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벤처캐피털을 대신한다?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화폐가 눈앞에 마주한 세상을 휘젓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변화의 바람이 스타트업계에도 불어오는 시점, 벤처투자자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얼마 전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던진 ‘블록체인과 벤처투자자’ 논의에는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계에 있는 이들이 모여들었고 다가올 내일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다.

출처=gettyimagesbank

◇벤처캐피털의 역할 축소될 것=최근 스타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금 조달방식은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한 자금 조달이다. 투자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인 간 거래로 단기간에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5월부터 ICO를 통한 조달 금액이 급상승했다. 작년 9월에는 현금 투자액의 2.6배인 약 8억 달러를 돌파했다. ICO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에서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벤처캐피털의 기능은 어떻게 변화할까.

김서준 해쉬드 대표는 벤처캐피털 기능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에서 ICO를 통한 자금조달이 벤처캐피털을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벤처캐피털도 ICO가 벤처캐피털 영역을 상당부분 대신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와 이희우 코그니티브 인베스트먼트 전 대표 또한 같은 선상에서 바라봤다. 정 교수는 “밴처캐피털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결국 ICO는 대세가 될 것”이라며 “특히 시리즈A 단계에서 ICO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 또한 “대규모 펀딩시장에서 ICO가 VC 시장을 잠식해 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다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끊임없이 블록체인 기반 새로운 코인과 토큰을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어나갈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자본 조달 방식이 변화해도 벤처캐피털이 수행하던 초기스타트업의 기술, 제품, 사업을 돕는 일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를 수단으로 삼은 초기투자자에게는 ICO가 더 나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모델도 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논의를 제기한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IC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기존 투자자로 들어와 있던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가 얼리 엑싯하는 모델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전에 없던 모델이 생기는 만큼 현재 역할에서의 무게감도 달라진다. 정 교수는 “ICO 포트폴리오 투자나 현황 등을 파악해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 같고 이들은 수수료 모델로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금융평가와 거래시장과 관련한 다양한 거대 생태계가 축소판으로 시장에 등장하고 이들 사이 경쟁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벤처펀드를 ICO로 구성한다면?=벤처펀드 자체를 ICO로 구성할 수는 없을까. 물론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모든 유형의 ICO가 금지되어 있다. 해외는 ICO로 펀드를 결성한 예가 더러 있다. 김서준 대표는 비트코인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블록체인 캐피털과 이더리움으로 자금을 조달받은 TASS, 액셀러레이터 코파운딧을 사례로 들었다.

실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현재 벤처 투자 자금 모집에 어려움이나 시장 왜곡이 없는 상황에서 ICO가 도입되면 악용 사례가 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코인 가격과 투자 수익 연동 문제와 투자 배분 문제 등 ICO와 자금 조성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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