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지금 ‘지식의 저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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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뉴턴은 1990년 스탠포드대학에서 간단한 놀이 관련 연구 논문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두드리는 사람 A’와 ‘듣는 사람 B’ 역할을 줬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A그룹 참가자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노래 25곡 중 하나를 골라 머릿속으로 노래를 생각하며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린다. B그룹 참가자는 그 리듬을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춘다.

B그룹은 생각보다 고전했다. 120곡 가운데 맞춘 곡수는 달랑 3곡 뿐이었던 것. 흥미로운 점은 A그룹에게 B그룹 정답률을 짐작해보라고 하니 50% 이상 맞힐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실제 결과와 A그룹이 생각한 확률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지식의 저주=박자를 두드리는 사람은 머릿속으로 노래를 떠올리면서 리듬을 타기 때문에 노래 멜로디는 선명하게 들리지만 듣는 사람에겐 그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귀에 들리는 소리는 그저 책상을 두드리는 어쩌면 모스 부호에 가까운 의미 없는 박자일 뿐이다.

애국가를 생각하면서 박자를 두드리는 A그룹에겐 자기가 두드리는 정확한 리듬이 그대로 B그룹에게 전해졌을 것으로 믿고 문제를 맞히지 못한 상대방을 보며 당황한다. 일단 정보(곡명)를 알게 되면 더 이상 정보를 알기 전 상태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 우린 이런 상황을 두고 지식의 저주에 빠졌다고 한다.

앞선 예시는 비록 설정된 실험이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흔하게 발견된다. CEO와 직원, 교사와 학생, 기업과 고객, 작가와 독자, 의사와 환자 등 누구도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분야에선 이런 정보 불균형이 더 문제가 되곤 한다.

블록체인의 현주소=2016년까지만 해도 블록체인은 낯선 개념이었다. 하지만 최근 ICO를 비롯해 리버스 ICO(Reverse ICO), 그러니까 기존 기업이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경우까지 여러 사업 모델이 등장하면서 가상통화와 블록체인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입장도 존재하지만 서서히 블록체인의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추세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시장 성장을 통해 가상통화 대중화가 가속된다면 일상 깊이 블록체인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서 장밋빛 미래를 논하기 전에 잠시 통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전국 25∼64세 인구 2,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상통화를 실제로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9%로 집계됐다. 또 가상통화 소지자 중 70.2%는 투자가 구매 목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가상통화 비소지자 중 앞으로 가상통화 구입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에 그쳤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량이 세계 3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 세계적으로 가상통화를 실제로 소지한 인구가 극히 적다는 것과 이런 소수 중 대부분은 사용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통계 결과가 말해주는 건 뭘까. 도대체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가상통화 소지자와 블록체인 산업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내 머릿속에 멜로디=우리가 흔히 아는 블록체인, 그러니까 퍼블릭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또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활용할 수 있지만 일부 프로토콜 레벨을 뺀 대부분은 플랫폼 비즈니스 구조를 띄고 있다. 정리하자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안에서 사람들이 가상통화를 사고 벌며 쓰는 행위가 모여 생태계가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밝혔듯 가상통화 사용이 목적인 인구는 극히 적다. 일각에선 아직까지 블록체인 기반 사업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증된 토큰 메커니즘, 네트워크 이슈, 합의 알고리즘, 확장성 등 내부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기가 알고 믿는 것에 대해 사용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금 문장이 익숙하지 않은가. 블록체인 전문가인 이들 머릿속에는 지금 사용자에게 들리지 않는 멜로디가 연주되고 있다.

투자자사용자=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상대방은 당연히 사용자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이 블록체인 시장에선 조금 모호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유인 즉 가상통화 투자자와 사용자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

투자자는 해당 가상통화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 팔고 떠날 허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플랫폼의 목표 고객인 사용자 대부분은 가상통화 구입조차 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블록 생성 시간이나 블록 크기 같은 기술은커녕 플랫폼이 블록체인을 활용했는지 여부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페이스북을 쓸 때 언제 한번이라도 뒷단에서 돌아가는 기술에 대해 신경을 쓴 적이 있었던가.

가상통화, 양날의 검=모든 사업이 그렇듯 블록체인 기반 사업도 새로운 유저 유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가상통화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용자 입장을 철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상통화와 친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거래량이 세계 3위인 우리나라조차 90% 가량 인구는 가상통화를 구입한 적이 없을뿐더러 가상통화 비소지자 중 오직 7%만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훗날 시장이 안정되고 정책이 잡히면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보다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엔진이 잘 움직이려면 기름이 필요하듯 블록체인 생태계는 가상통화로 유지된다. 그런데 이 사실은 새로운 유저 유입에는 치명적 약점이다. 사람들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구매 절차 자체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 예를 들어 익스퍼티(Experty)를 사용하기 위한 저니맵(Journey map)을 보자. 익스퍼티는 블록체인 기반 유료 컨설팅 플랫폼. 사용자는 익스퍼티 토큰을 이용해 전문가와 통화를 할 수 있고 스마트 계약을 통해 상담시간만큼 지불을 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중개자를 없애주기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1. 문제가 생겨서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성을 느낀다.
  2. 전문가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한다.
  3. 검색 결과 중 익스퍼티라는 앱을 발견한다.
  4.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익스퍼티 토큰을 사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5. 익스퍼티 토큰을 사기 위한 방법을 검색 한다.
  6. 기축통화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7. 비트코인 사는 방법을 검색 한다.
  8. 거래소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8단계 이후 사용자는 거래소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는 등 다수 절차를 밟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략 48시간 이상 지난 뒤에야 실제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된다.

자체 조사 결과 4단계를 시작으로 매 단계마다 소비자 이탈이 급증한다는 걸 발견했다. 블록체인 종사자는 가상통화 구매가 쉬운 일이라 생각하고 메커니즘, 알고리즘 등 기술적 부분만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복잡한 최초 구매 단계에서 멈칫해 버린다.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기업들=가상통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서 실제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Just simple” 사용이 편해야 사람이 모인다는 단순한 원리. 물론 국내외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희망적이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예를 들어 오미세고(OmiseGO)는 2013년부터 태국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던 태국 기업인 오미세(Omise)가 발행한 코인이다. 더 발전한 전자지갑과 지불 플랫폼 개발을 위해 고안한 것으로 동남아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국내에선 필자가 근무 중인 오버노드(OVERNODES)가 간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익스퍼티를 포함한 6개 파트너사를 필두로 유럽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늘려갈 계획이다.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 머릿속에 흐르는 멜로디를 끄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라. 가상통화 투기 환경이 아닌 사용 환경을 조성한다면 블록체인 시장도 점차 안정화되고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가치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About Author

임재민 오버노드 랩스 PR 매니저
/ benlim@overnodes.com

Benjamin Lim.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서비스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리서치 그룹, 오버노드 랩스(overnodes labs)의 공동 창업자이자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삼성 SDS 출신들과 빅데이터 개발자가 합심하여, 건전한 ICO 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활성화를 위해 2017년 오버노드 랩스를 설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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