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명백한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늘은 그냥 작은 팁 하나를 드릴까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벤처캐피탈업계에 들어온 이후 접한 거짓말이 아마 그 이전에 수십년간  접했던 거짓말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기 마련이고, 또 사업을 하다 보면 과장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너무나도 명백하고 치명적인 거짓말’을 하게 된면 그 말을 듣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회사에 대해서, 경영진에 대해서 ‘신뢰’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명백한 거짓말은, “우리 회사의 기술력은 최고입니다’ 류의 것이 아닙니다. 투자자가 통상적으로 확인을 요청하거나, 아니면 조금의 수고만 들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더 많은 케이스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다음의 경우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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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대한 계약 혹은 매출 등 바로 확인이 가능한 사항들

미팅을 하는 와중에 회사의 제품 혹은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위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한발 더 나아가서 “저희는 대기업 A사와 계약이 이미 되었습니다” 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와는 분명히 다른 얘기입니다. 그리고 보통 IR을 하실 때 그렇게 계약을 강조하시는 것은 그만큼 그 계약이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럴 때에 보통 “계약이 완료된 것인가요?”라고 다시 묻곤 하는데, 그럴 때에도 그냥 일관성을 유지하시기 위해 그렇다고 대답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의 바로 다음 반응은 “네, 오늘 바로 계약서 사본 열람을 요청드립니다”가 되고, 그 때 당황하시면서 “사실 거의 직전단계입니다” 라고 말씀을 수정하시지만, 이미 늦은 것입니다.

매출 같은 경우도, 예를 들어 “상반기 매출이 어느 정도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20억 수준입니다”라고 하셨으면 실제로 나중에 확인을 할 때 15억-20억 수준이면 그래도 괜찮지만, 10억도 안되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씀을 주셨으면 향후 그 경영진께서 하시는 말씀에는 많은 디스카운트를 하고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바로 확인이 가능’한 것들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서 거짓말을 하면 안됩니다. 벤처투자자는 그러한 사항들을 ‘당연히’ 확인하기 때문에 괜히 그 거짓말 때문에 소탐대실할 수가 있습니다.

(2) 중대한 사업 협력, 과거의 경력 등 전화 몇 통에 확인이 가능한 사항들

위에 언급된 1번보다는 덜 명백하지만 그래도 예를 들어 “지금 A사와 한참 얘기를 하고 있고, 계약서 초안도 이미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신다면, 사실 벤처투자자와 A사 (IT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곳이라면)와는 네트웍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접적인 네트웍이 없다면, 한두 단계 정도만 연결을 시도하면 그 담당자와 연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A사의 담당자와 미팅을 하거나 전화를 해서 확인해봤는데 그쪽에서 “지금까지 한번 만났고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류의 반응이 나온다면, 해당 회사의 경영진께서 하신 말씀들은 모두 다 디스카운트가 되서 역효과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과거에 있던 회사에서의 포지션이나 담당업무를 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역시 저희는 창업멤버/최고 경영진일 경우에는 다방면의 reference check을 통해 확인을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이 때에 당시 상사와 창업멤버와의 말씀이 전혀 다를 경우에는 저희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좋지 않은 관계로 회사를 퇴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으면 그렇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미리 얘기를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는 조금 덜 하지만, 간혹 저희에게 오셔서 “A벤처캐피탈이 이미 투자를 하시기로 확약을 주셨습니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벤처캐피탈 업계 내에서의 네트워킹은 매우 잘 되어 있기에 미팅이  끝나자 마자 바로 연락을 드리기 마련이고 의외로 그쪽 벤처캐피탈에서 “저희에게 와서는 소프트뱅크에게 투자 받기로 했다고 하던데요?” 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의지’가 충만하여 ‘말이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최소한 투자를 유치하는 자리에서는 그러한 내용들이 결국 다 확인이 되고, 만일 그러한 것들이 사실과 달랐을 때에는 훨씬 더 큰 불이익이 가기 때문에 명백한 거짓말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 이런 일들이 너무 자주 있습니다) 사실 회사의 제품/서비스/기술은 너무 좋은데, 괜히 미팅에서 말 실수를 해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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