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PC방이 공유공간으로 ‘환골탈태’

1인 기업에게 오피스텔은 사치에 가깝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센터 같은 장소는 폐쇄적인 경향이 있어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대안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코워킹 플레이스(Co-Working Space)다. 물론 코워킹 스페이스 역시 문제점은 존재한다. 카페처럼 개방적인 공간이 자칫 집중력을 흐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때는 도리어 도서관처럼 몰입도가 높은 비즈니스 센터가 맞을 수 있겠다.

앞서 이야기한 2가지 업무 공간은 극명한 장단점을 지녔다. 어떤쪽이 맞을지는 철저히 본인의 의사에 달려 있다. 개방적인 성격이고 평소에 카페에서 일 하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다면 비용적으로 훨씬 저렴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눈길이 먼저 가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요즘 가장 핫한 공간이 카페처럼 화려한 코워킹 스페이스인 만큼 대세를 거스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각설하고 부동산 시장은 철저히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곳이다. 풍부한 자본으로 최대한 넓게 임대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끝낸 후 재임대하는 다운스트림 개발 방식을 통해 코워킹 스페이스는 사용자에게 다시 재임대 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간 공유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서 유휴 장소를 활용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최근들어 부쩍 증가하는 추세라며 그 중심에는 청년 그룹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들은 도심 중심에서 지역 거점으로, 위험부담이 높은 대규모 공간 대신 중소규모의 개성있는 공간으로 기획한 코워킹 스페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그 또래가 대부분 그러하듯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한달 이용료 10~20만원의 부담없는 가격대로 실용적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청년 그룹이 스스로 컨셉에 맞게 기획하고 꾸민 공간인 만큼 매력적인 인테리어와 분명한 정체성은 덤으로 갖췄다.

◇ 폐업한 PC방을 공유 공간으로…=유휴 공간을 생활 공간으로 되살린 블랭크(Blank) 팀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청춘캠프’라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차렸다. 건물 2층에 폐업한 PC방을 청년들의 협업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보통 업무 공간은 강남, 여의도 등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낮 시간에는 사람들이 동네를 떠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껴 지역형 협업 공간으로 청춘캠프를 기획했다.

청춘캠프 운영자 김요한 씨는 “우리 주변에는 부동산 시장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다양한 유형의 빈(Blank) 공간이 있고, 빈 공간을 동네의 거점이 되는 공유 공간으로 바꾼다면 동네가 삶터이자 일터가 되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라며 운영의 목적을 밝혔다.

청춘캠프는 월 11만원의 비용으로 24시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합리적인 가격 뿐 아니라 ‘협업’의 기회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하면서 ‘상도동 그청년’, ‘상도동 그가게’ 등 동네 기록 잡지를 발간하게 되었고, 마을 지도와 벽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유휴 공간을 생활 공간으로 되살리는 블랭크 팀이 만든 코워킹 스페이스, 청춘캠프

◇ 스튜디오가 공유 오피스를 만났을 때=영상 미디어 스타트업 뷰파인더는 지난 4월, 압구정로데오역에 코워킹 스페이스 ‘뷰랩’을 열었다. 5명의 뷰파인더 멤버가 처음으로 고려한 것은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매달 발생하는 적지않은 고정비용 탓에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웠다고. 게다가 구조 또한 폐쇄적이다보니 옆 방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의 각박함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들에게 있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다. 자신들의 사무실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시원하게 탁트인 ‘오픈된 공유 공간’을 직접 만들게 된 것.

다섯명이 쓰기엔 제법 큰 공간을 임대했지만 여렇이 공유하면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1인기업,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서로 협업하며 시너지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뷰랩의 매니저 이장원 씨는 “스타트업의 힘든 점은 자신의 고민이나 생각을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라면 다른 전문분야의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고 함께 협업이 가능하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은 결과물이 창조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며 창업의 동기를 말했다.

뷰랩은 월 27만 5,000원 비용으로 핫데스크와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다. 서로를 소개하는 ‘네트워킹 파티’와 멤버들의 재능을 나누는 ‘탤런트 쉐어’, 세무, 법무 등 필요한 강의를 함께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렇게 코워커간에 교류가 이루어져 영상 제작자와 번역가, 웹사이트 개발 팀과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간의 협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영상 스타트업 뷰파인더가 만든 코워킹 스페이스, 뷰랩

◇ 작업실 공유를 통한 메이커스 스튜디오=지난해 6월, 점자 메시지를 새긴 가죽  공예 제품을 만드는 ‘도트윈’은 서울시 성수동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공동창업자 3명은 모두 디자인하고 두드리고 자르는 데 능통한 만큼 공간 기획부터 설계, 원목 창틀을 짜고 가구를 만드는 인테리어 시공까지 직접 해결했다. 그리고 입구에는 ‘우리는 진짜를 만든다.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한다.’ 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도트윈의 공동대표 박재형 씨는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공간의 분위기가 머무는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기운을 주고, 작업실인 동시에 낮잠을 잘 수도 있고, 모임을 열고 사람들을 초대할 수도 있는, 꿈꿔오던 공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공간이 잘 만들어 지니, 우리만 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유하게 됐다.” 며 좋은 공간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도트윈은 월 13만원, 18만원 두가지 타입의 작업공간을 제공하며 코워커는 제품 촬영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프로젝터가 있는 공용 공간을 개인적인 파티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도트윈 브랜드가 만든 공유 작업실, 도트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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