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스타트업으로 살아가는 법

벤처스퀘어가 주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제 5회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데이가 지난 5월 31일 개최됐다. ‘대한민국 테크 스타트업의 트렌드와 전망’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테크스타트업의 현황과 트렌드를 제시하고, 테크스타트업 사례를 공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행사는 테크스타트업 트렌드와 전망, 전략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과 스타트업의 사례발표, 패널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테크스타트업, 대세를 놓치지 않아야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부장

첫 번째 순서로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이 테크스타트업 트렌드와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김 부장은 “에반젤리스트를 새로 나온 기술과 서비스를 미리 학습해서 국내에 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에반젤리스트로 눈으로 본 테크스타트업의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작년까지만 해도 상반기 개발 컨퍼런스 주요 화제는 모바일, OS,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올 해는 달랐다. CES, MWC, 마이크로소프트빌드, 구글 아이오 등 산업 흐름을 전망할 수 있는 행사 모두에 인공지능이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의 부상과 함께 개발자의 ‘책임감’도 논의 대상이 됐다. 김 부장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책임과 철학, 윤리가 주제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또한 개발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악용되거나 개발에 오류가 생길 경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급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율주행자동차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부장은 “인공지능과 이를 다루는 개발자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인공지능 기술 AI for work safety를 통해 실생활 활용 예를 들었다. AI for work safety CCTV는 사람의 행동을 감지, 분석하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 기존 CCTV처럼 단순히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물건을 이해한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독극물이 든 드럼통이 쓰러지면 CCTV가 이를 감지하고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관리자는 현장 책임자에게 통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치매환자가 특정지역을 벗어나면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식이다. 김 부장은 “인공지능은 더 이상 멀리 있는 기술이 아니”라며 “인공지능이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만큼 기술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누구라도 적정한 비용을 내면 평등하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민주화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클라우드, 이제 서비스 위주=김 부장은 “웹서버,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인프라 위주 클라우드는 1세대에 이미 끝났다”며 “클라우드 시장은 이제 서비스 단위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에 따르면 사용자를 예측해서 웹 서버를 만들 필요 없이 원하는 서비스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웹서비스 블록, 데이터베이스 블록, 인공지능 등 필요한 서비스만 붙이면 사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가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레고 같은 용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세는 오픈소스=오늘날은 스타트업에게 기회의 시기이자 무한 경쟁의 시기다. 김 부장은 사실상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기술과 대기업이 사용하는 기술은 별 차이가 없다”며 “다만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오픈소스를 암이라고 칭했던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오픈소스 지지자로 변모했다. 윈도우스토어에서 리눅스를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업계는 오픈소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바일 퍼스트=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 퍼스트, 마이크로소프트 퍼스트’라고 말했다. 오늘날은 다르다. 김 부장은 “모바일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중심으로 UI가 재편하고 모바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iOS와 안드로이드 등 운영체제에 구분 없이 윈도우즈를 지원하고 있다.

정글을 헤쳐 나가는 두 가지 방법

두 번째 발표는 황희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가 맡았다. 황 이사는 투자자 관점에서 본 테크 스타트업 실행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희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황 이사는 스타트업을 정글로 비유했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뿐더러 목적지로 향하는 길조차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며 목적지로 가는 방법은 뭘까. 황 이사는 두 가지 전략을 들었다. 첫째,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것, 둘째, 개발 계획 구체화할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고 정량화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시장의 발견 ▲솔루션 제시 ▲제품 사용환경 및 순서 제시 ▲제품 성능, 기능 법/규제 환경 검토(엔지니어링) ▲제품 요구사항 상세화 크게 5단계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결정된다.

황 이사는 “무리한 점프는 삼가라”고 조언한다. 시장의 발견에서 바로 엔지니어링 단계로 건너뛰는 건 위험하다는 뜻이다. 고객이 원치 않는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테크 스타트업의 특성상 시장 실패 위험이 커진다. 황 이사는 “작은 차이가 하드웨어 제품의 성공과 실패를 가로 짓는 경우가 많다”며 “막연하고 추상적인 시장의 요구사항을 구체화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 앞으로 필요한 투자비용 등 개발 계획을 구체화 하면 사업 전체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황 이사는 사업계획서에 이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업계획은 코파운더와 팀원, 투자자, 주주, 사업을 진행하는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도구”라며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설정해 놓는다면 내부적으로 계획을 수정할 때나 투자자를 설득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정 위기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이사는 각 업무별(WBS) 담당, 일정, 비용, 산출물, 리스크를 고려해 전체프로젝트를 정한 후 실행자금과 투자비용을 산정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많은 스타트업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당장 계획 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일뿐더러 자주 계획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개발자일수록 계획을 구체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황 이사는 “그럼에도 사업에 대한 큰 맥락을 가져야 업무 경중을 파악하고 선택과 집중에 성공할 수 있다”며 “제품분해도(PBS: Product Breakdown Structure)를 기준으로 기초 소요비용 자료를 만들고 일정과 위험부담, 산출물 등을 고려해 실제 담당자가 일을 수행했을 때 드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추산”하라고 말했다.

버티는 스타트업만이 살아남는다

테크스타트업의 실제 사업화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감정분석 알고리즘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 룩시드렙스 남재현 이사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자세’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남재현 룩시드렙스 이사남 이사는 먼저 기존 산업과 4차 산업의 차이를 되짚었다. 그에 따르면 기존 산업과 4차 산업은 아이디어 발전 과정에서 궤를 달리한다. 1,2,3차 산업이 소비자 니즈 이해부터 제품 및 서비스 기획, 기술 개발 단계로 아이디어가 발전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반대다.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이 먼저 존재한다. 기술을 중심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고객을 찾는다.

남 이사는 “4차 산업생태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이 때문에 기술을 가진 테크스타트업이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술 투자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마련할 창구가 마땅치 않고 세일즈 채널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시장의 위치와 정확한 매출을 분석하기 어렵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분석이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룩시드렙스가 마련한 생존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사람과 기술에 대한 이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 니치마켓 확보를 통해 매출 통로 확보다. 먼저 남 이사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남 이사는 룩시드렙스를 예로 들었다. 룩시드렙스는 시선과 뇌파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분석. 가상현실에서 최적화된 감정분석 시스템을 개발한다. 다시 말해 사람이 언제 어떻게 느끼는지 잡아내지 못하면 뇌파 정보도 한낱 기계신호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남 이사는 “개발자만 모여 있다 보니 정작 감정이라는 단어는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감정분석이 핵심 기술인만큼 결국 사람을 이해 하는일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선택과 집중도 중요한 문제다. 남 이사는 “많은 스타트업이 그들이 보유한 기술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모든 문제를 풀기보다 잘 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해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진짜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스타트업으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개발 과정에서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생존을 위한 매출 통로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남 이사는 “세상에 없는 시장에서 매출 구조를 만들어야 하기에 많은 스타트업이 막연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지금 있는 시장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가상현실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산업 군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매출 확보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남 이사는 “정부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 경우 대개 정부 사업을 자금 확보만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보유한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부과제에 참여한다면 목적지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합,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되다 

홍합은 암초에 붙어 서식한다. 해수, 암초의 거친 표면, 바람 등 딱 달라붙기 어려운 최악의 조합임에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비밀은 홍합에 달린 족사에 있다.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족사 하나는 10kg을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접착력이 좋다. 물에 대한 저항성도 뛰어나다.

차형준 네이처글루텍 대표

네이처글루텍은 홍합에서 추출한 접착단백질을 이용, 생체접착제를 개발했다. 두 번째 사례발표를 맡은 차형준 네이처글루텍 대표는 “높은 접착력과 안정성을 갖춘 미래용 생체 접착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미생물 배합 시스템을 이용해 홍합접착단백질을 추출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용 생체접착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네이처글루텍이 개발한 제품은 보유한 세계 유일의 자연물 생체 접착제로 지난 2016년 5월 기본적인 독성시험을 완료했다. 국내외 총 8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방광 누공, 골이식재를 통한 골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여지가 크다. 세계 생체접착체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으로 추산된다.

차 대표는 “우리나라 대부분 산업 기반은 부품과 완제품 시장에 있다. 매출이 많이 발생해도 원천소재가 없으면 다른 나라와 수익을 배분할 수밖에 없다”며 “원천 소재에서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찾는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이면 스타트업답게

“테크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가 발표에 앞서 물었다. 그는”젊지만 성숙한, 새롭고 깊이 있는“이라고 답했다. 구체화 하자면 아이디어와 성숙한 기술, 스타트업 성장에 동참할 뛰어난 인력, 믿고 기다려줄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

김 대표는 특히 신속하고 체계적인 개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탠다드 에너지의 경우 아이디어를 3일안에 검증하는 내부 검증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 기간이 늘어지면 내부 계획이 무산되거나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김 대표는 “하드웨어는 제작과 아이디어 검증, 테스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팀원들의 역량이 발휘 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부분자율출퇴근제, 자유로운 발언 문화 등 스탠다드 에너지의 사내문화를 소개하며 “일하는 사람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것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시장 접근 방법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조급함이 아닌 신속함, 시행착오를 감안한 자금 배분, 자원의 분배와 전환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자원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의 특성상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사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비슷한 것으로 승부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실패하는 편을 택하겠다”며 “스타트업다운 스타트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인 패널토론 시간에는 기조연설에 참여했던 연사와 사례발표를 진행한 3명의 대표가 청중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벤처스퀘어가 주최 및 주관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후원하는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데이는 글로벌 및 국내 트렌드 분석, 산업별 동향, 투자 유치 및 엑시트(EXIT) 전략 등을 공유하는 민간 포럼으로 매회 150여 명의 참석자와 함께 스타트업이 알아야 할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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