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의 현실: J곡선이 아닌 S곡선

우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J곡선(J curve)이라는 용어는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J곡선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는 계속적으로 이야기한 스타트업의 본질을 아주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 “Start”하여 “Up(Growth)”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단순하게)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테지만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J커브 효과’는 사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용어로 스타트업에서 이야기하는 뜻은 조금 다릅니다.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최대한 쉽게 이해해보도록 하고, 과연 J곡선이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소견을 함께 풀어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너무나 두렵고, 겁이 나지만 일단 시작을 하면 별것 아닌 것을 금세 깨닫고 시간이 흐를수록 추진력과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들을 이루어 냅니다. 우리가 그토록 어렵고 힘들어했던 공부를 위한 투자도 적절한 수준의 성취를 이룬다면 그 이후 경험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점점 더 어릴 적 보다는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연료의 반을 사용한다고 하며, 우주선은 일정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거의 모든 연료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J곡선을 단순하게 생각(정의)하자면 무엇인가를 위해 시작할 때, 에너지가 소모되며 하향세를 그리다 어느 시점부터 가파르게 성장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J곡선은 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출발 지점에서부터 자금이 소진되며 변곡점을 지나면서부터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이론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다른 말로 J곡선은 기업의 현금 흐름을 나타내는 모습이라고 정의하고, 이는 기업이 성장하는 데까지 필요한 자금 계획과도 일맥상통한 것입니다. (VC 입장에서는 J곡선 상의 변곡점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IR이 가장 이상적이라고들 하지요.) (https://goo.gl/KyzNIM)

출처 : J-Curve Effect in Private Equity

그러나 필자는 국내에서 초기 기업(스타트업)이 설립되었을 때 실제로 실현 가능한 이론인가에 대한 질문만을 놓고 보자면 과연 현실적으로도 의미 있는 이론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솔직하게도 의미 있기 보단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이상적 그림에 가까울 뿐이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또 하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 더 살펴볼 수가 있는데요. 출발지점을 현금 흐름 시점이 아닌 제품 성장주기의 시점에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죽음의 계곡’이죠.

출처 : Startup death valley

‘왜 기업이 시작부터 자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는지’는 위의 표가 잘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시작점부터 시장조사와 제품 개발, 그리고 시장 테스트에 따른 Pivoting과 제품 출시까지 줄곧 비용이 발생하는 항목인 점을 알 수가 있네요. 간혹 시장 조사가 비용이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나 자리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는 시장조사라면 비용은 노동뿐이겠지만, 퍼소나 추출을 통한 집단 FGI나 O2O와 같은 플랫폼의 잠재고객과 공급 고객의 방문 조사 등 일정 부분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필자가 생각하는 J곡선 상의 이론과 Death Valley의 구조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기업보다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작점에서부터 기댈 곳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의 초기 또는 예비 창업가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준비과정에서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자 형태로는 백이면 백 “어떻게 정부과제를 받느냐” “어디에서 시작할 것이냐”에 초점이 잡혀 있습니다. 이는 시작 자체에서 어떻게 변곡점까지 도달할 것이냐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사용할 줄도 모르는 (경험이 없는) 자금 소진을 위해 자금부터 마련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임을 꼬집어 보려 합니다. 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잘못된 사업 플랜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이미 해외의 성공한 기업들이 어떻게 시작을 하였고,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 익히 들어왔을 겁니다. 예를 들어, 애플/구글(차고), 페이스북(학교 기숙사), 에어비앤비(아파트)와 같은 사례처럼 말이죠. 그들의 초점은 시작점부터 어딘가에 기대기보다 먼저 자신들의 기술력이나 제품에 초점이 잡혀 이것을 검증하는 단계에서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시작부터 자금을 마련하여 돈을 쓰면서 제품을 만드느냐’ ‘제품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검증하는 단계에서 자금을 마련하느냐’는 대단히 다른 시작점이 된다는 것이지요.

국내의 스타트업과 같이 처음부터 정부 지원 사업 등 어딘가로부터 기대어 시작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갚지 않아도 되는’ ‘안 쓰면 바보가 되는’ 인식으로 인해 ‘실패해도 부담이 없다’는 생각으로 결국 기업의 자생력 자체가 상실된 상태로 사업의 영위가 아닌 유지로 이어져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몇 가지 형태로 갈리게 되지요.

1) 정부 자금의 기간이 끝날 때 즈음 다른 과제를 지속적으로 찾고 받는 형태 (배는 점점 산으로 감)
2)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으로 융자 사업을 받아 운영을 이어가는 형태
3) 외주(SI)로 연명(하며 1번과 같이 계속적으로 새로운 정부과제 확보)
4) 투자 유치에 실패하여 폐업

시작 자체가 저렇게 되니 당연히 이러한 결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 두 지표를 이미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원을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불 보듯 뻔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필자의 경우 예비 창업자들에겐 차라리 최대 300만원 이하(Seed money 수준 or 자기 선에서 감당할 수 있는)로 시제품을 검증하지 못할 것이라면 시작은 최대한 유보하거나 재검토를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달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형태로 반복되는 패턴은 결국 J곡선 보다 S곡선이나 주파수와 같은 형태의 불안정한 패턴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정부과제가 시제품을 만들라고 지원하는 금액이 아닌가요?

사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은 창업자가 보는 목적과는 상의합니다. 정부의 주된 최고 목표는 자금지원을 통한 사업자등록. 즉, 고용창출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지 창업가가 시제품을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적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떻게 이 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지 혹은 필자가 제시한 근본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진 않기 때문이죠.

어디에서든 ‘어떻게 하면 과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초점이 있을 뿐, ‘어떻게 써야 하는 자금인지’는 찾기가 힘듭니다. 필자가 깨닳은 가장 효율적인 과제 등의 초기 지원 자금은 자력(자생력)을 통한 시제품과 최소한의 검증을 끝내고 나서 그 이후 시점에 발생하는 다음 단계. 즉, 제품의 양산이나 서비스의 단계적 목표 도달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경우, 자체적으로 검증을 거치기까지 나온 데이터 자체가 하나의 신뢰성 있는 사업계획서가 되어 줄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금 좀 더 고도화된 서비스나 마케팅을 통해 자금 계획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제품을 만들고 나서 검증을 하기 전에 기댈 수 있는 자금이 소진되고 난 후라면 검증부터 양산, 마케팅에 정작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집니다. 물론 융자(대출)과 같은 것으로 충당할 수도 있겠지만, 벨류가 제로인 초기 기업에 자본 잠식 상태에서 정말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투자 혹은 추가 대출과 같은 자금 조달은 상당히 어려워진 후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국내 스타트업이 J곡선과 같은 급성장 모델을 꿈꾸는 기업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근원적인 실수로 인해 시작점부터가 기업의 정의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 밖에 이유는 외부적 환경 요인도 작용이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것은 혁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의 실현이나 국내의 경우 탈규제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 도전하지 못하는 모순, 혹은 창업기업일지라도 일정 조건에 부합되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각종 규제와 설립/운용 비용의 부담 등 여러 부분이 엎친 데 곂친 형태로 제대로 된 성장 계획을 세우거나 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 How to escape from the start-up ‘valley of death’

앞서 이런 상황들이 쭉 이어진 결과가 바로 국내 기업들의 실패 요인이자 데스벨리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죽음의 계곡’을 극복해야지만 성장을 위한 필요 자금 조달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시작점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각종 언론과 기관 행사를 통해 너무나 긍정적인 꿈을 그리고 있으나 현실은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경우가 주변에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실수로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패, 그것을 극복해야만 한다’의 이야기는 단순히 ‘주입식 교육과 다를 것이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기업이 혹은 앞으로 세울 기업이 J곡선으로 성장하려면 이처럼 제일 먼저 CEO의 현명한 판단과 철저한 계획이 병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글: 씬레드라인(필명)

원문: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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