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세돌 9단을 상대한다.

인공지능이 바둑계에 도전하고 승리를 거머쥐어 세상이 떠들썩하다.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 판 후이(Fan Hui)를 상대로 5전 전승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1996년 딥 블루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하고, 2011년, IBM의 왓슨이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올렸지만, 바둑에서 프로기사를 상대로 성과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딥마인드는 지난 2014년 구글에 인수된 인공지능 개발 기업으로 지난 2011년 신경과학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창업한 회사다.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검색 결과와 번역 등의 서비스 향상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 구글 코리아가 28일, 딥마인드의 알파고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동안 인공지능이 바둑에 도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둑 자체의 경우의 수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많기 때문이다. 구글은 ‘바둑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위치의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 수보다 많으며, 체스에 견줘 10의 100 제곱 이상 많다’며 그 이유를 전했다.

알파고는 전통적인 탐색 트리 방식이 아닌 고급 트리 탐색과 심층 신경망, 즉 딥러닝 인공지능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 신경망은 12개의 프로세스 레이어를 통해 바둑판을 분석한다. 각 계층을 통과할수록 수집된 정보가 점점 압축되고 정교해지는 방식이다.

인간의 시각은 안구에서 뇌까지 직렬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수많은 신경세포를 거치며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강화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뇌에 전달한다. 딥러닝 방식도 이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이 방식을 알파고의 바둑에 적용하면 이렇다.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고 부르는 신경망은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value network)이란 신경망은 그에 따른 승자를 예측한다.

딥러닝 방식의 인공신경망은 강력한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다. 딥러닝의 성공은 컴퓨터의 발전 덕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딥마인드의 알파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플레이하는 게임으로부터 3천만 개의 움직임을 통해 훈련시켰다. 알파고는 자체 신경망 간에 수천만 회의 바둑을 두고, 강화 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사용해 연결고리를 조정함으로써 스스로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학습했다. 구글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알파고는 오는 3월, 한국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미 프로 기사를 상대로 전승을 올리는 단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선수를 상대할 예정이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도전에 “이런 뜻깊은 대국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게임 대결은 흥미롭지만, 알파고가 바둑을 위해 태어난 기술은 아니다. 이미 딥러닝으로 진화한 인공지능이 다양한 장소에서 활약하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을 가려내거나, MRI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뷰노코리아’도 머신러닝 기법으로 CT촬영 사진을 분석하여 진단하는 뷰노매드를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러한 기술을 현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라 말한다. 앞으로 딥러닝은 기후 모형화,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어렵고 골치 아픈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인공지능의 수준은 인간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인공지능의 신경망 수준은 인간의 100만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고양이 사진을 찾아내고, 바둑에서 사람을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인공지능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이다.

글/벤처스퀘어 김상오 shougo@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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