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에게 필요한 2가지

[엔슬칼럼] 2015년 말 회사를 그만두고 30여년 직장 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직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여러 방안에 대해 검토해봤고 결과적으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엔슬이라는 협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엔슬(ENSL)은 비슷한 경력과 연배의 모임으로 Executive Network for Second Life의 약자인데 그 활동 내용은 영어 철자 순서를 좀 바꿔서 NESL 즉 향유, 봉사, 배움(Network for Enjoying, Service and Learning)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gettyimagesbank

엔슬이 수행하는 사회 봉사 활동 중 하나가 멘토링이다. 필자에게도 멘토링의 기회가 주어져서 2년간 몇몇 스타트업 창업자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엔슬은 멤버들이 보다 높은 품질의 멘토링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부에 ‘멘토링 연구회’를 만들어 함께 연구하고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을 되돌아 본다면 자신도 부족함이 많았고 봉사했다기보다는 배움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

30년 사회 생활을 했다지만 개인의 경험은 제한적이다. 그런 필자에게 지난 2년간 만난 다양한 업종에 걸친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은 많은 배움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젊은 친구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필자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사업에 임하는 모습들은 감동이었다. 그들이 아직은 이름이 없지만 그들의 이런 에너지가 모여 우리의 미래는 만들어 지는 것이리라.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에 필자도 함께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나라에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제도들과 조직이 있고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도 미처 알지 못했었다. 한계에 부닥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대체한다는 의미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30여년간 풍부한 경험이 있다지만 멘토링을 30년 동안 해 온 건 아니다. 따라서 멘토로서 부족함이 없다 말할 수 없으리라. 그러면서도 앞으로 상당기간 멘토링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을 되돌아 보며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더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본다.

우선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 멘토 자신이 업데이트되어야 하겠다. 소위 4차산업혁명으로 얘기 되는 미래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도움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부지불식간에 과거의 경험을 기초로 판단하고 말하다 보면 젊은 창업자를 오도할 수도 있다. 생각을 리셋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 지능, 초연결성, IOT, 포노사피엔스 등등 새로운 현상과 개념들, 내가 그 모든 문제에 정통하지는 못하겠지만 눈을 뜨고 들여다봐야 하겠다. 그리고 그것들이 열어갈 새로운 사회와 경제구조는 어떻게 변화해 갈지, 이에 대응하는 비즈니스는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끊임 없이 공부하고 나름의 견해를 형성하고자 노력해야 하겠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측면은 엠퍼시(Empathy. 감정이입)가 아닐까 한다. 2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은 그들이 나와는 다른 세대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만난 어느 전문가가 기성 세대는 과업 중심 가치관을 갖고 있는데 반해 젊은 세대는 관계 중심성이 매우 뚜렷하다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한가지 생각해야 할 중요한 점은 필자의 풍부한 경험에는 창업의 경험은 없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머리로는 알지 모르지만 가슴으로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제시하는 아이디어로는 그들이 납득하게 하고, 받아들이게 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서있는 상황과 입장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올 한해에도 또 새로운 만남이 있으리라. 새롭게 만날 멘티를 기다리며 새로운 각오를 다져본다. 마음을 가다듬고 ‘미래에 대한 탐구’ 그리고 ‘깊은 엠퍼시’를 마음에 새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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