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프립’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달리기와 요가, 친구네 집 놀러가기, 맥주 만들기, 겨울 한탄강 트래킹, 보드게임, 책맥, 카약, 나무 도마 만들기, 등산 등 “이런 것도 배울 수 있나?”싶을 만큼 다종다양한 취미 생활이 모여 있다. 에어비앤비처럼 호스트가 활동을 올리면 참여를 원하는 이가 소정의 비용을 내고 참가하는 서비스 ‘프립’이다.

◇“공감하지 못하면 거짓말할 것 같았다”=많이 좀 놀아본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는 ‘공송합니다’라고 말할 만큼 학창시절 공부밖에 몰랐던 학생이다. 그런 그가 다른 세상을 보게 된 건 대학 때 떠난 해외 봉사활동에서였다. 태국 오지에서 만난 청년들의 나이는 이십대 초반, 그들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에서 반년 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한참 취업과 진로 고민을 안고 떠났는데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거나 다양한 곳에 관심을 두고 있더라. 얘네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 대표는 한국에 돌아가면 학업 외 다른 경험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태국으로 떠날 때 챙겨간 취업 관련 서적은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동안 봉인되고 만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임 대표가 주목한 건 삶의 질이었다. 임 대표가 둘러본 주위는 팍팍했다. 학업에 치이거나 취업전선에 허우적대거나 일에 치이거나,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푸는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정작 쉬는 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쉬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술 아니면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여가생활을 즐기고 제대로 쉴 수 있다면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임 대표가 먼저 총대를 멨다. 삼척으로 가는 버스 한 대를 빌리고 함께 스노쿨링 할 사람을 모집했다. 출발 전까지 진짜 가냐는 확인전화가 왔다. 프로젝트성으로 시작한 활동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임 대표는 프립으로 본격적인 플랫폼 사업에 나섰다.

프립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활동”=프립에는 현재 호스트 2,500여명이 아웃도어와 스포츠, 요리 음식, 문화 예술, 지식 나눔 등의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매 월 프립 활동에 참가하는 오프라인 참여자는 7,000~8,000여 명이다. 액티비티는 물론 조용히 혼자 즐길 수 있는 여가 생활까지 고르게 분포 돼있다. 최근에는 윤식당 효과로 스페인어 강의가 뜨고 있다.

임 대표는 사람들이 프립에 모여드는 이유에 대해 “진입장벽이 낮기때문”이라고 답했다. 프립에서는 원하는 활동을 고르고 참가하면 된다. 동아리처럼 가입 절차나 친목도모 과정이 없다. 조직 구성원이 되는 부담감을 덜어도 된다. 커뮤니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확연히 적다. 평소 혼자하기 망설여졌던 봉사활동이나 달리기, 등산 등 활동에 참여만 하면 그만이다. 사람과 어울리는 활동에 매력을 느낀다면 소셜 활동이 포함된 활동을 선택하면 된다.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참으면 심화 활동으로 연계할 수도 있다. 임 대표는 “경험 이후에는 배우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뒀다. 프립 안에서 여가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 다 놀 수 있도록 만들어뒀다”고 말했다. 초기 비용에 대한 고민 없이 원하는 활동을 접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때론 취미의 발견이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난 프립 2주년, 독일에서 편지를 보내온 프립 회원이 대표적인 예다. 편지를 보내온 이는 프립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접하면서 성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고 한다. 현재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 연수를 떠났다는 그는 편지에 “프립 덕분에 도전하게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프립이 바꾸는 일상=자신이 마주한 문제를 풀고 싶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임 대표.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프립을 경험한 누군가가 보람찬 한주를 보냈다고 기억하면 좋겠다“고 전한다. 그의 말마따나 프립을 한 회 경험하는 시간은 두세 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폴댄스를 해본 두 시간의 경험, 나무 도마를 만들어 본 시간은 ‘기억’으로 남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프립을 경험한다고 해도 1년에 52개 기억이 쌓이는 셈이다. 임 대표는”프립에서 경험한 순간이 내 삶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느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길,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올해 프립은 이용자에게 한 발 더 다가선다. 여행과 공연 등 범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마케팅을 통해 프립을 알릴 예정이다. 더불어 투자 유치를 통해 내실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해왔던 의미 있는 프로젝트도 지속한다. 올 해도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달리기도 추진할 계획이다. 임 대표에 따르면 프립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의 경우 다른 활동보다 더 빨리 매진된다. 이유를 묻자 임 대표는 “사람들이 그만큼 여가시간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걸 나타내는게 아닐까”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프립에 모여서 봉사활동 모임도 수천개 생겨났으면 좋겠다. 프립의 성장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테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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