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젊은 스타트업에 부친 편지

우연히 TV에서 글로벌인재양성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예심을 거쳐 뽑힌 젊은 도전자를 2개 팀으로 나눠 500만 원만 주고 이윤을 내게 하는 게 미션. 한 팀은 안정적으로 장미꽃과 주먹밥을 팔아 이익을 냈다. 이에 비교해 다른 팀은 창의적으로 힐링 토크 콘서트를 기획했지만, 결과는 쪽박. 규칙대로 이익을 낸 팀은 전원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지만, 손해를 본 팀 4명은 탈락했다.

2017 헬로 스타트업 컨퍼런스

지난 11월 13∼14일 양일간 연세대 메디치 홀에서 2017 헬로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열렸다. 지역 행사의 가장 큰 한계는 역시 모객이다. 이번에도 열심히 홍보했지만 이틀간 등록 인원은 190여 명 정도다. 절반 넘는 빈자리를 보면서 어떤 분은 서울이나 판교에서 통합행사로 하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확실히 모객 걱정은 덜 수 있겠지만 대신 지방은 계속 뒤처질 것이다.

지난가을 필자가 근무 중인 센터는 세대융합창업캔퍼스 주관기관 선정 공모사업에 참여했다. 우수 청년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기관당 예산이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한다. 몇 차례 심사를 거쳐 전국 6개 기관을 선정했다. 서울, 경기, 경남, 전남, 충남 등 고른 지역 분포를 보였지만 강원은 없었다.

강원도에 없는 게 세대융합캠퍼스 하나는 아니다. 창업도약패키지, 창업사관학교, KICT디바이스랩, 재도전지원센터, 콘텐츠코리아랩 등은 전국에 고르게 있지만 강원도에는 전혀 없다. 50여 개나 되는 등록 액셀러레이터도 강원도에서 활동하는 곳은 없다. 서울, 판교에는 넘쳐나는 디캠프, 스타트업캠퍼스, 마루180, 팁스타운처럼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도 하나 없다.

들리는 소리에는 “강원도에서 혁신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겠냐”는 평가위원의 걱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강원도에는 늘 감자나 심고 관광이나 가야 할까. 적어도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원주 청년창업허브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015년 5월 춘천에 문을 열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이 센터를 통해 100개가 넘는 혁신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성장했다. 강원대나 한라대 학생이 서울 청년들과 경쟁하며 회사를 키워 나갔다. 춘천 스타트업에 취업하겠다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일도 발생했다.

원주에선 올해부터 청년창업동아리 지원을 시작했다. 대학링크사업단, 창업보육센터는 물론 강원도와 심지어 원주시에서도 동아리 지원 사업을 하는데 굳이 센터까지 나설 필요가 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은 소속 학생 중심, 보육센터는 동아리 지원이 주력이 아닌 데다 지자체는 전문성이 아니래도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학교나 지역, 연령을 초월한 강원도형 청년창업동아리 지원 사업, 이른바 G-Lab 사업을 강행했다.

결과는? 올해 상하반기 각각 6개월 과정으로 모두 26개 팀을 발굴했다. 아직 졸업도 안 한 학생이 대부분인지라 아이템보다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보고 부족분을 채워주려 애썼더니 조금 뒤처진 팀, 새 아이템으로 갈아탄 팀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달려간 팀도 있었다. 이 중 2개 팀은 스마트디바이스 공모전, 소셜벤처아이디어공모전 등에서 전국 팀과 경쟁해 당당히 입상하는 성과도 보였다.

일각에선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우려의 눈으로 보기도 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도 대부분 망하는 마당에 열정만으로 창업한다는 건 무모할 수도 있다. 실제로 처음에는 아무것도 거둔 게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곳곳에서 조금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물론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니 우리 청년들은 절대 밑 빠진 독이 아니다. 실패를 통해 더 빨리 경험하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고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쉼 없이 도전한다. 그들이 원주를, 강원을 지킬 것이다. 믿고 응원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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