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교육이 취업률을 높인다

[엔슬칼럼] 학교에서 창업실무를 가르치고 창업을 독려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자칫 학생들을 신용불량자로 내모는 짓이 아니냐?” “정부 예산을 타먹기 위해 억지로 만든 보여주기 식 수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특히 학부모들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학교에서 창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걱정을 조금 덜 수 있는 사례를 접하게 되어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바로 “창업관련 수업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더 많이 취직했다”라는 얘기다. 아쉽게도 미국의 모 기관에서 조사한 것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고 아직 정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출처=GettyImages

하지만 다행히 위의 내용을 간접적으로나마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확인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 대학이 최근 13년 동안 졸업생을 추적 조사한 결과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3배 정도 많이 창업을 했고 창업을 하지 않은 학생도 창업교육을 받은 쪽이 그렇지 않은 졸업생에 비해 연간수입액이 27%, 자산이 62%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이 취업을 많이 했고 취업 후에도 사회에 잘 적응해 자산도 많이 축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다.

대학 취업률은 학부모 관심도 높지만 대학평가지표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항목이다. 창업교육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학부모뿐 아니라 대학교육 관계자도 대학의 창업교육을 열열이 환영하게 될 것이다. 국내 통계자료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사해 보면 같은 결과는 아니더라도 유사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미국에서는 사례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사례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어떤 대학의 취업률이 높다는 것은 졸업할 당시 사회 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그 대학이 잘 육성하여 배출했거나 졸업자 스스로 창업해 스스로 취업했을 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미국 사례의 의미를 미국 대학의 창업교육이 미국 사회 또는 기업이 원하는 무언가를 학생들이 갖출 수 있게 했고 학생들에게는 창업 동기를 제공했을 거라고 해석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미국 대학의 창업교육은 21세기부터 본격화됐다. 21세기 이전에는 창업교육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대학의 역할은 교육대학(Teaching University), 학술조사대학(Research University),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 순으로 구분 발전해왔다. 미국에서는 링컨 대통령 시절에 대학 설립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연방정부가 대학에 토지를 무상 불하하면서 대학 규모도 커지게 됐고 스탠포드, MIT 등 오늘날 유수 사립대학이 이때 기반을 다졌다.

미국 정부가 지원의 대가로 대학 당국에 요구한 것은 농업과 기계기술에 대한 교육 과정과 학생군사교육단(ROTC)제도를 대학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당시 먹거리 산업인 농업과 미래 산업을 위한 기계기술 부문의 인재육성 그리고 국방을 위한 인재육성을 대학에서 책임지게 한 것이었다.

당시 대학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인재육성을 하는 교육대학 역할을 했다. 미국의 학술조사대학 등장은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대학이 1876년 설립될 때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대학은 교수임용과 승진의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논문출판실적과 전문성을 택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대학간 경쟁에서도 논문출판실적과 전문성이 중요한 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은 그 시절에 팽배했던 ‘기초연구결과는 언젠가는 산업화될 것이고 사회에 중요한 가치로 작용할 것이다’ ‘대학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다’라는 강한 믿음에서 시작됐다. 이 시기는 미국 산업이 팽창할 때여서 연구결과만 있으면 결과물을 산업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산업화를 위한 연구를 사회가 대학에 요구할 정도였다. 기업과 정부는 대학의 학문연구에 무한에 가까운 지원을 했다. 대학은 인재를 배출하기 보다는 연구결과를 쏟아 내는 데 더욱 열중했다.

그런데 이런 학술조사대학은 21세기에 들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경제성장의 정체로 정부 및 기업 지원이 축소되거나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대학 스스로의 재정자립이 필요해졌다.

이후 학교운영을 반드시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처럼 행하는 대학이 나타나게 된다. 시작은 특정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 택한 운영방식이었지만 성공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런 운영방식을 받아들이는 대학들이 늘어났고, 새로운 진화형 대학운영방식으로 인정하는 풍토가 생겼다. 나아가서는 대학운영의 전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업가적 대학 시대가 시작된 것이었다. 헨리 에츠코위츠(Henry Etzkowitz. 국제산학관협력협회 회장)는 기업가적 마인드를 기반으로 대학을 운영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사업화해서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교수와 학생이 자율적으로 연구 방향을 정하여 연구실 운영도 자율적으로 하면서 기업 활동에도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을 기업가적 대학이라고 정리했다.

미국의 기업가적 대학은 학술적인 가치와 경영상 가치를 결합하고 대학 전체 활동을 집중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운영조직을 구축해서 대학을 운영하고, 연구비 재원을 확대하기 위해 새롭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정규학과뿐 아니라 외곽 기구들과 연계해 새로운 사상, 새로운 기술, 새로운 교육과정 그리고 환경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대학의 구조를 언제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의 성과는 기업가적 대학의 경영 철학과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이런 철학과 문화의 기저에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깔려있다. “기업가정신은 제한된 자원, 성공의 불확실성, 실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하는 태도 및 기업 의지다.”라고 정리하는 학자가 많다. 기업가적 대학은 기업가정신이 학생들을 창업실전에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확신하면서 창업실무 등 창업 관련 수업을 제공하고, 창업을 지원할 수 있는 재원, 공간, 기술 등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동시에 창업 자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창업학 연구과정과 학위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적 대학이라도 대학 전체가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번성했던 학과 중에는 기업가정신을 이해 못하고 거부하는 학과도 많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기업가적 대학은 학교 전체로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려 학교 구성원들과 기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기업가정신을 문화로 자리 잡게 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기업가적 대학 졸업생 중 창업실무와 창업학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당연히 기업가정신을 습득했을 것이고 창업관련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라도 대학에 다닌 것만으로 기업가정신이 몸에 배어 있게 됐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체득하고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초 미국은 닷콤 시대의 몰락, 대기업의 몰락 및 성장 정체, 금융위기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데 현재는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사회가 21세기 초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기업들의 역할이 있었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역할도 중요했을 것이다. 이들은 스탠포드, MIT 등과 같은 기업가적 대학 출신이 창업했다.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다. 스탠포드 대학은 2013년 기준으로 졸업생이 4만여 개 기업을 창업했으며 일자리를 연간 540만개 만들었다고 한다. 또 OECD 자료에 의하면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창업 후 5년 이내의 스타트업이 일자리를 평균 2.87% 늘리면서 신규고용을 주도했다고 한다. 이들 스타트업들 중에는 성공한 스타트업도 있었을 것이고 실패한 곳도 있었을 것이다.

스타트업들 창업자는 기업가적 대학 출신이 많았다. 이들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했을 가능성이 높다. 창업동료도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있거나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에 동참했을 것이다. 이들이 창업한 기업의 문화에는 기업가정신이 뿌리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기업가정신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다. 경쟁률이 높은 스타트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졸업생이 기업가정신을 체득하고 있는 것을 잘 표현했다면 그 스타트업에 선택됐을 것이다. 장래가 불투명해서 취업희망자들이 기피하는 스타트업에는 기업가정신을 체득한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들어갔을 것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에 뽑힌 사람은 기업가정신 때문에 뽑혔을 것이고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기업가정신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졸업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는 스타트업에 많이 취업했을 것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거대 기업은 미국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21세기 초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거대 기업들이 사라졌고 몇몇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서 살아남았다. 이렇게 살아남은 기업들이 미국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 창조, 파괴적 가치창조, 지식의 융합 등을 끊임없이 시도할 때 가능하다고 한다. 기업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혁신 과업 수행에 걸맞은 인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혁신 과업 수행을 위한 소양의 특성은 위에서 설명한 바 있는 기업가정신의 특성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혁신이 필요했거나 혁신 중인 기업들의 입사면접관들이 기업가정신을 체득한 졸업생을 면접했다면 꼭 필요한 인재로 생각했을 확률이 대단히 높다. 기업가정신을 갖춘 졸업생이 혁신적인 기업에 많이 선택됐을 것이다.

혁신을 통해 살아남은 전통적인 거대 기업들은 혁신 소양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했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현재 거대 기업이 된 기업들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을 원했고, 막 시작해서 장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들은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이 스스로 그 스타트업을 선택했다. 다시 말하면 기업가정신을 갖춘 사람들은 어떤 경우라도 취업하게 된 것이다. 창업교육 과정에는 기업가정신이 녹아져 있는 것과 기업가정신을 직접 고양하는 수업이 포함돼 있을 것이므로 당연히 창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취업률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논의의 근거는 미국 사례라는 점이다. 미국의 통계 결과가 가능하게 된 것은 미국의 창업교육이 이론만으로 진행되는 강의식 교육이 아니라 실전과 같은 창업실습이 포함된 교육이었기 때문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 시행자가 기업가적 대학 당국이라는 것이다. 피상적인 창업교육이 아니라 대학 자체가 기업가적 대학이 되어 창업교육을 시행할 때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철학과 문화로 더 잘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엔슬협동조합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은퇴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청년 창업 액셀러레이터다. 조합원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과 네트워크,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엔슬협동조합은 경험과 전문성이 담긴 칼럼을 매주 벤처스퀘어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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