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혁신 역량 충분…“정부는 서포터 될 것”

“창업 과정에서 겪는 문제는 민간기업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수정할 수 있게 많은 부분을 민간에게 맡겨야 해요.”

석종훈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지난 20여 년간 쌓아둔 벤처 경험을 통해 민간 기업 역량이 크게 성장했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이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민간의 혁신 역량을 믿고 지원해주는 서포터(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 초대 실장에 임명됐다. 기자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벤처붐 당시에는 미국 현지에서 벤처 창업 소식을 전하는 실리콘밸리뉴스를 창업한 창업가이기도 하다.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 CEO로 자리를 옮겨 미디어다음과 아고라, 다음지도 같은 서비스를 잇달아 안착시킨 경영자다. 2012년 이후에는 나무온과 이노다이얼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에 도전장을 내밀어 여느 벤처기업이 그렇듯 실패도 경험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력 때문인지 임명 당시 창업가의 고충이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현장형 리더이자 경영자로 창업벤처혁신실장으론 적임자라는 평을 얻었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그가 생각하는 창업벤처혁신실의 창업 활성화 계획과 초대 실장으로서 민관 사이의 소통 접점을 만들 계획은 뭘까.

“민간 중심 창업 지원 정책을 펼치겠다”는 말부터 나온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민간주도 벤처생태계대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창업 활성화는 최대한 민간에 맡기되 민간이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는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창업 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것도 일정 단계까지만 해줘야 해요. 정부가 기업의 사업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어요. 불합리한 규제나 초기 기업인 탓에 겪는 어려움 같은 건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

또 민간 중심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M&A 시장 활성화, 글로벌 진출 지원, 대기업과 벤처 연계 등 앞으로 창업벤처혁신실이 추진하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는 임명 직후에도 M&A 시장 활성화를 통한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국내 회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해요. 우리나라는 M&A에 의한 엑싯 비중이 작게 보면 2∼5%, 크게 보면 10% 미만이에요. 외국은 80%가 넘어요. 우린 스타트업이 시작해 죽음의 계곡을 넘고 다윈의 바다까지 넘어서야 코스닥으로 가는 상황이죠. 스타트업을 살 수 있는 곳은 결국 대기업인데 언론이나 일부에선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좋지 보지 않는 시각이 있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기업 입장에서도 자체 혁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도 건강한 벤처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M&A 시장에 활발히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M&A된 이후 벤처 정신이나 정체성을 잃게 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규제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외 현지 협력사나 기관 등을 통해 국내에서 성공이 검증된 아이디어나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진출 지원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스타트업을 옭아매는 규제에 대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규제 탓에 혁신이 저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 그는 “규제 없이 민간에 모든 걸 맡기면 모럴해저드 문제가 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부작용이 생길 걸 우려해서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규제를 막아버리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20년 전 스마트폰을 상상하지 못했고 10년 전 인공지능 발전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처럼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기회를 기존 사업 잣대로 규제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석 실장은 또 “카셰어링(차량공유)처럼 규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기존 산업군의 이해집단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해집단이 있는 규제 문제와 이해집단이 없는 규제 문제를 따로 분류해 논의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벤처혁신실이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이런 혁신을 위해 공을 들이는 공간이 외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한 외부 활동은 물론 정부 기관 내부에도 작은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 조직에 들어와서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벤처 정신을 정부 부처에 전파하는 것이에요. 공무원 나름의 일하는 방식도 존중하지만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이곳에도 접목해보려는 거죠.”

수평 관계를 위해 주니어보드를 만들고 직원에게 아이디어를 받아 수렴하는 식이다. 이런 시도를 통해 민간의 효율과 활력을 정부 부처에도 조금씩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과거 창업붐 당시에는 누구도 경험이 없었어요. 축적된 자산도 없고 성공 사례도 없어 보고 따라갈 것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달라요. 지난 20여 년간 쌓인 경험, 인적 자산, 모태펀드 규모나 민간 투자자도 늘어났고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어요. 이런 환경을 민간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는 것이 우리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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