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스타트업이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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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스타트업이 좋아 보였다. 창업 정신 기업가 정신도 와 닿았고, 실리콘 밸리의 문화도 와 닿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이 시대에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삶의 방식이고 혁신의 에너지였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인 내 가슴이 반응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6명이 되었고 한 명을 처음으로 공개 채용해서 다음 달쯤이면 합류하게 된다. 이제 내게 스타트업에 대해 묻는다면…’글쎄 다 까먹었다’. 스타트업이라니, 온종일 우리가 만나야 할 고객을 생각하다 보니 스타트업 어쩌고는 생각할 틈도 별로 없다. 스타트업이 뭐더라. 왜 창업이라고 안 하고 스타트업이라고 하지? 왜 사업이라고 안 하고 스타트업이니 벤처니 이런 표현을 쓰지? 스타트업 관련 뉴스는커녕 일반 사업들에 관한 뉴스도 잘 안 본다. 내 할 일만 똑바로 하기에도 벅차다.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컨텐츠는 비단 스타트업 세계 밖에서도 차고 넘친다. 요새는 high output management를 읽는데 그야말로 걸작이다. 그나마도 바빠서 하루에 몇 장 못 읽는다.

스타트업

언젠가 스타트업과 사업의 차이에 대해 찬란하게 설명해주는 누군가의 강연을 들은 기억이 난다. 멋져 보였지만, 내용은 하나도 기억 안 난다. 전체적인 논리는, 뭐, 스타트업은 스케일업이 가능하다? 스타트업은 IT다? 비용이 적은 것이 스타트업이다? 뭐 이런 선언적이고 멋진 얘기들이었다. 솔직히 온오프믹스에서 자주 소개되는 ‘해적들의 창업 이야기’라는 작은 강연에서 들은 “창업할 때 백만 원도 쓰지 말라”는 얘기가 훨씬 와 닿았다. 고민하면 답은 다 나온다는 것. 충격적이었다. 그런 게 좋은 사업이다.

스타트업은 스케일업이 가능한 것을 뜻한다? IT다?

스타트업은 여전히 뭔지도 모르겠다. 스케일업이 가능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건 모든 사업이 마찬가지다. 레버리지의 힘이 있어야 하고 그런 것이 장기적인 스케일업의 가능성을 높여줘야지, 내가 노동을 다 해야만 돈이 들어온다면 쉽지 않겠지. 그러나 그런 것도 스타트업 아닌가? 스타트업은 자기 돈 안 넣어도 되고 남에 돈으로 하는 거라고? 철없는 소리다. 정부에서 3천만 원을 지원해줬다고 해보자. 3천만 원으로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정말 코딱지만 한 돈이다. 경험은 없지만 꿈만 많은 청년이 인생에서 3천만 원 공돈 생기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거짓말이다.

벤처 캐피탈들이 육성되는 건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확실히 알아둘 것은, VC는 VC 입장에서 얘기한다는 것이다. VC는 1,000팀을 만나서 한팀에게 투자를 진행하면서, “꿈과 열정과 실력이 있으면 이것 보십시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라고 얘기한다. 당장 당신의 눈동자만 바라보고 “와우 당신을 만나서 나는 행운아야!”라며 돈을 쏴줄 거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꿈과 열정과 실력이 있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착각일 거 같다. 우린 아직 VC 투자는커녕 관심도 못 받아봤다. VC를 까는 게 아니고, VC의 처지를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VC는 1,000팀 중에 천재들로만 이뤄진 50팀을 추려내고, 그중에 운이 있어 보이는 팀 10팀을 추려내고, 그중에 시류에 맞는 팀 한두 개를 추려낸 다음에 돈을 베팅해본다. 당신 같으면 안 그러겠는가? 아무나 젊고 건장하면 막 질러줄라고? 그렇지만 VC 들은 동시에 몇 가지 PR을 해야 된다. “아무나 꿈과 노력이 있으면”이라고 하면서 더 많은 젊은이가 더 양질의 아이템으로 더 열심히 뛰게 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VC의 업이 정당화되어야 하고, 동시에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반드시 좋은 팀들이 자신들을 우선 찾아오게 해야 한다. 그러니까 10,000팀 중 한팀한테, 100,000팀 중 한팀한테만 투자를 해주더라도 같은 톤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보라, 우리에게 투자받은 이 평범한 청년들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1년 만에 100억을 벌었노라”라고. “당신들도 할 수 있다”고. 이런 분위기 좋다. 하지만 창업을 한 팀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다. 너무나 좋은 비지니스를 만들면, 그제야, VC들이 찾아올 것이다. 내 돈도 좀 태워달라고. 좋은 기업 발견하기 너무 힘든데, 우리 쩐주들이 요새 핫한 기업에 투자 못 하면 다 떠나간다고. 달리 말하면, 투자받아서 핫해지는게 절대 아니라, 핫하기 때문에 투자받은 것이다.

문제는 창업은 핫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핫해지기 전엔 투자받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핑크빛 꿈에 휘둘리지 말라. 냉정하게 생각하자. 무엇이 얼마나 필요하고, 나의 액션 플랜은 무엇인지. 바둑 한판 안 둬본 내가 전 재산을 걸고 알파고 앞에 앉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누가 나를 위해 베팅해주겠는가.

기업가 정신

기업가 정신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세상을 위해 기여한다는 것. 매일 그 생각을 하고, 날마다 그 생각으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 밥 먹여주는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는 반증이니까 선후관계가 자칫 헷갈려선 안 된다. 오히려 기업가 정신의 최우선은 “우리 사무실 식구들 밥은 안 굶겨야 될 텐데”이다.

무책임한 리더는 싫다. 두부 멘탈로 오너 놀이 하지말자.

난 무책임한 리더는 너무 싫다. 주위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우리 사장이 책임감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왜일까. 책임감 있기 정말 오지게 힘들기 때문 아닐까. 왜 힘들까. 힘드니까 책임감인 거지. 힘든 걸 짊어지고, 내가 끝까지 짊어지겠다는 생각이 책임감 아닌가. 내가 개인적으로 힘들다는 어필은 아니다. 힘들지 않은 것도 책임감 일부다. 가장이라는 사람이 집에 들어와서 힘들다고 맨날 징징대고 있으면 그게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장들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런 두부 멘탈로 왜 오너 놀이를 해야 하지? 남들의 고통을 담보로 혼자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창업이 힘든 이유, 혹은 일반적으로는 사장이 힘든 이유는, 그 재미와 맞닿아 있다. 바로 나의 작은 액션에서 나비효과가 시작된다는 것 때문이다. 내가 조금 더 A를 고민하면 팀이 공명하고 고객이 공명하고 그런 현실화된 행동들이 파장이 되고 급기야 파도가 된다. 내가 B를 고민하면 그 방향으로 모두가 공명해간다. 레버리지가 대단히 커졌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들이 가치 있다면 그게 누군가를 타고 큰 지렛대가 된다. 그게 인생 재미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뭔 짓을 하는지 모르면 그 파장이 엉망진창으로 여기저기로 흩어져나간다. 내가 컨트롤 할 수도 없을 만큼 크게, 지나치게 추잡하게 내 정체가 만천하에 울려 퍼져 나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겉멋으로 창업한다면 그 레버리지 자체에 경악할 것이다. 그게 창업가들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이런 레버리지를 이해하고, 즐기고, 좋은 에너지를 가미할 수 있는 게 좋은 기업가 정신 같다. 즐기자면 세상에 이렇게 즐거운 일이 없다.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더니 내 파트너가 더 생각하고 더 고민하고 더 아름답게 완성하고 있다면 그 이상의 보상이 어딨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파트너 한 명이 주인공이 되어 다시 주위로 공명하고 파도를 만들어 일으키기를 반복한다고 생각해봐라. 또는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 나를 공명시키는 팀원들과 함께 있어봐라. 그 공명을 하루종일 느끼고 살 수 있다. 이 공명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창업가와 월급쟁이의 차이고,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의 차이가 아닐까.

사업에는 사람이 전부다

식상한 얘기지만 나는 사업은 사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람밖에 없어서 하는 얘기일까? 아닐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해서, 사람 간의 공명을 즐기지 않는다면 왜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명을 만들려고 하는가. 이런 공명이 없는 사업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런 사업을 장사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사업은 우리의 철학과 정체성이, 우리의 고민과 교감이 울려 퍼져 나가는 것이다. 장사는 반면에 매출만을 노리는 것이다. 둘 다 사업의 중요한 측면이다. 하지만 매출만을 노린 것을 감히 業이라 부르기엔 아깝다. 차라리 영어로, business 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겁나게 바쁜 일이라는 거지.

이상 스타트업에 대한 짧은 소견이었다.

 

원문: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

글: 천영록(Julius Chun) 두물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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