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불러온 웹3.0 혁명 전야

웹3.0이 산업을 뒤엎을 만큼 큰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지만 왜 이런 게 생겨났고 실제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이전 버전인 웹1.0과 2.0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겸허한 시작=중세 시대와 마찬가지로 웹1.0이라는 명칭은 시대가 지나고 나서야 붙여졌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은 알다시피 정보가 풍부하지만 상호 반응 콘텐츠가 없는 정적인 웹사이트 집합이었다. 연결한다는 건 까다로운 모뎀을 통해 전화 접속을 하고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전화 사용을 막는 걸 의미했다. 이 시기의 웹은 알타비스타(AltaVista)와 애스크지브스(Ask Jeeves), AOL 채팅방과 MSN 메신저였다. 스트리밍 비디오나 음악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노래 한 곡 내려 받으려면 적어도 하루가 걸리던 그런 세상.

이어 등장한 웹2.0=멍청한 모뎀과 지루한 인터페이스는 저 멀리 사라졌다. 빨라진 인터넷 속도가 상호 작용하는 콘텐츠를 위한 길을 터줬다. 웹이 관찰에서 참여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정보의 글로벌 공유는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어줬다. 더 나아가 유튜브와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플리커 등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번성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

지금은 게시물을 올리려면 단지 30초 정도만 시간을 써도 충분하지만 과거에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관리자가 합심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단순한 웹사이트 편집이 가능했다. 읽기와 쓰기, 출판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지금은 정보의 확산이 앞서 현시대를 표현한 세 단어만큼이나 간단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웹2.0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보가 돈이다=국제연합(UN)은 인터넷 사용자 수가 2000∼2015년까지 7억 3,800만 명에서 32억 명으로 수직 상승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막대한 양이다. 거대 IT 기업은 개인 정보가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이라는 걸 곧바로 알아챘다. 그 결과 아마존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룡 기업은 중앙집중형 서버에 데이터를 대량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편의를 위해 보안을 희생했다. 아무도 모르는 새 기업은 사용자 신분과 브라우징 습관, 검색 이력 등 가치 있는 정보를 최고 입찰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3.0 혁명=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웹2.0이 새로운 후임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이 생각한 차세대 웹은 웹1.0이 지닌 비전으로 회귀하는 것. 더 많은 인간미와 사생활보호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웹3.0은 의심스러운 동기를 지닌 거대 기업  손에 권력과 데이터가 집중되지 않고 정당한 소유자에게 반환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더 공정하고 투명한 웹을 향한 비전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타깝게도 당시 기술은 비전을 현실화하기 부족했지만 3년 뒤 나카모토 사토시가 P2P 디지털 스토리지를 위한 블록체인 개념을 도입하면서 비트코인이 탄생했다. 덕분에 인간 중심 인터넷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탈중앙화는 아이디어였고 블록체인은 수단이었다.

개인정보 친화적이고 독점을 반대하는 웹=웹2.0이 많은 권력 구조를 민주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 엔진 대부분은 사유화되고 독점화됐다. 페이스북과 우버, 에어비앤비 등은 그들이 지배하는 공공 인프라를 위한 개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웹3.0은 이와 반대로 개방형 네트워크에서 가치와 수익을 공유한다.

암호화 기반 전화기와 VPN, 분산형 스토리지, 암호화폐 지갑이 널리 보급될 머지 않은 미래가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를 감시하는 네트워크와 이동통신사가 필요 없는 미래 말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막대한 정보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을 위해 이용했다는 게 밝혀져 곤욕을 겪고 있다. 과거에도 사생활과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디스토피아를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겐 툴이 주어졌다. 빼앗긴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웹3.0 특징>

  • 권력과 경제 구조의 민주화
  • 데이터에 대한 권리
  •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에 대한 위험 감소
  • 네트워크간 상호운용성
  • 누구에게나 개방된 블록체인
  • 단일 실패 지점 제거

변화의 열차는 이미 역을 떠났다=표면적으론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은 여전히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며 시각적으로 웹2.0 사용자 친화적이다. 따라서 웹2.0에서 3.0까지 학습 곡선은 완만하다. 하지만 뒤에서 사용자와 디지털 서비스를 연결하는 프레임워크는 현저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플랫폼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개인 정보를 몰래 흘리지 못하게 트랜잭션을 수동으로 서명하고 확인해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 대신 ‘Storj, Siacoin, Filecoin, IPFS’ 같은 기술을 이용해 파일을 배포하고 저장한다. 스카이프 대신 ‘Experty.io’ 기술을 이용하고 왓츠앱이나 위챗 대신 ‘Status’를,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를 대신해 ‘Essentia.one, EOS’ 같은 프레임워크가 새로운 웹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또 페이스북을 대신해 사용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Steemit’을 쓰거나 크롬 대신 ‘Brave’ 브라우저를 쓴다.

이는 일부 예에 불과하다. 웹3.0이 현실화되면 독점 서비스 제공 업체가 규제하지 않는 건전한 플랫폼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다. 웹2.0이 자동으로 웹1.0을 끝내지 않았던 것처럼 웹3.0은 기존 온라인 시스템과 통합되고 완전히 이행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바퀴는 움직이고 있고 열차는 역을 떠났다. 전 세계 각지에서 자리를 잡은 웹3.0 혁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 글의 원문은 미디엄 사이트에 있는 것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의역을 곁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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