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 “머물고 싶은 공간” 파인 스테이 플랫폼 ‘스테이폴리오’

세상에 있는 모든 미술 작품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시대적 상황, 역사적 사실, 화풍, 작가의 개성 등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를 알고 즐긴다면, 기쁨은 배가 된다. 그래서 미술관에는 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가 있다.

우리가 머무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에는 만든이의 가치가 담겨 있고, 머물렀던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에는 도슨트가 없다.

공간을 위해 도슨트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은 없을까.

“호스트들이 마련한 공간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상묵 대표는 부모님의 식당을 숙박 공간으로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에서 할 수 없는 작은 단위의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때마침 해당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은 몇몇 클라이언트들의 요청도 있었기에 대학교 선배 2명과 14년 1월 리모델링 전문 기업 지랩을 창업했다.

창업 이후 이상묵 대표는 호스트들이 좋은 공간을 마련해놔도 적절하게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지랩이 재창조한 공간 이외에도 알려야 할 공간들이 더욱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존 멤버는 이상묵 대표와 뜻이 달랐고, 결국 고등학교 친구 2명과 함께 15년 4월 스테이폴리오를 스핀오프 하게 된다.

“방 한 칸이라도 우리는 진정성 있는 공간을 원합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머무는 공간(이하 스테이)을 구상하고, 시간/비용/노력을 들여 스테이를 만드는 호스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폴리오는 머물고 싶은 공간을 선별해 소개하고 연결하는 파인 스테이 플랫폼이다. 스테이 정보를 선별해 리뷰하는 ‘픽(Pick)’과 직접 스테이를 방문하고 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거진(Magazine)’ 방식으로 공간 정보를 제공한다.

게스트는 ‘픽’과 ‘매거진’을 통해 스테이 정보를 얻고,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마음에 드는 스테이를 예약할 수 있다.

스테이폴리오는 스테이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스테이를 직접 운영해 수익을 내고 있기도 하다. 현재 제주 ‘눈먼 고래’를 포함 총 7곳을 운영 중이며, 내년 초에는 북촌과 연희동에서 2곳을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스테이폴리오 사무실 일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일반 숙박시설과 스테이를 판매하는 방식은 달라야 합니다. 우리의 고객은 가치를 소비하는 사람이며, 핵심고객은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 입니다.”

스테이폴리오는 고관여 서비스다. 게스트들이 스테이를 고를 때 가격, 일정, 위치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관여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서비스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스테이폴리오는 ‘가치를 소비하라’는 메세지를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자신만의 감성과 취향을 반영해 공간을 구성하고 게스트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가짐을 지닌 사람을 호스트 타겟으로,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 가지고 스테이가 가진 감성과 목적에 맞게 공간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을 게스트 타겟으로 설정했다.

특히 게스트 타겟 중 핵심고객을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인 ‘인플루언서’로 특정했다.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는 팬들을 노린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스테이에 머물고 사진, 동영상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팔로우하는 팬들이 스테이폴리오에 반응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전에 추정하는 수치는 의미가 없습니다. 사후 데이터가 더 중요합니다. 실제 피부로 와 닿는 것은 고객들의 반응입니다.”

스테이폴리오는 전국 약 5만개의 스테이 중 1%인 500개를 선별해 고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을 세워, 지금까지 약 300여 개 스테이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처음에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좋은 스테이를 소개하는 역할만 했다. 스테이폴리오를 보고 스테이를 이용하러 왔다는 게스트들이 점점 늘어나니 호스트들이 신기해했다. 게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에티켓도 나쁘지 않아 스테이폴리오와 호스트들의 상호 신뢰가 쌓여갔다. 지금은 스테이폴리오가 스테이를 소개하기 위해 호스트에게 연락하면, 되려 영광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반응을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숙박권을 미리 주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1천5백만원 규모로 실험적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현재 제주도에서 ‘스페이스 덕’이라는 이름의 스테이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예약 대행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고, 약 2개월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약 50%의 전환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스테이폴리오 구성원들이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탄탄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해 작고 알차게 가겠습니다”

이상묵 대표는 고객들의 반응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직원도 더 뽑고 규모를 조금 더 키워보자는 생각에 투자를 유치하고자 했다. 더불어 투자를 유치하면 또 하나의 성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시재생에 관심이 있었던 만큼 지역경제를 살리는 소셜벤처에 투자한다는 목적을 가진 동그라미재단의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 3기’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데모데이에서 IR피칭을 했을 때 투자자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뜻밖에도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웬만하면 투자를 받지 말라고 조언했다.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지 말고, 내실을 다지다가 정말 필요할 때 투자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상묵 대표는 이에 동의해 속도는 느릴 수 있어도 누구의 관섭 없이 스테이폴리오 만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때부터 이상묵 대표는 마케팅/브랜딩, 운영 수수료, 예약 중개 수수료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정교화하는 것에 구슬땀을 흘렸다.

또한, 지랩과 60억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는 등 공동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데 더욱 집중하기도 했다.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그는 도시계획분야에서 6년간, 스테이 전문 기자로 2년간 활동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스테이들을 글로벌로 알리고, 뜻 있는 공간을 만들고 소개해 지역 문화 및 여행문화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스테이폴리오의 목표는 글로벌 숙박 에이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목표했던 500개의 스테이를 전부 다 확보했을 때 글로벌로 나갈 계획이다. 특별한 스테이들을 해외에 소개해 국내로 게스트들을 유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역으로 해외에 있는 스테이를 국내에 소개해주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팔도에 숨겨진 스테이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당 지역의 이색 문화로 만들어 도시재생을 이끈다는 궁극적인 비전도 세웠다.

이상묵 대표는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최단기간 안에 리소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데이빗 핀처 같은 감독들을 섭외해 넷플릭스만의 특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며 “공간 연결 플랫폼도 충분히 넷플릭스처럼 할 수 있고, 스테이폴리오가 이를 꼭 구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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