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타트업 비자…없어져도 해야 할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스타트업과 기업가에게 법정 고소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7월 트럼프 정부는 소위 스타트업 비자라고 불리는 IER(International Entrepreneur Rule) 시행을 앞둔 시점 미국토안보부에 재검토를 요구했고 시행 시점을 내년 3월 14일로 미뤘다. 이에 대해 9월말 미국벤처캐피털협회 NVCA(The National Venture Capital Association) 측은 “트럼프 정부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법적 법안을 불법적으로 미루고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가와 함께 연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 시행 연기에 대한 행정금지명령을 신청했다.

IER은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에서 창업한 외국인이 일정 조건만 갖추면 일정 기간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국토안보부에 요청해 상정한 법안. 당초 지난 7월 시행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행 연기는 보호무역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상 IER 폐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캐나다나 프랑스의 경우 창업가를 위한 비자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고급 인력은 취업비자 H-1B를 통해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창업가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방향을 돌리는 일도 발생한다.

NVCA가 지난 2013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2006∼2012년 창업한 스타트업 창업자 중 3분의 1이 이민자였다. 2016년 조사에선 미국 내 스타트업 87개 중 절반이 넘는 44개는 이민자가 창업한 것이다. 가치로 따지면 10억 달러(한화 1.2조원대)가 넘는다. 이런 이유로 “미국 경제는 이민자의 노력과 혁신에 의해 성장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활동 중인 뉴욕 현지의 스타트업 분위기는 ‘글로벌’하다. 직접 만나본 스타트업 창업가 대부분은 이민자 출신이었다. 이민자에 의해 시작된 역사를 품은 미국이 이민자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기도 하지만 현재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앞으로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낙관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스타트업 비자는 미국 내에서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창업가에게 발급되는 체류 신분이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비자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 비자가 시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 스타트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비자가 없었을 때에도 미국 진출이 가능했었고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나.

해외 진출해 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이라는 틀을 깼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이라는 시장에 맞는 전략으로 세계 각국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런 글로벌 기업가정신(Global Entrepreneurship)이 해외로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성장으로 인해 우린 되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1차와 2차 산업혁명을 뛰어넘어 3차 산업혁명을 이끌지 않았나. 아직 4차 산업혁명은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이라는 틀을 깨고 글로벌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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