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창의력의 원천이다

요즘 여기저기 강연을 할 기회가 많다. 나도 아는 것이 많지는 않지만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감사히 생각한다.

그러면서 ‘질문’의 힘에 대해서 요즘 생각할 때가 많다. 강연을 마치고 항상 질문을 받는데 그룹에 따라서 그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다. 한국 학생들보다 외국 학생들에게서 더 질문이 많이 나온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외국 학생들

가장 열렬(?)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외국 학생들 을 대상으로 강연 했을 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강연을 4~5번쯤 했던 것 같다. 미국, 싱가폴에서 온 학생들들 각각 수십명그룹,  그리고 세계각국에서 스타트업프로젝트를 하러 온 1백여명 그룹앞에서 어눌한 영어로 강연을 하고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는다고 하자마자 바로 손을 들고 질문이 나오기 시작해서 시간이 다 되서 멈출 때까지 거의 끝도 없이 질문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아주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하기하면서 질문한다.

반면 한국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할 때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큰 그룹으로 수업을 할 경우 특히 그런데 “질문해달라”고 요청하면 잠시 정적이 흐른다. 다른 강사들은 이 순간을 견디지 못해 “질문이 없으면 이만 끝내겠습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가능하면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30초에서 1분정도는 질문을 기다리며 여기저기 둘러본다. 그러다 보면 멈칫거리다가 질문을 하는 학생이 나온다. 보통 누군가 질문을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봇물터지듯 다른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많고, 어떤 학교 학생들은 질문이 별로 없다. 왜 그런 차이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학생과 외국학생들이 반반씩 섞여있는 수업에서 강연해 본 일도 몇번있다. 질문은 거의 외국인 학생들이 도맡아 한다.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나왔는데 교정에서 어떤 학생들이 쫓아와서 “수업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왜 아까는 질문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보니 영어를 잘 못하기도 하고 자기가 너무 유치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됐다고 한다. “영어와 질문은 많이 해봐야 느는 것이니 다음부터는 그런 걱정하지 말고 용감하게 질문하라”고 조언해줬다.

보수적인 문화의 회사일수록 질문이 없다

기업강연을 나가보면 조직문화가 보수적일수록 질문이 없는 편인 것 같다. 회사가 전통산업보다는 좀 새로운 영역에 있고 강연대상이 젊은 직원들일수록 질문을 많이 한다. 회사가 전통산업쪽에 기운 오래된 회사일수록, 강연대상자들이 중년남자 일색일 경우 질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머리가 굳어버린 것일까. 질문이 나오는 경우에도 그 강연장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사장님이 질문을 먼저해야 그 옆에 있는 임원들의 질문이 따라나오는 경우도 있다.

외국에서 컨퍼런스 등에 가보면 일방적인 강연보다는 패널토론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단방향 강연보다는 ‘대화’를 더 중시한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일을 해보면 회의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보다 적절하게 질문을 하면서 상사와 동료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문을 하지 않는 문화에서 성장한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이래서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질문하는 힘은 반복하면 키울 수 있다

고백컨대 내성적인 성격의 나도 성장하면서 전혀 질문이 없던 학생이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기사를 써야 하니 취재원과 1대1로 질문은 했지만 기자회견장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고 질문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내가 작은 회사의 CEO를 해보고, 다음으로 옮겨서 조직의 장이 되고, 특히 SNS를 통해서 많은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면서 상당히 바뀌었다.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호기심과 생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면서 일방적으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서 내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좋은 질문은 관심과 준비를 통해서 나온다

가끔은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사회자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리 다른 분들이 발표할 내용을 리뷰하고, 세미나의 주제분야를 더 깊이 찾아보면서 공부를 하게 된다. 좋은 질문은 그렇게 ‘준비’를 해야 나온다. 그리고 대화할 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맥락에 맞는 적확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경험해본 가장 질문을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뭐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참지 않고 질문을 해댔다. 무례하게 보여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랐다. 당신도 우리처럼 바로바로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질문하는 교육이야말로 ‘호기심’을 키우는 교육이다. 항상 의문을 갖고 진리를 탐구하는 소위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있는 아이디어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다.

영화 빅 숏에서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펀드 매니저 마크 바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영화 빅숏에서 계속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분)의 모습을 보면서 ‘전형적인 유대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학교는 물론 밥상머리에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유대인중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 강연에서 이렇게 질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어떤 분이 자신의 딸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의 초등학생 딸이 유난히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고 한다. 하루는 학교담임선생님 면담을 하는데 “따님이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진도를 나가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들었단다. 너무 충격을 받은 그 분은 아이를 지금은 제주도의 국제학교로 전학시켰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학교에서, 직장에서 항상 누구나 평등하게 질문을 하고 답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글/ 에스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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