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타운과 외상결제 시스템 논란

[김상오의 재팬 스타트업] “상오상, 요즘 온라인 쇼핑몰 외상 결제 시스템이 등장해서 난리에요.” 뜬금없이 온라인 쇼핑몰의 외상 결제 시스템이 난리란다. 일본 대형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ZOZO Town)의 이야기다. 조조 타운은 지난 1998년 등장해 자본 규모 1,300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어떻게 생각해도 스타트업은 아니다. 다만 이커머스 분야에서 보기 힘든 수익모델을 처음 만들어 일본 사회에 큰 반응을 끌어내고 있어 소개한다.

https://youtu.be/vq6AK99xR3w

작년 11월 조조타운은 외상 결제 시스템(ツケ払い)을 새롭게 선보이고 최근 3월부터 대대적인 TV 광고를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한데, 물건을 주문하고 결제 대금은 최대 2개월 후에 지불할 수 있다. 단 비용은 5만 엔(54,000원)으로 제한한다.

신용카드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카드 발급을 받기 어렵거나, 갖고 있지 않은 이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아먄 쓸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미성년자도 특별한 인증없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조조타운이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외상 결제로 부채를 떠안게 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많은 일본인은 ‘약관에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일본 잡지 데일리 신초는 이를 겨냥해 ‘학생을 성인업소로 밀어넣는 악질 기업’이라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으며 많은 블로그와 트위터 이용자 역시 이런 결제 시스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구매 절제력이 떨어지는 미성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으며 5만 엔 제한이라는 점도 부모가 대신 결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외상으로 제품을 받고 제품비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반품도 가능하다.

조조타운의 이런 시도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겉모습만 살펴보자면 제품을 먼저 받아보고 대금을 나중에 지급하는 ‘후불제’시스템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보고 산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편하게 환불할 수 있다. 실제 조조타운도 외상 결제 상품을 반품할 경우 구매 취소를 하는 것만으로 반품할 수 있으며 일부 반품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남아있다. 조조타운은 이런 후불 형태의 시스템을 ‘외상’이라 자극적으로 홍보하고 ‘2개월이나 기다릴 수 없다(2ヶ月も待てないよ!)’며 ‘2개월 돈을 모아 구입하느니 지금 외상으로 질러라’는 뉘앙스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외상 시스템의 자세한 설명이나 2개월 후 결제를 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외상이라 생각하지만, 조조타운은 이미 다른 곳에서 돈을 받는다. (이미지 제작 : 망고보드)

또한, 실제 결제 과정에 별도 금융기관을 활용하는 일종의 대리결제 시스템임에도 외상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의 이해를 방해하고 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조조타운이 외상이라 부르는 이 결제 시스템은 외상도 후불제라 부르기도 조금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외상으로 구매하면 해당 정보를 제휴업체인 ‘GMO 페이먼트’ 결제사로 넘기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제품비를 받는다. 이후 GMO 페이먼트가 소비자에게 청구서를 보내는 형식이다. 이때 수수료가 발생하며 은행을 통한 송금일 경우 해당 수수료도 소비자 부담이다. 일종의 채권 매매 방식이다.

오히려 설명은 GMO쪽이 정확하다. 심사가 존재하며 결제가 완료되지 않은 상품의 소유권은 GMO에 있다고 안내한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금융 기관을 통하는 만큼 심사과정이 필요하다. 이용자가 제품을 외상으로 구매해도 GMO 페이먼트의 심사결과에 따라서 제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고객 정보를 GMO측으로 전달하는 지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또 돈을 내지 못할 경우에 대한 정확한 안내도 없어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길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마시멜로우 테스트.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우 2개를 받을 수 있지만 당장 1개가 더 급한 사람이 많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이번 달의 나와 다음 달의 내가 힘을 합치면 사지 못할 물건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훗날 큰 보상보다 눈 앞의 이익을 쫒는데 급한 것이 일반적인 사람이다. 조조타운의 외상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의 이런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채무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는 의견과 ‘개인의 절제력 부족을 기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에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조조타운은 4월 14일, 미성년자의 외상 결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버즈피드 재팬 뉴스에 따르면 조조타운은 “미성년자는 현재도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약관에 표시되어 있다”며 ‘앞으로는 부모 동의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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