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필요한 진짜 혁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016년 전국 17개 혁신센터가 구축되면서 시작됐다. 현재 전국 센터 수는 19개. 창조경제 정책 활성화 일환으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전문 산업을 지원하자는 게 당초 구축 취지다.

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초 이전 정부의 간판 사업 격인 창조경제라는 말 때문에 명칭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으나 정부가 이전 정부 사업이라도 의미 있는 사업은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명칭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기능 자체는 창업 지원에 집중, 개편해 지역 창업 기업을 육성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역할과 기능 재정의가 논의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11월 16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을 주도한 바 있는 대기업 18개 관계자와의 간담회를 연 데 이어 12월 20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인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김도현 국민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옥형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생태계조성과장, 양경준 크립톤 대표, 최영환 신보엔젤파트너스 대표, 전태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참석해 주제를 발표했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1월 2일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 따르면 지역 혁신창업 허브는 기존 의사 결정 구조는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지원 체계는 대기업 경직적 매칭, 그러니까 일방 지원 성격에서 중견·벤처, 대학 등이 자율 참여하는 상생 협력으로 바꾼다. 또 기존에는 참여가 저조했던 지자체 참여도 적극적 참여와 협력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센터 기능은 창업과 중기 지원, 특화산업 지원 등 일률적으로 부여했던 과거에서 초기 창업이나 투자 기능에 집중하고 센터별 특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센터를 초기 창업 지원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센터와 BI, TIPS 등이 역할을 분담하고 보육기업에 대한 체계적 후속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기보 등과도 손잡고 센터 지원 역량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또 노무나 세무 등 새로운 기능을 확충하고 혁신 창업 아카데미를 개설하는 등 기존 원스톱존을 창업 지원 허브(Support Hub)로 확대 개편한다.

센터별 특화 분야 재편은 지역별 여건에 따라 조정한다. 경기 글로벌, 부산 유통 등 기존 거점 기능에 경남 기계, 충북 특허 서비스 등을 추가하고 단계별 점진적 투자 기능도 확충한다.

의사결정체계도 현장 중심으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협력 파트너의 경우 울산은 현대중공업과 울산항만공사, 부산은 롯데와 NS홈쇼핑 등 확대할 예정. 그 밖에 지자체가 주관하는 창업 지원 사업에 센터 활용을 촉진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센터별 성과나 평가 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방침. 기존 과학기술기본법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창업경제 민관협의회 등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규정도 마련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밝힌 안의 핵심만 보자면 앞서 밝혔듯 초기 창업, 투자 기능에 집중하면서 혁신 기업 기반이 취약한 지역별 센터를 특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 재정의, 재정립이 용어 자체에 머물러선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존 센터 운영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형적인 하향식 구조를 취했고 자발적 참여보다는 대기업 끼워 넣기 형태였다. 외형상 구조는 모두 만들어졌지만 막상 운영되면서는 지역별 센터마다 비슷한 행사가 남발되기 일쑤이거나 이런 탓에 되려 지역 혁신 주체와 새로운 갑을 관계를 형성하는 꼴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또 리스크가 어찌 보면 필수 격인 혁신기업과는 맞지 않는 보이기식 안전 운영, 숫자에 의존하는 파트너십, 주인의식이 없고 낮은 전문성 등 공무원식 리스크도 감내해야 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단순 역할 재정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책과 정부가 밝혔듯 성과 측정 개선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정부나 공공기관은 때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 문제가 되곤 했다. 정부기관이 나서 관광앱이나 택시앱 같은 걸 직접 만드는 일은 감독이 스스로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꼴이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주최자가 아닌 후원자다.혁신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법적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해주는 게 정부의 ‘감독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과의 협력도 갑을 관계가 아닌 협력이 되어야 한다. 단순 용역 처리로 생각해서야 협력이라는 말은 서로 민망한 용어가 될 것이다. 위임 수준이 되어야 한다. 또 위임을 하게 된다면 스타트업계에서 늘 회자되듯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혁신은 실패 이후에 온다.

또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성과 측정도 여느 조직처럼 숫자에 매달리게 해선 곤란하다. 성과 지표는 평판 지표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한 벤처스퀘어 명승은 대표는 취업은 복지지만 창업은 복지가 아니라면서 “진흥이라면서 자격 조건을 만들거나 정책자금을 흩뿌리고 파트너를 줄 세우고 공짜로 자금 흐름을 막거나 사후 감사로 서류 작업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명칭 속에 들어간 ‘혁신’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할 시간이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