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제품이 월마트에 못 들어갈 3가지 이유?

스타트업이 공들여 만든 제품이 우리나라를 벗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자. 우리와는 다른 유통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미국 진출 전에 먼저 미국의 제품 유통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런 점을 무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월마트나 타깃 같은 빅 박스 리테일러(Big Box Retailer)에 직접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바이어는 안정적 공급을 원한다=월마트 바이어가 스마트폰 액세서리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맡은 스마트폰 액세서리 진열대에 필요한 물건 중 3분의 2에 속하는 케이블이나 차저, 이어폰 등을 A라는 기업에서 받는다. 스피커와 헤드폰, 파워뱅크 등은 B 기업에서 구입해 나머지 3분의 1 선반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창업자에게 이메일을 받는다. “내 프로젝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물건인데 구입하실 의향이 있는지요?” 아이디어가 좋고 피니시, 디테일도 좋은데 과연 믿을 만한 기업인지 확신이 없고 물건도 처음 보는 것이다.

샘플을 보내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는 답했지만 이 제품을 자신이 맡은 진열대에 넣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기존 공급자에게 받은 현재 상품이 예전부터 계속 롱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잘 팔릴지 아닐지 검증이 안 된 새 제품으로 모험을 하기 원하지 않는 것. 이런 새로운 상품은 생산 과정 중 품질 제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공급 스케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여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괜히 시도했다가 현재 유지 중인 판매 물량마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은 하지 않는다. 마치 식당 운영자가 음식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거래하던 식료품 공급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꾸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바이어의 진열대는 넓다=보통 한 바이어가 책임지는 진열대는 여러 다른 종류 물건으로 채워진다.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해 아이템마다 생산자를 택해 거래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바이어는 믿을 만한 생산자로부터 한꺼번에 여러 아이템을 공급받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의 새로운 단일 품목으로는 바이어를 설득하기란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다. 만일 해당 바이어의 섹션이 스마트폰 액세서리라면 여러분이 바이어에게 공급해야 할 물건은 이어폰과 헤드폰, 파워뱅크, 케이블 등 다품목을 한꺼번에 생산, 공급할 수 있어야 거래를 틀 수 있다.

바이어는 검증된 물건만 받는다=바이어가 구입을 결정할 때에는 직관적인 감각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주로 데이터로 움직인다. 판매 매출 데이터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는 건 말 그대로 자신의 감각을 믿고 모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맡은 섹션 매출이 떨어지지 않게 제어해 고가평가를 좋은 점수로 유지하는 게 그들에게는 중요하다. 판매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 감각은 데이터에 의해 확증될 수 있다.

또 바이어가 여러분의 물건을 선택했더라도 그 위 매니저가 선정된 상품을 살펴보면서 바이어에게 다른 지시를 할 수도 있다. 해당 제품이 미국 내 온라인이나 다른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얼마간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빅박스 리테일 스토어 바이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빅박스 리테일러 스토어에 들어가려면=여기까지는 창업자가 직접 바이어를 만날 때의 상황을 예로 든 것이다. 이 설명만 들으면 마치 메이저 스토어에 여러분의 물건을 넣는 건 불가능해보일 지도 모른다. 물론 방법은 있다.

자신이 개발한 한 가지 제품으로 월마트나 타깃에 들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면 리테일 스토어 담당 세일즈 랩이나 디스트리뷰터 회사를 만나야 한다.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바이어의 섹션을 채워줄 물건을 책임지고 공급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독립된 회사 소속으로 바이어와 십수 년씩 계속 거래를 해오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이 할 수 없는 일을 대행해준다. 다시 말해 리테일 스토어 바이어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다. 리테일 스토어 바이어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제품을 미리 선정해 한꺼번에 공급해주며 수수료를 떼어간다. 여러분의 상품이 대량 생산할 단계가 되어 샘플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면 바로 이들을 만나야 한다.

디스트리뷰터 기업이나 세일즈 렙은 그들만의 거래 리테일러가 있다. 여러분의 제품을 어느 스토어에 팔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리테일 스토어가 정해지면 해당 스토어 바이어에게 제품을 소개해줄 수 있는 세일즈 렙을 찾아봐야 한다. 물론 빅 리테일 스토어는 거의 모든 품목을 다루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단일 품목이 들어가기란 쉽지 않고 일부 제품은 특정 스토어에서만 팔릴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단일 아이템은 빅박스 리테일 스토어보다는 일정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규모 스토어에 넣기가 좀더 쉬울 수 있다.

세일즈 렙에게 여러분의 제품을 의뢰한다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7개월 안에 그들로부터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Yes or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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