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점에서 살펴본 ‘스타트업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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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ttyImages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애초에 자유분방함과 파격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정신을 생각해보면 이 단어를 쉽게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스타트업의 수많은 의미 중 하나는 “소규모의 팀이 기존 질서의 혁신을 통해 파괴적으로 성장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더 이상 파괴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2014~16년은 스타트업 붐이라 할 만큼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보통 2년 정도 운영 자금을 투자 받으니 17~18년도가 되면 이 투자금이 소진하게 될 것이다. 만일 더 이상 파괴적 혁신과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연료가 부족하다면 스타트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손쉽게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단계, 바꿔 말하면 전혀 이룬 게 없는 회사가 아닌 이상 투자 유치를 통해 새로운 자본을 확보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 때 유치할 수 있는 투자 종류는 무궁무진하지만 이 글에서는 M&A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완전하게 성장한 회사를 ‘매각’하는 관점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투자’ 관점 인수 합병에 더 초점을 맞췄다.

◇ 우연이 아니다=직접 M&A를 경험하기 이전에 선배 창업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인수합병은 투자 유치에 비해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기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었다. 창업자로써 투자 유치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금액의 작고 큼과 무관하게 투자 유치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인지 알 것이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회사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은 자본금과 지분만 새로이 늘어나는 것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다. 마치 연애와 결혼의 차이랄까.

투자 관점의 인수자는 2가지 질문을 해소하길 원한다. 하나는 이 회사가 가치가 정말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지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해소하려면 ‘우연이 아닌 필연’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회사라는 거대한 유기체에 대해 위 2가지 질문에 확신을 갖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내가 대표임에도 이 회사의 미지의 모습에 대해 깜짝 놀랄 때가 있곤 했다. 소규모 회사가 거대한 유기체로 성장하면 그 구성원조차도 조직에 대해 완벽히 알기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재무적 계량화가 확실하게 되는 회사가 아니라면 결국 ‘사람간의 신뢰 관계’가 M&A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수준의 신뢰를 쌓는 데에는 당연히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1~2년이 아니라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 창업자는 잠재적 인수자가 될 수 있는 파트너에 대해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고 신뢰를 쌓아 나아가야만 M&A 기회가 확대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투자자를 선정하거나 사업 파트너를 선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 전문가가 필요하다=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있지만 특히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전문가의 필요성이 커진다. 물리적 시간이 반년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되고, 투입되는 자본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규모라면 당연히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 이런 작업의 전문성을 떠나서 M&A 과정 자체는 고도의 협상 전략과 과정을 필요로 한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회의실을 나누어 오가며 벌이는 설전과 설득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가라는 게 없는 상품(여기서는 회사의 주식)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협상 대리인이다(보통 M&A 부티크라고 부른다). 이들은 M&A 과정에서 재무적 전문성을 중심으로 중재자 역할을 맡아 커뮤니케이션 대부분을 대리한다. 마치 스포츠 선수의 에이전트를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평가, 분석 능력과 기존 레퍼런스와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회사 주주를 대리해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한다. 이미 투자를 받은 회사라면 예상보다 복잡해질 회사 내부 주주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무엇보다 협상의 상대방이 협상 이후 신뢰를 갖고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라면 더더욱 이들의 필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순간부터 수많은 충돌이 있더라도 결국에는 서로가 웃고 악수하며 돌아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다(좋은 부띠끄가 필요하면 연락하시길!).

 기존 투자자가 중요하다=진짜 친구는 기쁠 때보다 슬플 때 알 수 있다고 했다. 회사가 정말 빠르게 성장했고 모두가 만족할 수밖에 없는 매각이라면 문제될 일이 없지만 미래 가치가 다 반영되지 못한 상태로 투자 관점의 M&A를 진행한다면 한 회사 주주일지라도 각자 다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한 배를 타고 먼 길을 항해한 끝에 도착한 섬이 모두가 바라던 파라다이스는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의 시기, 금액, 조건은 모두 다를 것이고 이들이 그리던 회사의 모습도 모두 어느 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첫째, M&A를 진행하고자 하는 목적과 전략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가. 둘째 이 전략에 대한 창업자의 의지와 확신을 얼마나 있는가. 셋째, 얼마나 다른 주주들이 창업자(대표)를 신뢰하고 지지하는가에 따라 의견의 합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M&A 이전에 기존 성장 전략과 리소스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잘 공유하고 소통했다면 조율 과정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 결국 M&A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그리고 신뢰다.

우리나라에는 단어 중에는 영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 단어의 가치가 미화되는 경우가 있다. 엑싯(EXIT)이라는 단어도 그 중 하나다. 모든 문제와 고민에서 한번에 해결되는 요술 방망이나 젖과 꿀이 흐르는 유토피아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M&A의 가장 큰 목적은 회사에서 EXIT(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기업의 성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한 물건의 구매 행위 이상으로 상호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뛰어난 성장 전략을 함께 세우는 일과 같다. 특히 완전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지 못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들이 무리해서 엑싯을 시도하다가는 회사 가치가 오히려 떨어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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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yan@iamcompany.net

KAIST에 입학하여 선배들과 장학회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에듀테크회사 아이엠컴퍼니(아이엠스쿨)을 창업하였다. 아이엠컴퍼니가 최근 NHN 엔터테이먼트의 자회사로 인수된 이후, 신규 서비스 개발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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