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J 2016 특강] 개발자를 위한 도트 디자인 특강 속으로

2014년 제주도 디브데이 행사장. 디자이너를 애타게 찾던 한 해커톤 참가팀이 있었다. 셋 다 개발자라서 이미지를 크롭(crop)할 줄 몰라서였다. 그 팀의 외침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누군가는 화성에서 온 개발자와 금성에서 온 디자이너라고. 또 다른 이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논리적 사고를 주관한다는 좌뇌와 감성적 영역의 우뇌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한 그들이 서로의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서, 1인 개발자로 홀로서기 위해서 등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코딩하는 디자이너’, ‘디자인하는 개발자’가 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11월 26일 서울 역삼동 팀스웨어 S2 지하 1층의 산마르코 광장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개발자’였다(몇몇은 기획자였다). 인디 게임 개발자이거나 되고자 하는 그들이 이날 모인 것은 ‘도트(dot)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디자인 팀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1인 인디게임 개발자로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차기 프로젝트가 도트 디자인 게임인데 기획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모였지만 그들 대부분은 1인 인디게임 개발자란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1인 인디게임 개발자로 홀로서기 위해서는 개발도, 디자인도, 기획도 결국 자신의 몫이다. 미적 감각과는 거리다가 멀다는 개발자가 디자인 강의에 주말도 반납하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날 열린 ‘개발자를 위한 도트 디자인 입문 – 도트 클리커 게임 만들기’ 특강은 기획, 디자인, 사운드, 개발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인디게임 개발자를 위해 마련됐다. 48시간 이내에 타인과 팀을 이뤄 주제에 따라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대한민국 게임잼’에 앞서 열린 특강이다. “그래픽 리소스는 내 손으로 만들겠다” 또는 “나도 디자인을 거들겠다”는 개발자들을 위한 디자인 강의인 셈.

도트 디자인은 도트(점) 하나하나를 찍어 그림을 그리는 그래픽 디자인 기법이다. 최근의 복고 열풍과 맞물려 인디게임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80~90년대 고전 게임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비전공자도 비교적 배우기 쉽다는 점이 1인 또는 소규모 인원이 제작하는 인디게임의 특성과도 맞아 떨어져서다.

도트 디자인 특강은 김윤정 디자이너가 맡았다. 아홉 번이나 게임잼에 참여한 인디게임 디자이너인 그는 12년간 게임 업계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14년 인디게임 디자이너로 독립했다. 2014년 인디게임 위크엔드에서 ‘아프로런’이란 게임을, 2015년에는 스킬트리랩 게임잼에서는 ‘내 꿈은 건물주’를, 올해에는 ‘개나 소나 용사’란 인디게임 개발에 참여한 베테랑 인디게임 디자이너다. 디자이너지만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그는 최근 손을 놓았던 프로그래밍을 다시 공부하고 있다. 이날 모인 이들처럼 1인 인디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다.

이날 모인 20여 명의 참가자 중 그래픽 툴 경험자는 단 3명이었다. 험난한 가시밭길이 펼쳐지지 않을까란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인디게임 독립 개발자라는 꿈을 위해 디자인을 배울 흔치 않은 기회라서인지 강의 내내 질문이 그치지 않았다. 도트 디자인 강의는 그래픽 편집 툴의 기능보다는 도트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원리를 가르쳤다. 도트 디자인을 통해 캐릭터, 배경, 아이템, UI 등의 게임 그래픽 리소스와 캐릭터가 걷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이번 강의의 목표였다.

참가자들은 16×16픽셀의 캔퍼스를 크게 확대하고 새 레이어 위에 각자 그리고 싶은 캐릭터를 도트로 그렸다. 아니 찍었다. 디자인 감각이라고는 찾을 레야 찾을 수 없을 것 같던 그들의 손에서 그럴듯한 도트 캐릭터가 그려졌다. 개성 넘치는 수준급의 캐릭터도 여럿 보였다. 이내 테두리만 그려진 캐릭터에 색이 입혀지고 캐릭터가 살아 숨 쉬듯 움직였다. 4시간의 강의로 캐릭터와 배경, UI 디자인이 완성됐다. 이렇게 디자인된 그래픽 리소스는 게임엔진에 불러들여 게임 개발에 사용하게 된다.

디자인은 기능이나 도구를 다룰 줄 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디자인 감각도 중요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영역을 배우는 것은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더 원활히 소통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들이 대한민국 게임잼에서 어떤 인디게임을 만들어낼지 12월 9일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게임잼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게임 개발 축제로,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개최된다. 게임 개발, 디자인, 기획 등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팀을 이뤄 48시간 동안 게임을 즐겁게 개발하는 행사다. 도트 디자인에 이어 12월 3일에는 ‘슈팅 게임 제작을 통한 유니티3D 기본 기능 익히기’ 특강이 진행됐다.

미니인터뷰, “게임잼은 열정 그 자체”

김윤정 디자이너

Q. 인디게임의 매력은

인디게임의 매력은 내 맘대로 만든다는 점이에요. 상사가 원하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즐기며 만들 수 있는 게 인디게임의 매력입니다. 문제는 돈이죠. 그래서 인디게임을 일을 하면서 틈틈이 강의도 하고 있어요.

Q. 김윤정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게임잼이란

한마디로 ‘열정’이에요. 게임잼은 공모전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심사위원의 눈에 띌까를 생각할 필요가 없죠. 물론 인디게임에도 일정한 유행이 있어요. 그러나 게임잼에서는 정말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면 된다고 전 생각해요.

Q. 게임잼에 처음 참여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욕심을 내지 마세요. 욕심을 버리고 ‘놀자’라는 생각으로 가면 돼요. 상용게임 수준의 원대한 기획을 해 봤자 만들지 못해요. 시간도 촉박하고 모인 사람들의 역량도 제각각이니까요. 스트레스만 받다가 끝날 수 있어요. 게임잼은 축제에요. 즐겁게 놀러 간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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