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개념 ‘그로스’

위 사진은 올해 LA국제공항의 모습이다. 사진 속을 보면 사람들이 공항에서 나와 열심히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다. 언뜻 보면 스마트폰 게임이나 문자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모두 자신의 차가 언제 도착하는지 실시간으로 우버나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Ride-sharing service)를 이용해 확인하는 중이다.

지금은 미국 공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는 보편적이다. 하지만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필자는 2011년 LA국제공항을 처음 이용했다. 당시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자가용을 빼면 밴 서비스나 대중교통, 택시 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미국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에 등록된 차가 공항에서 사람을 픽업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어도 어쩔 수 없이 전통 교통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필자 역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면 40분도 채 안 걸리던 거리를 밴 서비스로 2시간 넘게 간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젠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공항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공항 교통수단이 지금처럼 달라진 건 미국인의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 빈도와 의존도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높아진 것과 관련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교통 시스템은 천천히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차량 공유 서비스의 포괄적 이용을 저해하던 교통 법규까지 바뀌게 됐다. 뿌리 깊은 택시 신업을 한 순간에 사양산업으로 만들어버린 이런 변화의 물결은 우버와 리프트의 급격한 성장에 의한 것이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한 두 기업은 현재 우버 680억 달러, 리프트 115억 달러 등 엄청난 기업 가치를 보유한 곳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한때 스타트업이었다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생소했던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신문지면이나 인터넷에 널리 쓰인다. 최근 들어 사업을 새로 시작할 때 사업을 한다는 말보다는 스타트업을 한다는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얼마나 대중화됐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을 갓 시작한 회사나 힙하고 트렌디한 회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열풍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선 어떻게 이 단어를 쓰고 있을까.

미국 스타트업계 창업가와 CEO는 서로 다르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쓴다. 대표적인 메신저 앱 가운데 하나인 왓츠앱(WhatsApp)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얀 쿰(Jan Koum)은 “스타트업은 느낌이다”라고 표현한 반면 안경 기업인 와비파커(Warby Parker) CEO인 닐 블루멘탈(Neil Blumenthal)은 “스타트업은 해결책이 없거나 성공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의 형태”라고 표현한다. 이런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쓰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보면 스타트업은 단순히 회사의 형태가 아닌 그 이상의 개념으로 창업자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이런 서로 다른 용례 중에서도 가장 함축적으로 스타트업의 정의를 잘 내린 사람은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레딧 등을 키워낸 실리콘밸리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만든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단지 갓 시작한 회사라고 모두 스타트업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빠른 성장을 목표로 만들어진 회사를 지칭한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빠른 성장은 스타트업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낸 단어다. 스타트업마다 상황에 맞는 다양한 목표와 미션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궁극적인 목표는 본인의 스타트업을 고속으로 성장(Growth)시키는 것이다.

다른 성장률을 가진 두 회사의 연도별 성장률 예측 그래프

스타트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성장의 중요성을 안다. 하지만 고속 성장을 위해 어떤 형태의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일주일에 사용자가 1만 명씩 늘어나는 걸 고속 성장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일정 비율씩 늘어나는 걸 고속 성장으로 봐야 할까. 어떤 게 더 적절한 목표 설정인지 알아보기 위해 2가지 가상 스타트업을 가정해보자. 그림을 보면 스타트업 A(회색)는 유저수가 매주 1만 명씩 늘어나고 스타트업 B(파란색)은 매주 유저수가 5%씩 증가한다. 위 스타트업의 초기 유저수는 1,000명으로 동일하며 1년은 52주라고 해보자.

얼핏 보면 일주일에 유저가 1만 명씩 늘어나는 게 당연히 가장 빠른 성장률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1∼2년차에는 스타트업 A가 더 크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3년차부터 스타트업 B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스타트업별 그래프 형태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타트업 A의 경우 1차함수 형태 그래프(aX)를 보이지만 스타트업 B는 지수함수 형태 그래프(Xa) 모습을 띈다. 결국에는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 이런 그래프를 사람들은 종종 하키스틱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하키스틱그래프(Hockey Stick Graph)라고 부른다. 투자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상적인 모양의 그래프는 바로 이 하키스틱그래프다.

주간 성장률 연간 성장률
1% 1.7x
3% 4.7x
5% 12.6x
7% 33.7x
10% 142.0x

주간 성장률과 연간 성장률의 상관관계를 나타낸 표

이제 일정 비율 성장률을 갖는 게 일정량의 성장을 담보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건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몇 %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의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매주 5∼7% 이내 성장률이면 매우 준수하고 매주 10% 이상이라면 엄청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명 성장률이 1% 안팎이라면 아직 적절한 상품 시장(Product Market Fit)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조언한다.

위 표는 매주 일정 성장률을 유지하면 매년 어떤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매주 3%씩 증가하면 매년 4.7배 성장할 수 있고 매주 10%씩 증가하면 매년 142배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게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매주 혹은 매월 목표 성장률을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많은 실험과 시도를 하며 이를 이뤄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스타트업 2곳 비교 그래프를 통해 깨달았듯 목표 성정이 성장률이 아닌 특정 숫자로 되는 순간 고속 성장을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표를 이용해 자신의 스타트업의 현재 성장률이 장기적으론 어느 정도 성장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장기적인 고속 성장을 위한 더 높은 성장률을 이끌어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정의는 창업자 개개인의 경험과 신념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은 모든 스타트업은 단순히 1차원적 성장이 아닌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 그로스(Growth)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됐고 이를 꾸준히 이해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만 성공한 창업자가 생각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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