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의 법칙에서 끌어낸 3가지 교훈

피터 틸(Peter Thiel)은 가장 유명한 미국 창업가 가운데 하나다. 물론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페이팔과 페이스북, 링크드인, 스페이스엑스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피터 틸의 자산은 27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발라벤처스(Valar Ventures)를 통해 수백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투자 활동을 통해 그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저서인 제로 투 원(From Zero to One : Notes on Startups or How to build the future)은 피터 틸이 지난 2012년 스탠퍼드대학에서 강의했던 스타트업 관련 내용을 엮은 것이다. 누구에게라도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영감의 응축제라고나 할까.

이 책이 다루는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물론 스타트업 창업에 관한 얘기다.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에 뛰어들려는 예비창업자가 명심해야 할 3가지가 눈길을 끈다. 잘못된 터에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 바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첫째. 누구와 창업할 것인가=창업을 하려는 상황에서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은 때론 복잡한 일이다. 쏟아 붜야 할 시간이 만만치 않은 스타트업에서 아무나 동업 관계를 맺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피터 틸은 공동창업자를 정하는 과정을 결혼에 빗댄다. 팀내 갈등은 결별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마치 이혼하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이런 이유로 그는 스타트업을 하거나 투자를 고려할 때 팀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동창업자를 찾아야 할까.

물론 함께 협력할 공동창업자를 선정하려면 각자 가진 능력을 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당사자 간 관계가 상호 보완적인지, 함께 일할 때 즐거운지 보는 것이다. 공동의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두고 알아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당수가 공동창업자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함께 시작한 사람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팀을 함께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창업자의 힘은 다른 멤버에게 하고자 하는 미션의 중요성과 타당성, 아이디어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여기에 팀의 용기와 열정, 끈기가 더해져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창업 단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앞으로 벌어질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물론이다.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면 팀원도 늘어난다. 모든 신입은 기업에 통합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어떤 멤버가 월급이나 스톡옵션을 받지 않는다면 기업 활동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피터 틸에 따르면 이런 멤버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장기 가치 창출에는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한 사원이 기업에 적응하고 통합되는 일은 모 아니면 도다. 기업 내 역할이 중요하고 초반부터 많은 기여를 요구받는 반면 자칫하면 기업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다.

◇ 둘째. 역할 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스타트업이라는 모험에 뛰어들 때 마주하는 도전 중 하나는 팀 결집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해결책 하나를 소개하자면 바로 자신의 기업에서 혼자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라면 창업할 수 있는 회사 형태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팀원 없이는 제로투원을 실현하기도 힘들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어떻게 하면 기업 내에서 끈끈한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기업에서 경영진이나 사원은 각자 다른 역할을 맡는다. 마찬가지로 창업자는 투자자와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는다. 든든한 결집력과 역할 분배가 장기적 비전을 바탕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피터 틸은 아래 3가지를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 소유권(Ownership) : 법적으로 회사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이 누구인가.
  • 점유권(Possession) : 실제로 매일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 통제권(Control) : 공식적으로 회사에 생긴 일을 통제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평범한 스타트업을 예로 들어보면 회사 소유권을 창업자, 직원, 투자자가 나눠 갖는다. 점유권은 이사진과 직원, 통제권은 창업자와 다른 투자자로 이뤄진 이사회에게 주어진다. 사실 현실은 이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위와 같은 역할 분배가 논리적이지만 의견 불일치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 회장을 예로 들어보자. 회장은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적은 비율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소유권보다는 점유권을 통해 개인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다. 높은 급여와 운전기사, 개인 비행기를 유지하는 데 좋은 4분기 실적을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불일치는 다른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단기 실적이 주식을 통해 보상된다면 중기 개발 계획에 투자하는 대신 비용을 절감하는 편이 개인에게 훨씬 수익성이 좋고 쉽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구조나 자본 면에서 훨씬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선 창업자가 소유권과 점유권을 동시에 갖는 게 어렵다. 따라서 통제권과 소유권 사이의 갈등 그러니까 투자자와 창업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투자자는 빨리 이익을 내기 위해 스타트업이 가능하면 빨리 상장되기를 바라는 반면 창업자는 그전에 개발을 계속하기를 선호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대립과 분쟁을 막을 수 있을까. 피터 틸은 가능하면 이사회 규모를 줄이라고 조언한다. 심지어 비상장사의 경우 최대 정원 5명, 이상적으론 3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말한다. 그보다 규모가 큰 이사회를 구성하는 건 회사를 잘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반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셋째. 급여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피터 틸이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 대표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얼마나 급여를 가져가고 싶으냐라고 한다. 대표 급여가 적은 회사일수록 더 잘 돌아간다는 것.

이 짧은 분석은 그가 수백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하면서 얻은 교훈이라고 한다. 대표가 너무 높은 급여를 받게 되면 대표는 회사의 현상과 자신의 급여를 지키려는 것에 골몰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적은 급여를 받는 대표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는 대신 모든 에너지를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에 쓴다고 한다. 더구나 이는 회사 전 직원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피터 틸은 저서에서 박스 CEO인 아론 레비(Aron Levie)의 사례를 예로 든다. 그는 항상 자기 회사의 모든 직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기업 미션에 애착이 큰 직원도 덩달아 같은 수준의 급여를 택하게 됐다고 한다.

기업에게 고무적인 급여를 주는 게 장기적인 비전은 아니다. 어떤 부서 지원자가 회사 비전보다는 돈에 입사 동기가 있다고 치자. 기업 입장에선 회사가 하는 일의 본질에 동기 부여가 된 진짜 직원보다는 용병으로만 채워질 것이다.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는 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한편 부서간 혹은 부서 내 갈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월급 뿐 아니라 지분을 분배했을 때 유익한 점이 많을 것이다. 지분 배당을 통해 직원에게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독려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탁월한 방식으로 분배해야 한다. 피터 틸은 다음과 같은 우려 사항을 지적한다. 이런 지분 참여가 분쟁보다는 협력을 이끌어내게 하려면 분배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직원에게 지분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건 대부분 실수라고 말한다. 각자 다른 재능과 책임, 기회비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전체에 이런 정보가 알려졌을 때 초래될 불공평과 갈등을 잘 보여주는 예가 페이스북에 있다. 2005년 페이스북 벽을 장식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나중에 2억 달러까지 가치가 치솟은 지분을 받은 적이 있다. 2010년 입사한 엔지니어는 200만 달러 밖에 손에 쥐지 못했는데 말이다. 누가 됐든 회사에서 현금보다 지분을 가져가는 걸 택한다는 건 장기적 관점으론 회사의 미래 가치를 키우는 데 참여하고 싶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건실한 스타트업을 키우는 건 쉽지 않다. 좋은 CEO가 된다는 건 매일 배우고 노력하는 걸 의미한다. 왜(Why)라는 질문을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나날이 당신의 결정을 이끌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창업은 미지로 가득한 매우 강렬하고도 인간적인 모험이다. 다른 사람의 경험에서 배워야 하고 시도하는 것, 실수하는 것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이 글은 바벨탑이 번역, 소개한 것이다. 바벨탑은 통역번역대학원 출신 전문 번역사로 이뤄진 번역 스타트업이다. 전문성 뿐 아니라 전문 분야별로 특화되어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해당 기사의 원분은 여기, 번역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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