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최대한 줄이고 용역 사업은 제대로 하라”

현장에서 스타트업 대표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과 함께 일하면서 정말 많은 점을 배우고 있고 좋았던 점, 바람직하지 않았던 점, 공공기관으로서 더 개선해야할 점, 혹은 스타트업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 등을 파악해나가고 있다. 이제 어느덧 2년 좀 넘긴 시점에서 스타트업들과 정부지원금, 그리고 공공기관들의 용역사업 등에 대해 좀 몇 자 적을까 한다.

냉정히 말하자면 정부지원금은 최대한 안 받는 게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지원금은 국민이 내는 혈세다. 이를 받게 되면 쓸 때에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집행을 하고 투명성을 담보해야 하다 보니 서류 작업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정부지원금 받으면 일정 시간 서류 작업 소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들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간소화를 시킬 필요는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세금이다 보니 철저히 투명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철저한 서류 작업은 기본이다. 구태의연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공금이라는 것의 태생적 한계는 분명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자금이 부족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M&A가 정말 드물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 VC나 투자가의 맹목적인 투자를 바랄 수만도 없다 보니 대출이나 융자 혹은 정부지원금 등이 그나마 한정적인 옵션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정부지원금 수혜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출을 일으키고 수익성을 극대화시켜 투자를 받거나 스스로 일어서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지원금은 자금의 아주 일부분만 충당한다는 정도로 인식을 해야지 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서는 안된다. 정부지원금이 나쁘다거나 정부지원금을 받으려는 스타트업이 잘못됐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부지원금에 너무 의존을 해서는 안된다는 다소 원론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정부지원금의 속성은 최대한 자격을 갖춘 다양한 수혜자에게 제공되는 것이 맞다. 일정 기업들은 집중적으로 계속 받는 것은 불가능하며 공정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액수와 상관없이 일정 기간 혹은 일정 횟수 정부지원금의 혜택을 받은 스타트업에게는 나중에 어느 정도 제약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지원금을 몇 번 받은 후 계속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속출하는데 거절을 당하면 속도 상하고 자금대책이 막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 없이 유지가 되지 않을 스타트업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스타트업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자신의 사업인데 정부지원금이 없다면 자칫 흔들릴 수 있어 계속 다른 정부 기관을 전전하며 최대한 정부지원금으로 사업을 유지해나가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중에 시장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를 자문해봐야 한다. 피보팅(pivoting)을 하거나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유는 정부지원금으로 생존하는 경우 나중에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자금 중에선 창업진흥원을 비롯해 서울시 청년 창업센터, 중기벤처부, 본투글로벌 등 다양한 기관의 공고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보력 싸움이기 때문. 정부지원금 공고가 나가서도 모르는 경우도 많고 이메일링 리스트에 등록해놓은 경우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이메일 체크를 안해 공고가 난지도 모르고 있다가 지원기간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므로 꼭 정부지원금을 받아야할 필요가 있다면 수시로 관심을 두고 있는 정부지원기관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등에 어느 정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지원금을 쓰도록 권장 독려한다기보다는 불가피하게 받아야 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적는 글이며 가급적 정부지원금은 펀딩소스에서 최소한으로 한정해놓고 가급적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서 사업을 궤도에 올리는 게 맞다.

아주 당연한 얘기이고 누가 그런 걸 모르느냐고 하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좀비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그렇게 의도들 안하셨을 텐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정부지원금만 쫓기 시작하고 오로지 그것에만 목을 매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연명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결국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자신과 자신의 사업에 해만 끼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업을 통해 승부를 보시라고 권장하고 싶다.

정부 용역사업은 사실 맡기 나름이다. 정부 용역사업들의 경우 제대로 된 결과만 낼 수 있다면 향후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 다양한 정부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성실하게 일 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충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실제로 일정 기간 지난 후 엄정히 평가해 실질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향후 결국 내공이 쌓이지 않아 정부 용역사업을 지속적으로 맡게 되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가령 현지 액셀러레이터에게 돈을 지불하고 한국 스타트업을 데리고 나가 일정기간 외국에서 유료로 공간을 빌리고 유료로 멘토링을 받고 현지 VC 앞에서 데모데이를 가지는 용역을 맡았다고 치자.

이런 사업의 경우 현지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용과 인적 네트워크로 한국 스타트업에게 도움을 주고자 함이기 때문에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사업이다. 또한 데모데이에서는 좋은 옷을 입은 현지인이 오는 게 아니라 정확히 ‘누가’ 오느냐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VC들이 온 건지조차 확실치 않고 그냥 말 그대로 ‘현지인들’이 온 것에 불과하다면 이는 사업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 아니다. 가령 현지 VC나 혹은 관련성이 있는 기업이 참관해 실제 한국 스타트업 피칭을 듣고 관심을 갖고 함께 일할 만한 스타트업을 선별하기 위해 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대충 현지인을 ‘동원’하는 정도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향후 유사한 사업을 맡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얼마나 진정한 사업 진행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부 사업을 지속적으로 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여러 기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사례들을 접해보면 부실하고 불성실하게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 용역 기관이 적지 않다. 당장은 대충 하고 넘어가고 단기적으로 돈은 좀 벌 수 있겠지만 결국 평판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용역사업을 지속적으로 못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용역사업을 정말 ‘내 사업’이라는 마인드로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일하는 것이야 말로 장기적으로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정부 용역을 맡을 수 있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낱 뜨내기로 남게 되고 안 좋은 평판으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다.

※ 이 글은 서울창업허브(http://seoulstartuphub.com/)와 공동 기획, 진행한 것입니다. 관련 내용 원문은 서울창업허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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