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데모데이의 3가지 특징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여는 데모데이는 일반 행사와는 다르다. 액셀러레이터가 선별한 스타트업을 3개월 남짓 기간 동안 집중 보육한 다음 투자자 앞에 공개하는 행사이기 때문.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1차 검증을 마친 스타트업인 만큼 투자자도 더 관심을 보인다. 대표적인 국내 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로는 프라이머의 프라이머 데모데이 같은 게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액셀러레이터 데모데이는 과연 어떨까.

세계적인 엑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의 데모데이

지난 8월 1일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열린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 500스타트업이 개최한 배치21 데모데이(Batch 21 Demo Day) 현장에 다녀왔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미국 데모데이의 몇 가지 특징을 짚어본다.

◇ 오직 스타트업과 투자자만을 위한 행사=미국 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의 가장 큰 특징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 관계자 등 오직 투자자만 참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언론사 기자도 허용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된 상태로 진행하는 국내 데모데이와는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데모데이의 원래 목적인 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투자자들로 꽉찬 행사장

투자자 자격으로 데모데이에 참석하려면 회사 소개, 관심 투자 분야, 투자 평균 규모 같은 정보를 작성한 다음 엑셀러레이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지어 500스타트업 데모데이는 50∼100달러짜리 참석 티켓을 따로 구입해야 한다. 이런 귀찮은 과정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액셀러레이터가 여는 데모데이인 만큼 수많은 투자자가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짧은 피칭, 하지만 핵심을 담은 발표=500스타트업 데모데이의 피칭시간은 2분이다. 배치21에 선발된 28개팀 모두 2시간 내로 발표를 해야 하니 각자 주어진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2분 안에 자신의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모든 걸 담는다.

모든 팀은 마치 교육을 받은 것처럼 발표 양식이 비슷했다. 디테일은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 문제점, 해결책, 팀, 시장 크기, 수익 및 성과를 2분 안에 담아냈다. 평균 발표 비중을 보면 해결책(30초), 문제점(20초), 수익 및 성과(20초), 시장 규모(15초), 팀(15초)로 배분되어 있었다.

1달러 이하 정수용 필터 종이를 만든 ‘folia water’

주목할 만한 점은 숫자가 발표 내내 굉장히 강조된다는 것이다. 어떤 팀은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기도 전에 먼저 수익 및 성과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수치에는 주로 MoM(Month-Over-Month, 전월 대비 성장률), 거래량(Transaction) 같은 지표가 쓰였다. B2B 비즈니스인 경우에는 이름있는 파트너 고객을 강조했다. 또 스타트업 상당수가 발표 마무리에 다시 한 번 자사의 수익과 성과를 곱씹어 강조했다.

피칭을 시작하자마자 성과부터 공개한 ‘improvado’

◇ 축제 같은 분위기=28개팀 발표가 모두 끝나자 스타트업 발표 자료를 비추던 스크린에 갑자기 힙합 뮤직비디오 한 편이 나온다. 그런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조금 전까지 열심히 자신의 스타트업을 어필하던 대표들이었다. 이 행사 하나를 위해 모든 스타트업이 다 함께 뮤직비디오 한 편을 찍은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500스타트업의 모든 스타트업이 무대 위로 올라와 단체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도한 것이겠지만 배경 음악은 ‘돈을 모으자(Raise that money!)’. 노래 가사에 맞춰 단체로 합창을 하기도 한다. 진행을 맡은 사회자로 “투자자 여러분. 빨리 주머니에 있는 수표를 꺼내라”는 진담 같은 농담을 던지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진귀한 풍경이다.

축제 분위기 같은 데모데이

뜨거웠던 분위기도 잠시. 노래가 끝나자 투자자는 피칭에선 듣지 못한 더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스타트업 부스가 있는 옆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와 발표 영상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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