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호민관에서 온 편지

상생과 공정사회를 추구하는 여러분들께

상생과 공정사회를 추구하는 여러분들께.

안녕하십니까, 이민화입니다.

지난 1년 여 간 신념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며 임한 기업호민관이라는 직함 대신, 이민화로 인사드립니다. 기업 호민관실은 중소기업의 사정이 악화 일로여서 중소기업 정책의 전환이 시급한 때에 설립되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중요한 사명을 지닌 초대 호민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원과 보호에서 자율과 경쟁으로

제게 기업호민관 활동은 메디슨 창업, 벤처 협회 설립에 못지않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은 전환시대의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진국 진입까지 요소 경제에서 행해진 지원 위주의 중소기업정책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습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지원과 보호의 패러다임에서 경쟁과 자율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규제 혁신은 상생과 공정사회를 위한 중소기업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별 애로와 규제 패러다임- 小進化와 大進化

기업호민관실은 설립직후부터 규제혁신을 소진화(小進化)와 대진화(大進化)로 분류하고, 각각 3대 개방전략과 5대 중점과제를 설정하여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小진화는 개별 기업의 애로를 접수하여 처리하는 규제 개선이고 大진화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규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규제혁신으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최소 규모 조직으로 연간 1200건 처리 역량을 확보 – 小進化

 ‘호민플랫폼’은 한국 최초의 규제 처리 시스템으로 기업인을 위한 ‘규제 길라잡이’로 확대 진화하여 규제 처리의 효율성을 뒷받침합니다.

  ‘호민net’는 전문호민관, 지역호민관, 협력호민관으 로 구성된 외부의  ‘열린 조직’으로, 10여명의 작은 조직인 기업호민관실에 큰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하고 싶습니다. 한편, 규제 학회, 중소기업학회등과 긴밀한 제휴를 통하여 학회의 역량을 호민관실의 내부 역량화 하고 있습니다.

 ‘규제 SNS’는 트위터를 활용한 의견 수렴으로 소셜미디어 활용 1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14만 중소기업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호민 레터’ 매주 중점 규제 개선의 소식을 전하고 기업인들의 의견 수렴을 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비보복, 대중소기업 등의 정책 입안에 결정적인 자료의 원천이었습니다.

 이제 호민관실은 개방의 철학으로  연간 1200건을 넘어서는 규제 발굴, 처리 역량 갖추게 되었고, 조만간 세계 최고의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불과 6억의 예산으로 금년에만 2조가 넘는 규제 개선 효과를 거두었다는 내부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大進化 과제들

규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규제 혁신인 대진화 과제들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10년 묵은 규제인 공인인증서 강제 사용 규제를 해결하여 한국을 웹2.0시대의 인터넷 후진국의 덫을 풀었습니다.  규제 개선의 첫 단추인 민원인에 대한 보복을 금지하는  비보복 정책을  성공시켰습니다. 또한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하여 부처협의를 통해 ‘연대보증’ ‘채무 부종성’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기술 규제의 핵심인 사전 인허가에서 자기 선언 제도 틀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공정사회로 가는 길- 공정거래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혁신은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의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효율적 갑을문화에서 창조적 공정문화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준비한 과제입니다. 준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우려는 대기업과의 대립각의 결과였으나, 이는 대기업을 위한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민관실 출범 이후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금년 7.1일 kick-off 미팅 이후 7.22일까지의 불공정사례 언론 캠페인은 한국의 언론사에 획기적인 사건이기에, 수많은 언론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7.23일 호민관실 1주년 기념 “공정거래 대안 세미나”에서 20개의 개선 대안과 평가 지표인 호민 인덱스 추진을 발표하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의 결과였습니다.

 호민관실의 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두 달 만인 9.29일 동반성장 대책회의가 개최된 것은  한국의 국가 경쟁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신고, 단가 인하 입증 책임 전환, 원가계산서 신고제, 일방적 실사 제한, 성과 공유제, 사전 예시제, 기술임치제 확대, 비밀 유지 약정 체결, 임직원 평가제도 개선,지원센터등 9.29 대책은 7.23일 호민관실 세미나 발표를 부분 수용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참조)

소중한 불씨를 살려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위하여 9.29이후 지속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공정거래의 추진이 기업생태계 문화 개선을 위하여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호민 인덱스를 통한 시범 평가를 기획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9.29 정책의 입법화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내년 하반기에 가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시작되므로 모처럼 달아오른 실용정부의 공정사회 의지의 신뢰가 의문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와 같이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시각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평가 지수- 호민 인덱스

불법적인 불공정거래는 정부 규제의 영역이나, 합법적이나, 국제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불합리한 거래는 정부 규제보다는 사후 평가를 통한 개선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호민 인덱스가 7.23일 세미나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이 지수 개발은 세계 최초로 이루어진 것으로 글로벌 수준으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중소기업 학회, 경영학회와 공동으로 광범위한 연구로 개발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단가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11월에 대기업에 대한 시범 조사가 시행되면 동반성장 문화가 조기에 정착될 것으로 판단하고 서둘러 추진한 것입니다.

호민 인덱스의 추진 유보

이러한 호민 인덱스가 완료 단계에서 실시가 보류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그 과정을 정리해 봅니다.

공청회 중지 요청, 시범 조사 유보 요청

9.29 직후인 10.12일 호민 인덱스 개발의 최종 과정인 공청회 직전, 동반성장 지수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공청회 중지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동반 성장 지수는 당시에는 용역 발주조차 나가지 않은 실체가 불확실한 상태였습니다.) 결국 공지된 공청회여서 개최는 하되, 보도는 못하게 된 것이고, 공청회에서 호민관실은 호민인덱스의 브랜드도 포기하고 동반성장 지수의 일부로서 포함되기 바란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동반성장 지수가 연말까지 완료된다는 조건으로 시범 조사를 유보하게 되었습니다.

동반성장지수 연말까지 어려워

그러나, 동반성장지수가  연말까지 완료는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파악하게 되어, 모처럼 달아오른 중소기업의 기대감을 냉각시키는 결과를 우려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불공정거래가 다시 재개되고 있다는 호소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 11, 12월은 단가 협상의 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중한 시간입니다.

서면 실태 조사의 무산

이에 따라 연말까지 동반성장 지수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호민관실은 호민인덱스 시범 조사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호민 레터를 통한 서면 실태조사를 하고자 하였습니다. 문제는 호민관실 자체의 실태 조사조차도 실시 불가능한 상태에 돌입한 것입니다. 이는 기관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기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파견 직원들로 구성된 호민관실의 한계로 결국 실태 조사를 포기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기관 독립성 호소를 위한 마지막 선택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이 과정에서의  대기업의 역할론은 저는 배제하고자 합니다.

규제 개혁을 위한 호민관실의 독립성

1년여의 짧은 시간이나,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이룩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지원부처의 독립성에 대한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저는 호민관 부임 시부터 물러나는 시점을 생각해왔습니다. 그 시점은 “ 호민관실이 통제받는 시점”입니다.

전 부처의 규제 혁신을 위하여 전방위 대처하는 호민관실이 특정 부서의 통제하에 들어가면 이미 규제 혁신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호민 인덱스 관련하여 거듭되는 통제는 결국 더 이상 호민관실의 모든 규제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 할 것입니다. 

앞으로 규제 혁신을 통한 공정사회 구축을 위하여 호민관실의 독립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제언을 사임서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1) 호민관실의 인사와 예산의 독립을 법적으로 보장

 2) 민간 출연을 통한 운영 예산의 허용으로 실질적 반관 반민화

 3) 호민관 선출 과정에서 중소기업 단체의 추천권

 4) 무급 비상근 호민관을 상근 호민관으로 변경

끝으로

기업호민관실은 1년여 간 1200 여건의 기업 애로 처리 역량을 구축 가장 효율적인 조직을 이룩했습니다. 또한 관계의 시대에 적실한 분야별, 지역별 네트워크와 개방 조직을 형성하였습니다. 혼란과 불확실 속에서도 발전을 위한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신념과 애정을 느낀 업무와 조직에서의 기업호민관이라는 직함은 내려놓지만, 대중소기업 상생과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불행히 호민인덱스 추진 과정상 독립성 훼손의 문제로 사임하게 되었으나 공정사회 구현의 시작인 ‘동반성장’에 반드시 공정거래를 위한 호민인덱스의 취지와 내용만은 반영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열기가 식지 않고 지속되어야 대중소기업 문화가 변화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혁신 아젠다가 제시되기 바랍니다.

일신의 보전을 위한다면 사퇴 이후 조용히 사라져야 하나, 국가의 장래를 위한다면 개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호민관실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견으로 마지막 의견을 올림을 이해바라고자 합니다.

–개인의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대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며,

그로 인해 발전하는 국가를 그립니다. 2010.11.17. 이민화–

* 기업호민관 홈페이지 : http://www.homin.go.kr/

참고자료) -동반성장 대책과 호민관 건의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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