를 청탁하면 많은 분들이 댓글이 무서워서 못 쓰겠다고 했죠. 자기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던 겁니다. 이는 기자도 마찬가지에요. 자기의 글에 오보가 있다는 것을 자기도 알지만 인정하지 않으려 하죠. 기업도 비슷합니다. 자사의 문제를 지적하면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버립니다. 왜냐하면 자사의 결과물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올 경우, 이를 윗사람 눈에 안 보이게 덮는데만 급급하기 때문이죠. 이런 기업의 권위주의적 시각을 바꾸는 것은 쉽습니다. 이런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면 되죠. 몇 번 해 봄으로써 ‘댓글 맷집’을 기르면 소비자와의 소통의 길이 열립니다.

강함수_ 기업의 위기 대응법은 두 가지에요. 사과의 행위, 개선의 행위죠. 어떤 문제냐에 따라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하는 경우도 있고, 도의적인 책임만 무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든 위의 두 가지 행위가 답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수용되고 실행되고, 작동되기에는 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것이 많기에 그 동안은 꺼려왔으나, 이제는 기존의 언론을 통제한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수시로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포진돼 있는만큼 사과와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기자_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인정은 매스 미디어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 아닌가요?? 굳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요?

이중대_ 단순히 소셜 미디어만으로 위기관리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고요, 온•오프라인의 모든 미디어를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다르죠. 그러므로 소비자 커버를 높이기 위해서 모든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주요 뉴스를 매스 미디어를 통해 내보낸다고 해도, 기업의 블로그에도 같이 알려야 하며,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이런 사실을 알려야 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위기관리를 할 수 있어요.
또한, 매스 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는 언론의 입장이나 관점에 따라 필터링과 게이트 키핑이 됩니다. 그러나 기업이 운영하는 채널(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이렉트로 소통하면, 자신의 입장을 좀더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SNS가 승자

기자_ 현재 SNS 서비스 중 가장 전망이 밝다고 보는 서비스는 무엇인가요?

이동형_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신선하고 싸고 빠른 정보를 줄 수 있는 미디어입니다. 현재 그 조건에 가장 부합한 서비스는 트위터가 아닐까요? 그러나 트위터는 불편하며, 또 항상 유용한 정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내가 좋은 정보를 접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거죠. 현재 가장 빠르게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도구는 휴대전화에요. 그런 면에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바로 답이 될 것입니다. 사실 트위터는 SMS에 적합한 것이지 손 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에 적합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단적으로 회원가입이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들은 회원가입 절차가 없어요. 일례로 카카오톡의 경우 똑같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회원가입 절차가 없잖아요. 사용자 입장에서 회원가입은 내 정보를 어떤 서버에 올리는 것이인데, 그 절차가 생략돼야 하고, LBS기반한 서비스여야 하며, 스마트폰에서의 구현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바로 승자가 될 것입니다.

이중대_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답이죠. 트위터는 RT기능이있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부부처도 지난해 까지는 미투데이 페이지를 개설해 활동하다가 올해는 트위터를 시작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미투데이는 지인마케팅, 트위터는 정보마케팅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트위터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미디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성규_ 시민에게 정보 생산권이 돌아가면서 정보과잉의 시대가 왔어요. 게다가 요즘 리얼타임의 개념까지 들어왔는데, 정보과잉의 시대에 가장 성공하는 서비스는 정보를 잘 선별해 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페이스북은 이 정보 선별권 외에 소셜 필터링 기능이 추가되는데요, 이처럼 과잉 정보 가운데 나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주는 알고리즘이 등장한다면 이 서비스가 바로 성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당분간 페이스북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건, 나에게 가장 유용한 정보를 선별해주려면 위치정보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좋아요’ 버튼의 활용으로 개인의 취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소셜 필터링 기능도 점차 정교해질 수 있고요.

이동형_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결정적인 차이 중 하나는 바로 뉴스피드 기능입니다. 싸이월드는 내 정보를 보려면 친구들이 내 페이지에 와야 하지만, 페이스북은 내 정보가 친구들에게 가죠. 그러면서 내 공간에는 내 정보 대신 친구들의 정보가 있게 됩니다. 즉, 뉴스피드가 게임의 룰을 바꾼 거죠. 최근에 페이스북이 말하는 액티브 스트림은 타이핑을 하는 게 아니라 ‘좋아요’ 버튼 하나로 실제로 내가 행동하는 모든 정보를 가져가는 것입니다. 누가 이 액티브 스트림을 실행하느냐가 관건이죠. 액티브 스트림이야 말로 쉽게 정보를 생산해내는 방식입니다. IT에서의 키워드는 바로 이 액티브 스트림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행동에 앞서 ‘생각’보다는 ‘소통’하라

기자_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주세요.

이동형_ 저는 남에게 도움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콘텐츠든 어떤 방법으로든 남깁니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 기록 비용이 적게 들어서 좋아요. 사람은 두 가지 종류의 일을 합니다. 하나는 생산적인 일이고, 하나는 그 생산을 하다 생긴 스트레스는 풀려는 일이죠. 그러나 소셜 미디어는 예전에는 스트레스는 풀려는 일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생산적인 부분이 더 많죠. 생각없는 소통이 소통없이 행동하는 것보다 더 낫습니다. 생각없는 소통이라도 하는 게 낫죠.

명승은_ 저는 소셜 미디어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좀더 다가서려고 노력합니다. 소셜 미디어의 불모지에 소셜 미디어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고, 소셜 미디어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가 소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제가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증빙하는 사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열린 광장에서 제가 영향을 받는 사람이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보는 거죠. 기자 시절에는 없었던 경험이죠. 이런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중대_ 도움이 돼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저는 철저히 비즈니스 현장에서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려고 해요.

강함수_ 저는 가능하면 콘텐츠의 원생산자가 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나르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로 인해 중개자가 원생산자에 비해 더 많은 파워를 갖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명승은_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조직차원에서 꼭 해야 하는 것인가? 조직 스스로가 이에 대한 문제를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회사가 굳이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무작정 투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또한 청취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직접적인 대화가 바람직한지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듣기가 먼저고 그 다음이 말하기가 아닐까요? 상황에 따라 말하기가 필요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위험한 투신은 오히려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어요. 사장님들이 트윗하면 전 직원이 다 본다는 생각으로 트윗을 하는데요, 이런 자아과잉상태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강함수_ 한편으로 소셜 미디어는 PR활동의 영역을 보다 넓혔어요. 기존 PR활동의 연속성에서 관계, 신뢰를 구축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죠. 고객커뮤니케이션의 정형은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만능주의는 틀렸어요. 중요한 것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의 철학이나 리소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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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성규 연구원, 강함수 대표, 이중대 대표, 이동형 대표이사, 명승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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