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찾는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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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면 어쩐지 비슷한 모양새를 한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자동차 소리, 바람소리, 음식 주문하는 소리, 온갖 소리가 귓가를 스치지만 같은 말…. 한마디로 한국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낯선 땅에서 마주하는 동질감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다가온다. 때로는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낯선 이국땅에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로고스 법률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인큐베이션과 코워킹스페이스, 액츠다. LA 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액츠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독립 공간 8개와 20여명이 일할 수 있는 오픈 공간으로 꾸려졌다.

이용진 로고스 변호사

잠시 한국을 찾은 이용진 로고스 변호사는 “어바인은 블리자드, 브로드컴 본사가 위치한 만큼 엔터테인먼트 산업 인프라가 풍부하고 바이오, 제약, 건강식품 등 한국 내에서 제재에 가로막혀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유리하다”며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어바인은 한국인이 정착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큰 실리콘밸리보다 어바인은 초기 스타트업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좋은 곳”이라며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로고스 구성원, 회계, 투자, 법률 등 다종다양한 분야의 멘토단 20명과 함께 미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도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가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만큼 어바인에서도 코워킹플레이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자와의 접근성, 원하는 팀원을 구할 수 있는 여건, 첨단시설 등 코워킹플레이스를 찾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액츠는 한국 스타트업에 방점을 둔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가능한 인력이 액츠에 상주해 우편과 전화 등의 업무를 대신해준다. 사업 초기 스타트업이 가질 수밖에 없는 심리적 부담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더불어 회사 설립부터 운영에 필요한 서류까지 모두 정관 회사 운영 방식을 담은 계약서를 꾸릴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회사를 만드는 것과 필요한 관련 서류를 만들어 놓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 검토를 해보면 회사를 꾸려나가는데 필요한 서류를 채 꾸려놓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액츠는 로고스 변호사 3명이 상주하며 법인 설립 단계부터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계약관계까지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법률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액츠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현지 사정에 걸맞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주에 비해 노동법이 노동자 편에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다. 퇴사 후 일어날 수 있는 노사분쟁을 예방하려면 시작 단계부터 고용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한국과는 달리 노동법과 계약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놓치기 쉬운 현지 사정을 꼼꼼히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창업을 돕기 위한 창업을 한 셈”=결과론적으로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를 업으로 삼았지만 이 변호사 마음 한 편엔 창업 의지가 끓고 있었다. 벤처법률지원센터에서 인턴생활을 했을 만큼 창업은 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다시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 변호사는 창업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창업 생태계와 더욱 맞닿아 있었다. 준거법에 의해 계약이 오가고 회사가 만들어지는 과정, 법이라는 틀 안에서 재화와 서비스, 노동가치가 구현되는 모습, 크게 보자면 설립단계부터 폐업까지 회사의 생애주기를 필드에서 익혀온 셈이다.

그럴수록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는 커져갔다. 그의 말마따나 ‘창업을 돕기 위한 창업’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한국 스타트업이 지원을 통해 해외 컨퍼런스에 나가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런데 사실 이를 통해 해외 진출 성공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현지 사정에 맞는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무대에서 운 좋게 다른 회사와 연결이 된다해도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거나 미국 현지에 거점을 두지 않아 한국과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 진출 목적과 현지에서 거두고 싶은 구체적인 성과를 설정하면 그에 따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현지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 컨설팅에 따라 정부조달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은 여성, 외국인 등 소수자를 위한 비즈니스 할당량이 있는데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할 시 이를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고스 구성원 입장에서 보면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멘토링까지 기존 변호사 업무에 더해 일이 배로 늘어난 셈이다. 불만은 없었을까. 이 변호사는 “멘토링으로 이윤을 남긴다기보다 미국 내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구성원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제품, 아이디어가 있지만 정보가 부족해서 미국 진출을 주저하는 스타트업을 위해 로고스 구성원이 힘닿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고스는 올 7월 얼바인에 문을 연 액츠 1호점을 시작으로 LA내 도시, 코리아타운, 미 동부에도 코워킹 스페이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필로스와 파트너 협약을 통해 한국 기업과 미국 벤처투자자와의 만남도 주선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세미나를 시작, 스타크래프트 대회와 같이 스타트업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사도행전을 뜻하는 말이자 일터에서 복음을 전하는 텐트메이커라는 뜻의 액츠는 로고스 변호사의 사명을 담고 있다. 기독교적 의미를 빼면 액츠는 말 그대로 행동을 뜻한다. 이름대로 액츠는 로고스 구성원과 함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한국 스타트업은 이제 이들을 만날 액션을, 함께 미국 무대로 뻗어나갈 행동을 개시할 일만 남았다.

About Author

이예화 기자
/ lee99@venturesquare.net

스타트업들과 함께 걷고, 뛰고, 부비며 이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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