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찾는 ‘AI스타트업의 조건’

“인공지능으로 간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2월 자본금 200억 원을 출자해 AI기술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카카오브레인은 AI 기술 연구 개발 뿐 아니라 스타트 투자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AI 개인화 플랫폼인 스켈터랩스 투자나 로봇 모듈 플랫폼 럭스로보에 40억 원을 공동 투자한 게 대표적인 예다.

카카오가 설립한 투자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역시 눈길을 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궤도에 오른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물론 인수합병이 아닌 아예 초기 AI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도 동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벤처스퀘어와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노매드(Startup Nomad) 5기를 공동 운영한다.

스타트업 노매드 5기는 6월 한 달 동안 모집을 거쳐 AI 스타트업 8팀 내외를 선발한다. 챗봇이나 핀테크 등 AI 관련 분야라면 서비스나 제품 관계없고 5년 미만 스타트업이나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현지 법인 설립 등 해외 진출 계획을 가졌거나 영어 피칭이 가능한 경영진이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하면 된다. 5기에선 이들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문가 멘토링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카카오 등과의 사업 협력 기회를 부여하는 한편 7월 31일 최종 선발된 팀에게는 지분 투자와 해외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참가 혜택 등을 부여한다.

이렇게 선발팀은 카카오 내부 AI 전문가에게 사업이나 기술 멘토링을 받는 건 물론 시드 또는 시리즈A 단계 투자를 유치하게 된다. 발굴한 스타트업을 직접 키워 카카오의 AI 사업 파트너로 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카카오 인베스트먼트 박지환 대표.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MBA)를 나와 골드만삭스에서 투자금융 이사로 일한 뒤 카카오 CSO와 다음카카오 전략팀장을 거쳤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박지환 대표는 스타트업 노매드 5기를 공동 운영하는 이유로 “훌륭한 인재 찾기”를 꼽았다. 인재를 보유한 AI 스타트업이라면 함께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고 전문가 협업을 통해 좀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가 눈여겨보는 분야는 AI라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코어 알고리즘을 통한 혁신은 물론 세분화된 영역에서 AI 기술을 응용, 도입한 스타트업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이렇게 AI 분야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AI 전용 펀드를 따로 만들 계획은 없다.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내부 구조 때문. 박 대표는 “보통 VC는 분야마다 투자했을 때 가져올 지분율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만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그렇지 않다”며 “(이런 사전 제약 없이) 우리의 기준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단기적인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국내외 성장 가능성을 갖춘 곳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박 대표가 “이런 건 개발되면 좋겠다는 AI 분야 기술을 실현할 만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성과가 다소 늦게 나와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투자하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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